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의 현대적 수용을 연극으로 실현"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최경희 '극단 집현' 대표

2011-07-25     이혜정


최경희 '극단 집현' 대표

취재 : 이혜정 기자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이에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예술문화단체는 '극단 집현'이다.

'극단 집현'의 여정

전통예술의 현대적 수용을 연극에서 실현하고자 지난 1980년 전문극단으로 창단한 '극단 집현'은 올해로 31주년을 맞는다.'극단 집현'은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한국전통예술의 모든 분야를 현대적으로 수용해 전통을 재구성하자는 목적으로 탄생됐다.

창단 당시 서구 일변도 연극계의 '전통예술문화 재구성'이라는 바람을 일으킨 이들이다. 지역 최초로 전통과 현대문화 만남을 통해 독창성을 바탕으로 한 창작예술 작품을 선보여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갖춘 실력 있는 극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극단 집현'은 좀더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장르 및 소재와 현대적인 것을 연극과 타악퍼포먼스 등에 접목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단체이다. 올해 이들은 한국의 음악, 춤, 문학성, 설화, 민화 등 전통문화예술이 녹아 있는 샤마니즘(Shamanism)을 현대화시켜 한국적 공연양식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힘을 기울인다.


햄릿 공연 모습

'극단 집현'의 변화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이 공연예술단체 결합으로 협력 프로그램을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마련한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 단체 중 하나인 '극단 집현' 공연장은 중구에 위치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다. 이들은 다른 상주단체와 다른 경로를 탔다.

지난 2009년 예술창작역량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창작활동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인천문화재단이 시행한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돼 다른 상주단체와 달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협력단체로 활동을 펼친 것이다. 이후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 지원사업'이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으로 변경되면서 상주단체로 바뀌었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협력단체로 시작돼 상주단체로 활동한 지 2년. '극단 집현'에는 놀랄 만한 성장의 시간이었다.

"극단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레퍼토리 창작품을 만들어 꾸준히 공연하고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동안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은 재정적인 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그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요. 지역의 작품을 성장시키기 위해 지난 2007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전통적으로 창작한 작품을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했을 당시 큰 호응을 얻었지만, 이후 어디에서도 공연할 곳이 없어 묵혀 두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집중육성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 후 지난해 레퍼토리화하는 데 성공을 거뒀지요." 최경희(46) 대표의 말이다.

'햄릿'이 '극단 집현'의 레퍼토리로 되면서 좀더 내실 있는 공연으로 자리잡아 올해 5월 공연을 펴치게 됐다. 이후 국립 '달오름 극장'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고, 지난해 서울연극올림픽에서 한국공연예술팀과 폐막작을 공연했다. 이어 이들의 창작품은 국내를 벗어나 국외까지 널리 알려졌다. 민간극단에서 세계적인 희극을 레퍼토리화했다는 놀라움에 극찬을 받고 있다.

또 이달 거창국제연극제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고, 8월 포르투칼 MONCO축제, 스페인 Oreance cnrwp 등에도 초청공연을 한다. 한국연극협회 초청을 받아 카자스탄에서 올 9월 열리는 실크로드연극제에더 참석한다.

이뿐만 아니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상주단체로 되면서 '극단 집현'이 추구하는 이상향의 한 축을 이뤘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 어른들을 위한 공연들은 전국 어디서나 만나 볼 수 있지만 중간층인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는 잠재적인 관객개발이 가장 중요하지요. 이런 관점에서 청소년들은 우리 지역의 미래이자 예술문화의 잠재고객이기도 합니다. 이들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상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들과 소통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더군다나 전통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청소년들에게 우리 뿌리가 세계적일 수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를 지닌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우리것이 편안합니다. 그동안 서구연극만을 접한 우리 미래의 꿈나무들이 우리것을 모른다는 것은 뿌리가 없는 나무와 같습니다. 예술문화를 통해 편안히 전통문화를 접하고, 우리것이 세계적인것임을 알릴 수 있어 아주 좋지요."


'극단 집현'의 타악퍼포먼스 공연

상주단체로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최 대표는 상주단체 기간에 대해 지적했다.

"우리 단체는 처음 상주단체지원사업으로 시작한 게 아니기에 다른 예술문화단체보다 1년 정도 먼저 시작해 3년차인 지금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지원사업 효과를 보는 건 무리가 있기 때문에 기간 연장을 통해 상주단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마련해줘야 합니다."

"예술문화, 예술인은 단기간에 성과를 이룰 수 없습니다. 예술단체가 자립을 하려면 문화상품화할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좀더 깊이가 있고, 내실 있는 작품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요소가 레퍼토리이고,  예술문화단체만의 레퍼토리가 완성되려면 지속적인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극단 집현'이 문화상품화한 게 '타악퍼포먼스'이다. 우리 전통음악, 춤, 소품 등 전통과 현대 음악, 춤 소품 등과의 융합을 통해 이들만의 색깔을 지닌 '전통타악퍼포먼스'를 완성했다. 또 해학과 풍자의 백미인 한국고전 문학 '배비장전'을 현대적이고 신선한 감각으로 재구성해 마당극을 재탄생했다.  


