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피순대... 옛적 고향의 맛을 보다

[맛있는 이야기] 전주에 가면 원조 피순대 국밥집이 있다

2023-02-27     전갑남 객원기자

전주하면 맛의 고장이다. 전주비빔밥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 오래고, 콩나물국밥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순댓국은 전주만의 독특한 맛으로 소문이 나 있다.

전주에 왔으니 뭘 먹을까? 예전 먹었던 피순대가 생각났다. 피순대는 주로 선지가 듬뿍 들어가고 약간의 채소만을 넣어 색다른 맛을 자랑한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순대는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순대 소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도 식감도 다르다. 돼지 소창에 고기, 찹쌀, 선지 등을 기본으로 넣고, 당면을 추가하여 넣기도 한다.

용인 백암순대는 선지를 조금 넣어 순대 색깔이 비교적 맑은 게 특징이다. 천안 병천 아우내 장터에서 시작된 병천순대는 고기를 적게 넣거나 아예 빼고 선지와 찹쌀, 채소로만 만든다. 또 아바이순대라는 이북식 순대는 대창을 사용하여 큼지막하다. 북한순대는 기본 소에다 배추 우거지가 들어가 색다른 맛을 낸다.

예전에 명절이나 큰 잔치가 있을 때 이웃들끼리 어울려 돼지를 잡았다. 돼지 잡은 날은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어 먹곤 하였다. 그때 돼지 선지를 넣어 만든 피순대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각지로 퍼져있는 전주 피순댓국의 본가가 풍남문 근처 전주 남문시장에 있다.

원조 맛집에서 예전의 맛을 찾을 수 있을까? 볼거리 많은 전주한옥마을 이곳저곳과 유서 깊은 전동성당을 둘러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줄 서서 기다리고 먹어야 한다는데, 쉽게 자리를 차지했다.

점심 피크 타임이 지났는데도 식당은 포장판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많이 붐볐다. 전국 어느 곳이나 택배 배달이 가능하다는 안내 간판과 대기 중인 택배 차량을 보니 소문난 맛집임을 실감한다.

메뉴 중 가장 많이 찾는 순댓국을 시켰다. 가격은 8,000. 생각 같아서는 피순대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잔이 굴뚝같지만, 차 운전 때문에 참았다.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배추김치, 깍두기, 청양고추, 그리고 새우젓. 여느 국밥집 다른 바 없다. 정갈하기는 한데 양이 좀 적다. 대신 추가 반찬은 셀프로 맘껏 먹고 남기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다.

깍두기 하나를 집어먹는데 씹히는 맛이 아삭아삭하다. 배추김치도 입에 짝 감기며 신선하다. 국밥집의 맛은 깍두기와 김치 맛이 반을 차지한다는데, 밑반찬에도 신경을 쓰는 듯싶다. 김치 맛에서 역시란 말이 절로 나왔다.

한참 있다가 따끈따끈한 뚝배기에 먹음직스러운 순댓국이 나왔다. 갓 지어낸 하얀 쌀밥도 고슬고슬하다.

순댓국 국물이 탑탑하지 않아 개운해서 좋다. 이곳은 돼지 사골을 푹 고아 만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순댓국에 양념이 된 부추를 듬뿍 넣었다. 간을 보니 삼삼하여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었다. 숟가락으로 건져보니 피순대가 들어있다. 돼지 내장도 푸짐하다. 담백한 맛의 순대와 내장은 지금 막 삶아낸 것처럼 촉촉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참 좋다. 무엇보다 돼지 내장 잡내가 나지 않아 깔끔하다.

이곳 음식점은 피순대와 순대국밥, 모둠고기, 머리 눌림고기 등 다양하지만, 주메뉴는 피순대이다. 옆 테이블 피순대를 먹는 아저씨는 식감이 쫄깃하고 부드럽다며 젓가락질이 바쁘다. 초장에 피순대를 찍어 먹는 것도 인상적이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여!"

가게 앞에 내건 현수막은 처음 가게 문을 연 원조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한 말이란다. 소박한 고향의 인심이 느껴진다.

5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전주 남문피순대집. 소박한 순대국밥 한 그릇으로 속이 든든하다. 고급스럽게 진화한 전통의 맛이랄까? 예전 잔칫날에 맛나게 먹었던 전통 피순대의 맛이 살아있다.

시장을 빠져나오니 전주 남문이라 불리는 풍남문이 턱하고 버티고 있다. 기품이 있는 풍남문을 한 바퀴 돌고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의 문학관에 들렀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온 글귀 하나가 생각났다.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 꿈꾸는 전주!"

전통의 맛이 있는 예향의 도시 전주. 아름다운 꽃 피는 봄이 오면 다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