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거리는 바다 곁으로,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인천 유람일기] (72) 동구 해안 산책로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2-01-19     유광식

 

한낮의

 

새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연장되었고, 집 나설 적에 유념해야 하는 필수 규칙이 된 지 오래다. 한 해의 첫 시작이라 괜스레 분주해지며 하루가 매우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1월 정취는 살벌하다. 눈 쌓인 경사에서 엉덩방아 찧어도 좋을 미끄럼을 타 본 기억도 먼 얘기다.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부여잡고 지낼 때는 아닌 것 같은데, 긴장되는 건 새해가 건네는 초기 테스트인 것 같다. 인천 앞바다를 가까이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만석・화수 해안가를 찾았다.

 

해안
해안

 

보통은 자유공원이나 월미도에서 눈으로 보이는 면적만이 ‘인천 앞바다’로 여겨진다. 어쩌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인천의 바다가 있을지 모른다. 2021년에는 동구의 만석동과 화수동 해안을 잇는 산책로가 개방감 있게 조성되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해안가 북항 주변은 큰 공장이 많은 곳으로, 우르릉 기계음과 함께 거대한 물체 그림자가 많다. 낚싯대 해상크레인과 목 부러질 높이의 창고들, 위험을 알리는 데시벨 높은 사이렌 등이 뒤섞여 감상을 방해하지만 이러한 인상 또한 더해서 인천이 된다. 바다를 옆에 두고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공장들 사이로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익숙한 풍경이 아니어서인지 낯설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전거와의 연계가 활성화된다면 탁 트인 바다 풍경 속으로 자주 첨벙첨벙할 수 있을 것 같다. 북성포구 건너에서 내륙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점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북항에
폐선

 

바닷가라서 그런지 추운 겨울에는 모자와 장갑은 필수다. 짧은 시간이라도 귀와 손등이 얼어 동상이 걸리기에 십상이다. 안타깝게도 북성포구 한쪽이 매립되어 횟집들의 포지션은 이상해졌다. 포구에는 오리와 갈매기가 서로 구역을 나누어 노닐며 먹이를 노리는 중이다. 간조와 만조의 분위기도 달라 바다의 특성을 보다 가까이 실감한다. 아직은 이용객이 드물다. 자전거로 주변을 뱅글뱅글 돌고 계시는 분, 인근 어르신의 나들이, 잠시 바깥 풍경을 훔쳐 떠나는 블랙 차량이 간혹 출현한다. 이 틈바구니로 순찰차도 끼어든다. 

 

일부
밀물

 

햇빛에 찰랑거리는 물결(윤슬)도 장관이다. 이윽고 예인선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십자수로를 가로질러 힘차게 빠져나간다. 바지선 위에 얹혀 아주 천천히 이동하는 목재선을 보며 밀항의 느낌도 들고 나포된 듯 중국 국기를 단 소형 어선 한 척도 시야에 들어왔다. 직선의 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따뜻함 쫓아 처음 구역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자잘한 산책로 정비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봄철이 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긴 막대기 길이 될 성싶다. 

 

해안가를
바지선에
둥둥~

 

 

동구에는 섬 하나가 있다. 이름을 되찾은 물치도가 바다 한복판에 왕만두처럼 떠 있다. 웨이브데크 한 곳에 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는데, 날씨 좋을 적에는 영종도와 강화도까지 시원하게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겨울인지라 데크 위 미끄럼과 산책로 난간 칼바람에 유의하며 해안가 풍경을 감상해 간다. 정박 중이거나 정비, 폐선박들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내륙으로는 응봉산 대한제분 싸이로, 기상대, 자유유치원이 친숙함을 더한다. 

 

망원경으로

 

무료할 것도 같지만 가까운 바다와 먼바다를 가늠하며 생활을 점검해 보는 비밀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각진 길을 돌고 돌아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고 하는데, 낙심하지 않고 가야 할 나날이 많음을 안다. 배 타고 나갈 일은 없지만, 속 쓰린 배 풀어 주는 바다 곁 산책로에 만족한다. 산책로가 만석부두와 화수부두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는데 정녕 인천 앞바다의 면모를 체감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인근
보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