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매력의 ‘차(茶) 스튜디오’… 개성적인 작품을 품다

중국 차 팔던 곳, 2년에 걸친 보수… 2021년 8월 정식 개관

2022-06-07     김민지 기자

낡은 유리창에 붙은 빛바랜 ‘차(茶)’는 건물이 지내온 세월을 짐작케 한다. 오랜 기간 비어 있던 공간이 갤러리가 되어 돌아왔다.

인천 중구 개항장은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인천문화재단과 아트플랫폼,  소규모 갤러리·극장 등 각종 문화시설이 모여 있는 인천 문화의 핵심지다. 차 스튜디오는 이곳 신포로에 자리를 잡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유리창에 붙은 ‘차(茶)’에서 자연스럽게 공간 이름으로 따왔으며, 작업실이라는 의미를 더하기 위해 ‘스튜디오’라는 단어를 덧붙여 ‘차 스튜디오’로 명명됐다.

단아한 겉모습과 달리 차 스튜디오는 실험적인 전시를 담아내는 예술 공간이다. 올해 세 번째 기획전인 도수진 작가의 ‘곤충인간’을 선보이고 있다.

차 스튜디오의 출범과 앞으로 어떤 전시들이 이어질 예정인지 박기원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차 스튜디오’

신포동에 위치한 ‘차 스튜디오’는 과거 금교백화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당시 중국 차(茶)와 중국 기념품 등을 팔았으며 창문에 붙은 ‘차(茶)’도 이때 붙여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작가는 1년에 한두 번 신포 일대를 방문해 산책을 즐겼다. 조용하지만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됐다. 우연히 매물로 나온 차 스튜디오 건물을 발견하고 인수하게 된다.

차 스튜디오를 거쳐 간 이들은 많지 않다. 건물 등기로 본 건물의 역사는 1955년부터 시작된다. 중국인 부자와 연수구에 거주하는 최모 씨를 거쳐 2017년 박 작가가 구매했다. 약 70년간 단 4명만이 건물의 소유주였다.

백색 타일이 붙어있는 건물 외부는 보존 상태가 좋았지만, 내부는 케케묵은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마치 폐가와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내부 보수를 해왔습니다. 천천히 돈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수리했어요. 내부의 모든 걸 제거하고 1층에서 2층을 바라볼 수 있도록 트여있게 개조했습니다.”

 

■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2019년 보수가 끝나자 인천아트플랫폼으로부터 공간 대관 문의가 들어왔다.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기념전 ‘오버드라이브 2009-2019’ 전시 공간의 일부로 차 스튜디오가 이용됐다.

“그때부터 ‘이곳이 전시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시 공간을 운영할 의도는 없어서 전시 일정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2019년 인천아트플랫폼에 한 차례 대관한 이후 잠잠했던 차 스튜디오는 2021년 8월 개관전 ‘박기원이 이인현을 만났을 때’를 통해 정식 개관한다.

차 스튜디오는 일반 전시장보다는 개인적인 성향을 띠는 공간이다. 박 작가는 매일 오픈하기보다 관람 요일을 선택과 집중했다. 금·토·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짧은 시간만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차 스튜디오의 미래를 그리다

곧 문을 연 지 1년이 되는 만큼 어떤 공간으로 차 스튜디오를 운영해야 할지 박 작가의 고민은 크다.

아직 전시가 몇 차례 개최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차 스튜디오를 거친 작가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자신의 세계와 주관을 갖고 작업하는 사람들이었다.

“현재 9월에 설치와 페인팅 그룹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전시 수에 연연하기보다는 ‘꼭 하고 싶은 전시’ 위주로 운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