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활동이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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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활동이 봉사"
  • 이혜정
  • 승인 2011.10.13 16: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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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 된 이웃] 장인수 남구여성자원활동센터 회장


장인수 남구여성자원활동센터 회장

취재 : 이혜정 기자

"봉사라는 건 나를 위함이더라고요. 봉사 덕분에 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어요."

사전적 의미로 '천사'란 종교적 신화에서 천국에서 인간세계에 파견돼 신과 인간의 중간에서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이를 말한다.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 중간에 서 있는 존재. 사람들은 착한 사람을 일러 '날개 잃은 천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14년 동안 어르신들에게 '밥순이'가 된 이가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오랫동안 남구 지역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해주고, 손발이 되어 주는 등 어르신 돌보는 일이 몸에 밴 이가 있다. 그는 남구여성자원활동센터 장인수(58) 회장이다.

그는 지난 1998년 학부모 소개로 남구여성자원활동센터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장씨는 결혼 후 전업주부로 자녀들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면서 가정일만 해왔다. 평소 허약체질인지라 가정과 사회 생활을 함께 한다는 건 그에게는 무리였다.   

그러나 자녀들이 성장하고 난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장씨에게는 우울증과 함께 몸이 더욱 좋지 않았다.

"자녀들이 클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몸이 허약해 밖에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가정일을 함께 한다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지요. 그랬더니 점점 더 몸이 아픈 거 같고,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하루종일 집에 누워 있기 일쑤였죠. 그러다 우리 아이 친구 엄마 소개로 봉사활동을 나가기 시작했어요."

처음 봉사활동을 한 건 노인복지관에서 설거지를 하는 일이었다. 엄청난 설거지양이었다.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봉사가 끝난 후 몸은 아주 고단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이런 게 그를 봉사활동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처음엔 몸이 약해서 과연 저 많은 설거지를 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어요. 봉사가 끝난 뒤에 몸은 피곤했지만 무언가 다른 이를 위해서 했다는 즐거움이 느껴져서 집에 오는 길이 행복하더라고요. 이런 매력에 재미 있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장씨는 자신이 작게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즐겁다. 허약한 체질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봉사활동이 몸에 배 전혀 고단함을 느끼지 못한다.

남구여성자원활동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장씨는 회장직까지 올랐다. 그는 "단지 내가 즐거워서 활동한 게 벌써 10년이 넘었다"면서 "한 것도 없는데, 연수만 찼다고 준 거 같다"라고 쑥쓰러워했다.

그는 남구여성자원활동센터에서 3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1주일에 한 번(월요일) 반찬을 만들어 30가구 홀몸노인들에게 네 가지 반찬을 배달한다. 오랫동안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다 보니 장씨 '팬'도 생겼다.

"어느 날부터인가 작은 포스트잇 종이에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써서 반찬통에 넣어서 보내주시는 어르신들이 부쩍 늘었어요. 감사한 마음에 그 포스트잇을 모아서 한 켠에 붙여두었어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부모님한테 드리듯 건강을 생각한 반찬 몇가지 뿐인데, 이렇게 맛있게 드셔서 오히려 제가 어르신들께 감사해요."

장을 본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장인수 회장 모습.장씨를 만나러 센터에 간 날 오후에도 그는 여전히 어르신에게 줄 반찬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본 후 정리하기 바빴다. 김장김치와 닭볶음 요리를 하려는 재료들이 냉장고와 자원활동센터 한 켠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반찬재료 정리에 손놀림이 바쁜 와중에도 미소를 지으며 "손수 만든 반찬이 든 반찬통이 텅텅 비어 있을 때 마음이 가장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인근 병원과 요양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책을 배달하고 있고, 노양원에서는 어르신들과의 산책, 식사드리기, 씻겨드리기 등 요양보호사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40대 중반부터 한 봉사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산다고 한다. 봉사를 시작으로 허약체질이었던 몸 상태도 좋아지고, 오히려 가족과 더욱 돈독해졌다.

봉사 시작 전 몸이 안 좋았던 장씨에게는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봉사를 하면서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즐거워졌다. 이후 남편과 자녀들이 집안일을 도와주고, 심지어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하는 일도 자녀들이 도와주면서 성장한 아이들과의 대화도 늘었다고 한다.

"나에게 봉사는 즐거움 그 자체에요. 항상 누워서 지쳐 있던 나에게 활력을 주고, 그로 인해 집안에 웃음도 늘었어요. 남편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 건강한 엄마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장씨는 "봉사는 남에게 베푸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워오는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한다.

"봉사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거에요. 더구나 남들과 함께 나누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업주부로만 있다가 봉사단체가 있는지도 모른채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시작했어요. 좀더 빨리 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테…" 욕심이라면 욕심일까. 그에게 봉사는 그야말로 '천사'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봉사활동으로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준 데 정말 감사하다"면서 "다른 이들도 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활동을 하루빨리 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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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2011-10-26 14:06:17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몸속 깊이 베이신 듯 합니다. 저는 이제야 조금씩 시작한 새내기여서 아직 봉사란 단어가 어색할때가 많습니다.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실행으로 옮기기가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좋은 인연으로 회장님과 같이 동참하게 되어서 참 감사하고 즐겁게 봉사의 스타트를 한 것 같습니다. 회장님! 앞으로도 따뜻한 마음 변치마시고 좋은 일 많이 하시길 바라며 회장님 건강도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회장님 화이팅!

장인수 2011-10-20 00:13:43
좋은 말씀 올려 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누구나 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입니다. 자원봉사활동에 힘이 되는 고귀한 말씀에 더욱 더 자원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해 즐거움을 전파하는 따뜻한 이웃, 이웃사랑을 적극 실천하는 그런 자원봉사자가 되겠습니다.

이순철 2011-10-18 17:12:55
머리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한 자기 수양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만이 할 수있는, 그 어느 기부 보다도 값지고 훌륭한 일입니다. 아름다운 천사 장 인수 선생님, 외롭고 힘든 많은 분들이 선생님의 봉사에 따뜻한 겨울을 맞이 할것을 생각하니 흐믓하고도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더욱 힘내세요!

우리 아이 친구 엄마 2011-12-14 17:57:01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많이 건강해지고 밝고 생생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보기 좋아요
이웃사랑 오래 할수 있도록 건강관리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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