최경희 대표와 이상희 연출가 부부

전통 예인인 광대가 되자

'극단 집현' 중심에는 최경희 대표와 이상희 연출가가 있다. 이들은 서울에서 주로 활동을 하다가 지난 2002년 인천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극단 집현'을 만든 사람은 인천 출신 희극작가인 고(故) 조일도 선생이다.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해학적인 색깔을 가진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조일도 선생을 주축으로 심평택, 전무송, 김윤식, 최종원 등 인천출신 예술문화계 사람들이 '극단 집현'을 창단했다. 조일도 선생이 극단을 20여 년 운영하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던 최경희 대표와 이상희 연출가 부부가 그의 뜻을 이어받아 극단을 이끌어오고 있다.

1970~80년대 이후 연극계에는 대부분 서양극이 판을 치고 있었다. 이런 경향으로 전통문화예술을  이끌어오는 단체는 손에 꼽힐 정도. 그래서 이들은 인천에서 한국 전통예술을 현대적으로 수용해 연극에 실현하자고 다짐했다. 이때 이후 이들은 한 길을 걸어오면서 실력 있는 예술단체란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이 전통예술을 현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전부터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다.

최 대표는 어릴 적부터 연극을 시작하면서 전통문화를 습득하기 위해 20년 이상 힘쓴 결과 '무형문화재'로 선정됐다.

"1986년에 한 유명극단에 들어갔어요. 저는 키도 크지 않고 외모가 뛰어나지 않았고, 전통문화를 하기에 적합한 체형과 기량이 있다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연극, 춤, 노래 등 우리 전통문화를 습득하기 시작했지요. 그곳에서 시작해 제의와 놀이를 즐기게 되면서 연극에 우리 제의와 놀이를 접목하자는 목적으로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최 대표와 함께 극단을 이끌어 온 이상희(49) 연출가 역시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고민이 남달랐다.

이상희 연출가는 "처음 연극을 시작을 했을 때가 고등학생이었어요. 그냥 우리것이 좋아서 대금, 소금, 장구 등 전통악기를 배우고, 전통 춤도 배우기 시작했지요. 내가 연극으로 전통문화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피상적으로 배울 게 아니라 기량을 키워보자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게 이제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문화예술뿐만 아니라 현대음악과 무용 등 동서양 문화를 두루 배웠다고 한다.

"우리 무형문화재는 의식과 놀이 중 놀이에 해당됩니다. 여기에는 굿과 놀이가 함께 있습니다. 특히 소노름굿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대사로 이뤄진 연희입니다. 우리 안에도 연극이 있었습니다. 자꾸 서양식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점점 쇠퇴하고 사라지는 게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극단 집현' 연극인들은 한국춤, 현대무용, 우리 소리, 서양 벨칸토창법을 배우고, 악기도 관악기와 타악기 등을 다루는 등 전통문화와 현대장르를 모두 소화한다. 이들은 광대이기 때문에 모든 기량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우리 장단을 넘나드는 광대입니다. 서양식으로 말하는 바보스러운 짓거리를 하면서 남을 웃기는 광대가 아닌 우리 전통의 예인을 말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광대의 의미는 모든 걸 받아들인다는 넓을 광자에 큰 대자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인격적으로 자기분야에 예술적 기량이 되는 예인을 광대라고 칭합니다. 이것이 한국 예인의 뜻입니다." 이상희 연출가의 얘기다.

그는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고 모든 걸 다 아우르는 예인들이었다"면서 "이것이 현대에서는 획기적인 시도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 전통문화이고, 단지 우리는 이를 재탄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뿐"이라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메디아.샤마니즘(Shamanism)의 현대화를 위해

"올해로 극단 창단이 31주년이고, 우리가 극단을 이끌어 온 지 벌써 10여년 되었습니다. 그동안 '극단 집현'만의 색깔을 지니기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고 고민은 끝이없습니다."

'극단 집현'은 세 가지 목표로 다른 극단들과 차별성을 두고 달려왔다고 한다.인류유산이라고 일컫는 세계명작을 우리화하는 것, 우리 설화와 신화 등에 대한 창작극을 개발해 우리화하는 것, 잠재관객인 청소년을 위한 연극 개발 등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샤마니즘(Shamanism) 문화를 어떻게 격조 있는 작품으로 승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샤마니즘은 굿 문화를 말합니다. 자칫 종교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굿 문화에는 우리조상들의 곡식사, 음악, 춤, 문화, 생활, 문학성, 설화, 신화 등 전통적인 것이 그 안에 녹아 있습니다. 이처럼 굿에서부터 우리 전통문화 뿌리가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최대표의 말이다.

최 대표는 "최근 굿을 원형으로 타악퍼포먼스를 만들어 해외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서는 굿에 대한 편견으로 종교화해 외면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면서 "샤마니즘에서 나오는 의식과 느낌을 전달하고자 함에도 아직 우리 사회에 편견이 강해 어려움이 많다"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최 대표는 샤마니즘에 녹아 있는 의식과 느낌을 현대화시켜 가장 한국적 공연양식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작업에 힘쓰겠다고 했다.

"모든 도전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예술인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숨을 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인천의 유일한 전통예술 극단인 집현은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조화라는 목적으로 극단만의 색깔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쉴틈 없이 고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