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경제적 문제 -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장애아동의 치료에는 여러 어려움들이 있다. 경제적 어려움, 시간적 어려움, 사회적 어려움 등등...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많은 어려움들을 개인이 짊어지고 가는것 보다 공동체가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 해나가야 함을 강조하며, 가장 힘든 경제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22년 2월의 어느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U아동 어머님이었다.
"거기 언어치료기관이죠?, 거기에서 치료받고 싶은데요?"
받자마자 바로 치료하겠다는 전화에 많이 당황했지만 대화를 이어갔다.
"네 어떤 문제로 전화주셨는데요?"
......
U아동 어머님과 통화가 끝나고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10여년전 서울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학생 어머님의 전화였다.
"선생님 잘 계시죠?"
"김포에서 언어연구소 하신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제 동생한데 4살 아들이 하나 있는데요..."
수많은 아이를 가르쳤지만 그 많은 아이 중에 서울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그 아이가 기억에 남는건 이 아이 역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가 중학 수학인 일차방정식을 푼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초등학교 1년때 만난 아이를 고1까지 가르쳤으니 참 오랜 세월이었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그리고 분수와 소수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일반아동과 달랐기에 많은 반복이 필요했다. 수업이 끝나면 어머님과 전화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어머님께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옛 추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네 어머님 건강하셨죠?"
어머님 말씀은 본인의 여동생한테 4살 아들이 있는데, 어릴때부터 자신의 아들과 많이 비슷해 가까운 기관에 가서 검사받아보라 조언했지만, 아니라고 늦된거라고 미뤄왔다. 최근에 검사받아보니 발달장애라 진단 받아 치료실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생이 김포에 살고있는데 마침 제가 그곳에서 언어치료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무조건 가서 치료받으라고 동생에게 제 전화번호를 알려주셨다는 것이었다.
"U아동이 어머님 조카셨군요. 알겠습니다. 열심히 치료하겠습니다."
이렇게 U아동은 우리 기관에서 치료를 시작했으며, 6개월이 되어 중간상담을 하러 U아동 어머님과 아버님이 오셨다.
"6개월 전과 후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좀 더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ABA라는 치료가 있습니다."
ABA(Applied Behavier Analysis)는 응용행동분석치료로 요즘 발달장애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치료기법이다.
비용이 매우 비싸 한달에 8백~천만원 정도 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이 많이 비쌉니다."
"우리 아이에게 그 치료가 필요한가요?"
"아마도 병행한다면 많은 효과를 보실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버님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며칠 후 U아동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ABA 치료에 전념하고자 우리 기관은 당분간 쉬시기로 정하셨다고 했다.
경제적 문제는 장애아동의 더 나은 치료를 받기에 많은 걸림돌이 된다.
U아동 아버님으로부터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