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꾸준히 행하기 - 신우항 / 언어인지상담사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은 우리가 어려서 부터 너무나 잘아는 동화이다. 이 동화의 교훈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교만하여 상대를 우습게 여기면 실패하고, 지극히 재능이 모자랄지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일관되게 행하면 성공한다는 진리...
모두가 다 아는 이 진리가 여전이 회자되는 이유는 뭘까. 알고는 있지만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은 그 '일관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2021년 벗꽃이 흐드러지는 4월의 어느날 V아동과 어머니가 우리 기관을 찾아 오셨다.
눈부신 4월의 햇살만큼 화려한 V아동모는 다소 소심하고 무난한 V아동과 겉모습부터 대비되었다.
대화를 해보니 어머님과 V아동은 성향이 정 반대인데, 따님이 아동 부를 닮은 것이었다.
화려하고 외향적이며 성격이 급한 V아동모는 소탈하고 느긋한 V아동부를 매력적으로 느끼셨을텐데,
함께 삶을 영위해 보니, 많이 달라 속이 터진다고 말씀하시고, 특히 남편을 닮은 V아동을 보며 화풀이를 많이 하신 모양이다.
또한 아동부로 인해 화가난 분노를 그 모습이 투영된 V아동에게 쏟아내시기를 여러차레 하신것으로 보여 어머님도, V아동도 심리적으로 많은 상처가 있어 보였다.
예상대로 검사결과도 많이 좋지않게 나왔다.
또래 아동에 비해 언어부분이 상당히 낮게 나왔고, 심리부분도 심각하게 나왔다.
결과서를 보여드리니 예상대로 빠른 반응을 보이셨다.
" 우리 아이 어떻게 해요 선생님!!!"
"언어는 저희 기관에서 하시구요, 심리는 저희 기관과 저희가 추천하는 기관에서
두번 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어머니와 V아동 모두요..."
"같은 사람에게 두번 하시기 보다 각기 다른 사람에게 심리적 상담을 받으시면 더 나은 결과를 얻게 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저희가 추천하는 기관이 많이 멀어요."
"강화입니다."
필자는 어머님께서 많은 고민을 하실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김포에서 강화가 많이 멀다 할 수 는 없지만 왕복 시간으로 하면 적어도 1시간 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의 예상은 보란듯이 빗나갔다.'
"할께요! 하겠습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상담심리를 하면서 이렇게 잘 받아들이시는 분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부탁드리는게 본인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모두 실천하셨다.
딱 2개월 정도만...
치료 중간에 여러차레 말씀드렸던, 상담사가 말하는 모든것은 지키기 어려우며,
다 못지키시는게 당연하니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말고 꾸준히만 부탁드렸는데...
정말 불꽃같은 치료의 삶을 살다 2개월만에 포기하셨다.
조금 더디더라도 거북이와 같이 꾸준히 치료를 받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일관성있게 꾸준히..." 라는 명제가 진정 어렵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 에피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