도심에서의 힐링... 인천엔 '수인선 바람길숲'이 있다

"숭의역에서 인하대역까지 바람길숲을 걸어보세요" 준공한 지 1개월... 도심 트래킹 '명소'로 거듭난 폐선로

2021-12-06     전갑남 시민기자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니던 옛 철길에 바람길숲이 있다. 현 수인분당선 인천 숭의역에서 인하대역까지 약 1.5km 구간이다. 규모는 16293.4에 이른다. 이곳은 올해 산림청이 주관한 '녹색 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최우수 도시의 숲으로 선정되었다.

 

 

소설가 윤후명이 1992년 발표한 장편 <협궤열차>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언제나 뒤뚱거리는 꼬마열차의 크기는 보통 기차의 반쯤 된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며 앉게 되어 있는데, 상대편 사람과 서로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수원과 인천 사이를 오가는 수인선 협궤열차이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19378월에 개통하였다수인선을 이용한 사람들 뇌리에는 많은 추억이 방울방울 담겨있다고 말한다.

그때 수인선은 서해안 염전지대에서 생산한 소금 등의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칙칙폭폭 기적 소리도 요란한 증기기관차가 다녔다. 또한, 꼬마 여객열차는 수많은 사람의 발이 되었다.

그러던 중 사통팔달 뚫린 도로망과 지하철이 다니고부터 협궤열차는 효용 가치가 떨어지게 되어 19951231일을 끝으로 열차가 멈췄다. 그동안 협궤열차는 60여 년 가까이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실어 날랐다.

숭의역과 인하대역 사이의 수인선 옛 철로 변은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 각종 쓰레기 등 폐기물이 쌓이고, 무질서한 경작으로 버려지다시피 한 공간이었다. 이런 곳에 아름다운 숲길을 만들어 쾌적한 도시공원으로 재탄생하였다. 새로 개통한 수인선을 지하화하고, 예전 길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도시 숲길로 조성하였다. 시민들이 편하게 걷고, 힐링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수인선 바람길숲이라는 이름이 멋지다. 도시에 부는 청량한 바람이 연상된다. 수인선을 주제로 부합하는 열차 모양의 각종 시설과 과거 협궤열차와 관련하여 사진을 게시한 기억의 벽 등은 옛 추억을 부르고도 남을 것 같다. 기차 플랫폼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설치하고, 폐열차 철길을 활용한 산책로와 녹지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1130() 용현2동 행복복지센터에서 수인선 바람길숲 준공식이 있었다.

필자는 다음날 수인분당선 숭의역 1번 출구로 나와 바람길숲을 걸어보았다. 삭막한 도심에 인공 숲을 가꿔놓았다니 기대가 크다.

 

 

옛 협궤철로 위의 증기기관차 모형을 한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여기가 바람길숲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수많은 팔랑개비가 신나게 돌아가고 있다. 중간중간 간이역 건물이 쉼터 역할을 하고, 옛 좁은 기찻길도 보존되어 역사적 의미도 크다. 새롭게 꾸민 정거장에는 그 옛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재잘재잘 떠들며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숲이 시작되는 길 양옆이 판이하다. 한쪽은 우뚝 솟은 아파트가 줄지어 늘어섰고, 다른 한쪽의 골목길은 빛바랜 집들이 늘어섰다. 과거와 현대의 모습이 대비되는 풍광이 이색적이다.

'햇살 처럼 따뜻하고 바람처럼 부드럽게 살자'라는 바람벽에 새겨진 문구에도 뭔가 모를 추억이 깃들어 있는 듯싶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 발길이 뜸하다. 앞서 노부부가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이 다정하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움직일 때마다 옛 감성이 함께 밀려온다.

 

 

정겨운 이정표, 곳곳에 마련한 벤치도 열차가 다녔던 곳을 암시한다. 산책길 옆 화단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가 심어졌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꽃은 다 지고, 낙엽 진 나무는 앙상하다. 꽃과 나무에 이름표를 붙여놓아 이름을 익히는 재미가 있다.

 

 

인하대역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도시생태 숲길이 펼쳐진다. 구간 구간 특색 있는 정원을 가꿔놓았다. 명칭도 재미있다. '하늘 바람길'을 시작하여 '물의 정원', '꽃구름길', '단풍나무길', '열매의 정원' 등을 명명했다.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특색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좀 더 많은 손길이 가야 할 것 같다.

쉬엄쉬엄 걷다 보니 1.5km 숲길을 어느새 지나왔다. 좀 아쉽다. 다시 숭의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왕복 걸음 수가 7,000보가 넘었다. 오늘 운동량으로 충분하다.

바람길숲을 걸으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산책길 두군 데 정도가 도로 건널목으로 끊어져 신호등을 대기하데 불편함이 있다. 구름다리 같은 것을 놓아 끊김 없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으면 좋겠다.

 

 

산뜻한 쉼이 있는 산책길. 인근 주민들은 물론 수인선과 애환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는 옛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게 하는 장소로 사랑을 받을 것 같다.

바람길숲은 또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다듬어지고 울창한 숲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하면 숲에서 생성된 맑고 깨끗한 바람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정화된 생태환경은 자연학습장으로도 널리 활용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