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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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아요"
  • 김도연
  • 승인 2010.03.16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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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세상…봉사의 힘, 봉사의 행복 ③

남구 주안5동에 위치한 용마루야학교 교장 김종화 씨.

취재 : 김도연 기자

"오히려 제가 배우는 점이 많아요."

용마루야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김종화(26) 씨는 야학 선생님으로서보다 사회 후배로 자신의 어머니, 이모뻘 되는 학생들에게서 그들이 경험한 사회에 대해 듣는 것을 감사해 한다.

"현대사에 대해 가르치면서 전 단지 교과서나 참고서를 통해 안 지식들을 전달하지만, 그분들은 실제로 경험한 것을 이야기해주셔서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제가 드리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습니다. 그래서 약간은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요."

그에게 학생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인 동시에 자신이 배워야 할 '인생 선배'라고 말한다.
 
인천시 남구 주안5동에 위치한 용마루야학은 인하대학교 학생 동아리 인하선도회에서 운영하는 야학이다.

현재 고등학교와 중학교 검정고시반에서 모두 20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직장 여성이거나 주부들로, 짧게는 1986년생부터 길게는 1938년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있다.

김 씨가 용마루 야학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부터이다. 학교를 갓 입학한 뒤 여러 동아리를 전전하다 마지막이다시피 발을 들여 놓은 곳이 용마루야학을 운영하는 인하선도회이다.

동아리 회원으로 1년여를 야학에서 교사로 활동하다가 군대를 갔고, 제대하자마자 다시 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군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 야학에서 다시 학생들을 가르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진 않았죠. 그런데 말년 휴가를 나와서 동아리 선배들이 야학에서 어른들을 가르치는 걸 보고 저도 따라 다시 학교로 나오게 됐죠. 그러면서 학교 교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용마루야학교와의 인연의 고리가 그를 다시 학교로 오게 만들었다. 이런 오랜 인연으로 김 씨는 지난달 18일 인천시남구자원봉사센터가 정하는 2월의 자원봉사자로 선정돼 구청장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봉사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범대나 교육대 학생들처럼 정식으로 가르치는 일을 전공하는 것도 아니고, 배움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봉사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지요."

김 씨에게 야학 교사는 봉사가 아닌 나눔을 실천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일에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준비한다.

김 씨는 야학교 교장이면서 학생들에게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솔직히 수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저를 비롯해 모든 학생교사들이 담당교과에 대해 정확하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모두가 수업준비를 열심히 하죠. 학생 모두가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해 필요한 지식을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꼼꼼해야 하거든요."

그를 비롯한 모든 학생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열심인 이유이다.

이런 그가 아쉬워하는 것은 가르치는 방식이나 노하우, 그리고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행정적 지식의 한계이다.
 
"교사로서는 항상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지식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죠. 그런데 결코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선배들의 노하우를 최대한 배우려고 하고 학교 교수님들을 통해서도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교장으로서는 학교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두루 고민합니다. 행정적인 일부터 시작해서 기획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관한 모든 일을 신경 씁니다. 그래도 그동안 어렵다는 생각은 들었어도 힘들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용마루야학의 교장으로서 그가 찾는 보람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음이 아니라 그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함이다.
 
그런 그도 오는 5월이면 야학교를 떠나게 된다. 4학년이라는 신분이 가져다 준 취업 문제 때문이다.

"5월 말 임기가 끝나면 야학교를 떠나 취업 준비를 합니다. 많이 아쉽기는 하겠지만 그동안 용마루야학에서 어머니 혹은 할머니뻘 학생들과의 생활을 통해 간접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는 기억이 가장 많이 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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