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묵 / 공인노무사, 민주노총인천본부 노동법률상담소
지난 7월 25일, 대법원은 용역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ㅌ앱을 통해 차량대여업체 S회사의 차를 운전하던 운전기사 A씨가 S회사에서 일하게 되지 못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이른바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한 첫 번째 대법원 판결이다.
플랫폼 노동은 스마트폰 앱 등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의미한다. 본래 플랫폼은 승객과 열차가 만나는 승강장을 의미하는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온라인 상의 승강장(플랫폼)에서 서비스 수요자(승객)와 공급자(열차)가 만나 노무제공 등이 이루어지는 형태의 노동이 등장한 것이다.
플랫폼 노동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일자리로는 음식배달,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이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12월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국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80만명으로 2021년 11월 기준 66만명보다 14만명이 증가했으며 전체 취업자의 약 3%에 달한다고 한다.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더욱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노동의 등장은 일견 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 완화와 근무시간 및 장소의 유연성 확대라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플랫폼 종사자들이 기존의 고용계약이 아닌 위탁이나 용역 등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과 같은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복잡다단하고 명확하지 않은 계약형태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유럽과 같은 곳에서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상태이다(그 결과 유럽연합에는 플랫폼 종사자 관련 분쟁 발생시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로 추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한국에서도 역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에, 플랫폼 종사자에게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적용, 배달 플랫폼 사업자에게 배달종사자와 관련한 안전보건의무를 일부 부과하는 등 보호 제도가 부분적으로나마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서 플랫폼 종사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미비한 상태이다.
7월 25일의 판결을 보면 이러한 플랫폼 종사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에는 개별노동계약을 맺을 필요성이 적은 사업구조, 일의 배분과 수행방식에 알고리즘이나 복수의 사업참여자가 관여하는 노무관리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존의 판단기준들을 적정하게 적용하여야 한다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판단기준을 적정하게 적용한 결과, 외관상 플랫폼 종사자에게 업무수행과 관련한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실질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 종사자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적인 관계에 있고, 따라서 A씨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법원은 복잡다단한 계약구조에서 실질적인 계약주체로서 책임을 지는 사용자를 찾는 일도 병행하였다. A씨와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나 ㅌ앱을 운영하는 회사 모두 독립적인 업무 결정 권한을 갖지 않고 S회사의 업무 일부를 대행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주체로 볼 수 없고, A씨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근무시간·장소의 지정 등은 실질적으로 S회사가 모두 한 것이므로 A씨의 사용자는 S회사라고 판단하였다.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모든 플랫폼 종사자들이 불합리한 경우에 빠질 때마다 법원에 갈 수도 없는 만큼 판결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는 어렵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자는 사회적 합의와 그를 위한 제도개선이 뒤따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