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인천 송현초 여학생 강제 동원 확인

2023-08-13     김영빈 기자
매일신보

 

일제강점기인 1944년 인천의 초등학교 여자 졸업생(또는 6학년생) 13명이 일본 본토로 강제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 1944년 7월 4일자 3면 기사 ‘전별금을 헌납, 정신대의 미담’에서 ‘인천부 송현초등학교 졸업생 중 27명이 여자정신근로대 모집에 응모해 13명이 합격했다’는 내용을 발굴했다고 13일 밝혔다.

구술로만 전해지던 인천지역 여자근로정신대 동원을 기록을 통해 첫 확인한 것이다.

매일신보는 ‘해당 학부모들이 축하 의미로 돈을 모아 일본에 가게 될 여학생 한 명당 5원씩을 주었지만 학생들이 국방헌금 하기로 하고 모교 이와오(岩尾) 교장에게 절차를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매일신보 3면의 또 다른 기사 ‘감연히 증산전열로 반도처녀들 대진군, 근로봉사 굳게 맹세, 경성·인천 출신 정신대 합동잠행회’는 이들이 7월 2일 서울에서 시가행진을 한 후 일본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는 ‘인천 두 곳의 우수한 여성 00명을 선정했다’는 내용이 있어 송현국민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 여학생도 동원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펴낸 ‘일제의 전시 조선인 노동력 동원’(2021년)에는 박임순 할머니(1932년생, 2018년 사망)의 “1944년 인천 송현초등학교 6학년 때 교장이 근로정신대로 2년 갔다 오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준다고 회유, 인천에서 1차로 50명이 동원됐다”는 증언이 나온다.

1944년

 

송현초등학교 여학생 강제동원은 2018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공론화됐는데 1944년 이 학교에서 6학년 여학급 담임교사를 지낸 와카타니 노리코의 딸이 어머니가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연구소에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됐다.

기증 사진 뒷면에는 ‘1944년 9월 인천송현초등학교 제1회 졸업 기념 촬영/정신대원 7명의 환송회’라고 한자로 적혀 있다.

그러나 당시 국민학교는 3월 졸업, 4월 새학기 체제여서 근로정신대로 가는 졸업생 또는 6학년생 환송을 위해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 함께 찍은 사진일 가능성이 높고 정신대원 7명도 매일신보 기사의 13명과는 달라 7월 13명에 이어 9월 7명이 추가 동원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허 의원의 설명이다.

일제는 1944년 3월 18일 중등학교 학생을 겨냥한 ‘학도동원비상조치요강’을 발표하고 인천의 중·고생들을 부평의 육군조병창 등으로 동원한데 이어 같은 해 8월 23일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여자정신근로령’을 공포해 어린 여학생을 일본 본토의 군수공장 등으로 동원했다.

그러나 이번에 허 의원이 발굴한 매일신보 기사를 보면 일제는 ‘여자정신근로령’ 공포 이전부터 어린 여학생들을 여자정신근로대로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2016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 지원조례’를 제정해 생활보조비(월 30만원), 의료비(신청할 경우 20만원), 장제비(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은 첫해 7명에서 현재 3명만 남아있다.

허종식 의원은 “근로정신대는 일본에서 노역을 마치고 온 여성이지만 위안부와 동일하게 여기는 인식 때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학계의 설명”이라며 “일제의 어린 여학생 일본 본토 군수공장 동원 등 만행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련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