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결합하는 작업하고파"

[문화지대 사람들] 배다리 헌책방 '집현전' 레지던시 2기 - 김정아 작가를 만나다

2022-06-29     김민경 기자

배다리 헌책방 ‘집현전’(대표 이상봉)이 올해 레지던시 2기 작가로 선정한 김정아 작가(41)가 지난 5월 23일부터 인천과 배다리를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작가는 앞으로 8월 22일까지 3개월의 레지던시 기간 동안 숙소와 활동비, 전시와 출판 지원을 받게 된다. 

인천 출신인 김 작가는 하남 작은미술관에서 진행한 '2022 On the road'를 포함한 다수의 개인전과 인천청년작가 강화레지던시를 비롯해 인천지역 공공미술프로젝트, 싼다바오와 화교 140년의 기록, 인천in ‘속닥속닥 인천 설화’ 연재 등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양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이번 레지던시 기간 인천과 배다리 지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의 연결을 시도한다.

지역에서 과거의 이야기와 소재를 찾고, 현재와 미래를 결합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김정아 작가와 대화를 나눠보았다.

배다리의

■ 레지던시 작가를 하게 된 계기

지난 2020년 여름에 강화도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대학 시절 자주 다녔던 강화도를 한동안 잊고 살았었는데, 레지던시를 계기로 작가로서 다시 지역을 마주하게 됐다. 그때 감상은 강화도에게 미안한 마음과 나를 기다려 준 듯한 고마운 마음 등과 여러가지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오갔던 경험이었다.

그런 경험을 레시던시 생활을 통해 겪은 뒤, 마침 배다리 집현전이라는 곳에서 올해 레지던시 작가를 모집해 지원하게 됐다. 배다리 역시 강화도와 비슷하게 터널 안으로 들어와야만 제대로 이 일대를 알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연계점이 있어서 이번에 배다리에서 인천지역과 관련된 작업을 이어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 선정됐을때 소감

말랑말랑한 감수성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지역에서 어렸을 때 느꼈던 순수했던 감정들이 많이 밀려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작업을 이 곳에서 하고 싶다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 두근거림에 대해 살아있음을 또 한번 느끼고 작가 생활에 자극이 많이 됐다. 

■ 레지던시 생활은

배다리 일대를 많이 걸어다니면서 헌책방 거리 서점이나 의미 있는 공간에 직접 찾아가서 작업을 한다. 그곳에서 그냥 즉석으로 앉아서 드로잉 작업을 하거나, 그 공간에서 받은 이미지나 영감을 가지고 집현전에 돌아와서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집현전 2층 창가 옆 책상에 앉아서 작업을 한다. 기차 소리가 계속 옆에서 들리고 사방에는 책이 있어서 그런 공간과 소리가 전하는 힘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낯선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기차 소리가 들리면 긴장감과 생동감이 느껴져서 좋다. 또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서점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손님으로 오신 분들이 재미있어하면서 구경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서점에 손님들이 많이 오시면 더 재미있을 텐데 발걸음이 아직 많지가 않아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서점에 책보시는 손님분들을 살짝 스케치할 때도 있다.

■ 인천과 배다리에서 느끼는 것은

걸어봐야 알 수 있는 동네라는 것을 참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배다리는 느리게 흐르는 듯 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기운은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이곳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은 세상과 소통하며 우리가 앞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뭔가 늘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계신다. 그분들이 지역과 소통하고 시간을 견디며 함께 살아감을 바라보며, 공존하는 삶의 방식과 태도를 배워갔다. 그래서 골목 안 배다리라는 곳은 많은 영감을 전해주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 작업할 때 집중하는 부분은

작업을 할 때 시간 속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재들에 호기심이 많다. 이 소재들은 경험하는 공간, 지역을 기반으로 발굴해 작업을 한다. 보통은 돌아다니면서 이미지를 많이 채집한다. 그 안에서 과거, 현재, 미래 이런식으로 나름의 연결성을 찾아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한다. 현재 시간 속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과거는 과연 어떤 이미지였을까 등을 생각한다. 그 세가지의 이미지를 조합해서 저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인천과 배다리가 변화되는 모습을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몸으로 체감하며 기록하는 방식의 작업을 한다.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의미를 많이 찾게 된다.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에서는 어떤 것들을 전시하나

이번 레지던시 작업에서 시간성에 대한 것을 생각하면서 오브제 선택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 중 '종이'라는 것을 선택해서 빗바랜 종이, 40년 정도 묵혀둔 종이를 작업에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 지역에서 개발 중인 공간에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종이의 의미를 더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그리고 매일 배다리 지역을 엽서 한장 크기의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3개월 동안 90장의 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지금 배다리라는 공간 속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점점 작업에 대한 깊이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번 레시던시 생활을 계기로 작가로서 나아갈 수 있게끔 주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단단한 생각,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정립되었으면 좋겠다. 

집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