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두드리며 믿음 쌓아나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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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두드리며 믿음 쌓아나가죠"
  • 김지숙 객원기자
  • 승인 2011.10.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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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성창훈 -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의 만남


겐지 게겐지 겐지 게겐~ 신나는 풍물교실

햇살이 가늘어진 며칠 전 오후. 부평구 십정동 '풍물패 더늠' 연습실이 요란하다. 건물 전체 고요함을 깨듯 악기소리가 공간을 울리기 시작한다. '새벽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판 굿 연습 현장이다.

아이들은 악기에 온 힘을 싣고 동작 하나하나를 살피며 둥글게 원을 그리며 모였다 다시 흩어진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실력이어서인지 제 각각인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던 성창훈(39. 신나는 문화학교 자바르떼 타악교사)씨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호흡과 움직임이 맞아야 돼. 발을 맞춰야 하는데 안 맞잖아. 자 여기서부터 다시 가보자." 성 교사가 틀린 부분을 짚어 주자 아이들은 더욱 꼼꼼하게 자세를 가다듬는다. 북, 징, 꽹과리, 장구, 소고 등 저마다 다른 악기들이 아이들 움직임에 따라 구성진 소리를 빚어낸다. 어느새 연주는 제자리를 찾았다.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판 굿을 벌이며 힘찬 연주를 선보였다.

"얘들아, 여기까지 하고 잠시 쉬어가자." 한 차례 긴 연습이 끝나고 성 교사가 숨을 고르자, 아이들은 제 몸과 하나가 되었던 악기를 떼어내며 금세 장난기를 발동시킨다.   


풍물이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다

성 교사는 '새벽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6개월째 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매주 화요일 연습실을 찾아오는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판 굿 중 하나를 연습 중이다.

"박자와 소리를 맞추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공동체임을 느끼고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죠.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이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되더라구요."

성 교사가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신나는 문화학교 파견교사로 2005년~2008년 중구 신흥동 '옹기종기지역아동센터'에서 풍물수업을 진행하던 시절이다. 동작이 큰 풍물을 가르치기에는 아동센터 공간이 너무 좁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센터 선생님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 덕분에 주민자치센터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좋은 환경과 선생님들 열정만으론 어려움이 있을 만큼 아이들은 풍물에 대해 관심 밖이었다. 관심이 없으니 산만했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성 교사의 마음길이 보였던 것일까. 아이들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풍물을 대하는 태도는 물론 표정도 밝아지고, 더불어 아동센터 분위기가 좋아지게 됐다. 

"어느 날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아이들 성적도 오르고, 무엇보다 서로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는데, 그런 면이 많이 해소되었다구요. 분위기가 좋으니 아동센터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대기자도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웃으셨죠."

아이들에게 쏟은 수많은 시간과 애정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를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한 아이를 소개했다.

"남자아이였는데 질문도 많고 늘 열심히 했어요. 수업시간에 다른 친구들이 떠들면 스스로 나서며 조용한 분위기로 유도하고, 발표회가 있으면 집에 가서도 혼자서 연습하는 아이였죠. 1학년 때부터 4학년이 될 때까지 배웠는데,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그 아이가 집에 가서 펑펑 울었다고 해요. 이제 풍물수업 못하니 어떡하냐구요."

이런 아이들이 있기에 성 교사는 "힘들고 어려운 여건이어도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지원이 끊겼을 때에도 무보수로 수업을 계속 진행했을 만큼 열의를 보였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음악이 어떤 아이 마음엔 울림으로 다가가고, 그 아이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다.   


'교육'과 '공연' 이어가며 나누고 소통할 것

성 교사는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며 풍물을 가르치는 교사다. 그러나 그 이전에 꾸준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예술인이기도 하다. 현재 '풍물패 더늠'에서 활동하며 길놀이, 퍼레이드국악, 풍물, 난타 등 인천 공연은 물론 전국 공연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성 교사 삶에서 풍물을 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세월을 거치기도 했지만, 시초는 대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물팀 동아리에서다.

"대학교 때 동아리에서 풍물을 처음 접했는데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었어요. 신과 인간의 매개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두드린다는 것, 정서적인 울림이 느껴지는 게 좋았죠. 가락의 다양성도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고요."

졸업 후엔 좀더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기관에서 3년 정도 문하생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과 공연의 길을 넘나들며 바쁜 이중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애정 어린 마음이 더 큰 듯이 보였다.  
"지금까지 기능전수위주 교육을 펼쳐왔다면, 앞으로는 좀더 연구하고 공부해서 이론과 철학이 깔린 교육을 진행하고 싶어요."

스승의 마음과 뜻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 꽹과리를 치며 상쇠역할을 맡고 있는 박종은(13)군이 "풍물은 여러가지 소리가 같이 어우러지니까 더 아름다워요. 전통연희를 앞으로 꾸준히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또 아주 신나는 음악이라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꼭 소개하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악기, 그것에 힘을 실어 제 맛을 낼 수 있게 마음을 모으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보니 몇 달 후 있을 발표회는 꼭 감동적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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