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마다 반짝이는 볕을 따라서, 동양동

[인천 유람일기] (81) 계양구 동양동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2-06-06     유광식

 

이선봉

 

생활물가지수가 5%를 넘었다고 한다. 당장 먹거리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과는 달리 이상하게 치솟은 가격에 놀라고 넉넉지 않은 지갑에 당황하게 된다. 누군가는 잘 지내겠으나 걱정으로 하루 한 끼를 먹는 서민들의 삶을 떠올리면 물가에 내놓은 아이의 심정처럼 불안해진다. 전쟁은 지속되고 있고 지방선거의 영향이 6월 한 달을 잠식할 것 같다. 코로나 감염 공포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공포심을 유발하는 여러 정보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중요한 때이다. 매일 해는 똑같이 뜨는데도 무언가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 많다. 오늘 하루의 따뜻한 볕을 바라게 되는 시간이다. 인천의 동쪽, 동양동 양지바른 땅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향했다. 

 

둥그재산에서
산책로에서

 

계양구의 북동쪽에 있는 동양동은 몇 년 전 3기 신도시 개발지구로 지정되며 뜨거워진 곳이다. 이름의 뜻이 동쪽의 볕이 자리한 공간이어서인지 따뜻한 느낌으로 묘사된다. 동양동은 수도권 제1순환도로와 김포공항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서울, 부천과의 경계인 굴포천 하류와 마을을 관통하는 서부간선수로가 동양동의 버드나무를 울창하게 키운다. 드넓은 농지가 인상적인 마을에는 그들만의 생활이 있었다. 동네 동산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기 위해 둥그재산으로 먼저 향했다. 한걸음에 올라 인근 장소를 살펴볼 수 있는 둥그재산에는 조선 성종의 12남 무산군의 손자 이선봉(李善鳳, 1578∼1660) 일가의 묘역이 있다. 3기의 묘 주인은 부인과 아들, 며느리이다. 주변을 지키는 문인석의 표정이 각기 다르지만 온화한 미소가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이선봉
둥그재산

 

둥그재산에는 산 둘레를 따라 둥글게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었고 까치와 제비꽃, 칡넝쿨이 많았다. 학교를 마친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른 엄마, 강아지와 산책중인 주민,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저씨가 공원의 나른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한편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지만 까만 매직펜으로 데크에 그려진 나무 그림을 자주 보게 되었다. 군데군데 나무를 그려두었다. 아니 몰래 나무를 심고 있었다. 근린공원에서 내려와 서녘공원을 지나 서부간선수로로 향했다. 주택가 중심에 위치하는 서녘공원은 만남의 장소라도 되는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마을의 터미널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바로 옆 뻥튀기 트럭에서는 고소한 향이 퍼지며 행인의 입맛을 낚고 있었다. 

 

강아지와
까만
서녘공원의

 

계양3동행정복지센터 앞쪽으로는 서부간선수로가 맑은 물빛으로 흐른다. 농업용수 공급이 주된 목적으로, 부평에서부터 이어져온 모습이다. 부평 쪽은 악취 문제로 매해 시끄러운 모양인 것에 비해 동양동 구간은 정화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수량도 많고 잔잔한 흐름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마침 흑오리 한 마리가 잠영 솜씨를 뽐내며 간다. 수로에는 버드나무도 심겨 있었고 주민의 참여로 심어진 꽃과 나무들이 많았다. 강 하나를 품고 사는 마을이라 생각하니 부러움도 살짝 생긴다.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 엄마들의 휴식, 종종 보이는 경작지 등 물길 따라 생장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그 생기가 모이니 뜨거웠다.    

 

서부간선수로(도로
수로
주민의

 

마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유히 흐르는 수로 덕분인지 정적이면서도 비옥함이 가득했다. 해가 길어져 저녁 시간이 되어도 볕은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칼칼한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 곁들이기 좋은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미 그러고들 사는 것인지 가족으로 보이는 몇몇 팀이 수로면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 집에 가서 평온한 하루에 감사하고 내일의 마음에 물을 주어야 할 때란 걸 안다. 도서관의 저녁도 부풀 것이고 천변의 식물들도 한껏 수분을 끌어 올릴 것이다. 볕 좋은 동양동은 처음이라 새로움이 컸으나 금방 친근해졌다. 

 

동양동의

 

간혹 세상 물정 모르고 사는 공간이 있다는 생각이다.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 적응하기에도 부족한데 느긋한 시간이 흐르는 곳 말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런 나날이 그리워질 정도로 어찌 급변할지 모르겠다. 매직펜으로 나무를 그리는 분의 간절함이 그런 게 아닐까. 신통한 마법(magic)을 부려 자연의 또 다른 이름, 동양동이면 하는 바람이다. 오랜만에 풍부한 수량의 맥을 짚어서인지 기분이 찰랑찰랑하다. 볕 바라기 좋은 장소였다.

 

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