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열 /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장
지난 8월 13일 인천시 행정은 2024년 12월 31일자에 그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던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이하 인천마을센터)의 업무를 재위탁 하지 않고 시에서 운영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직영을 하려 한다는 전언도 따랐다. 하지만 이는 직영이 아니라 공모 사업만 존치하며 추후에는 언제든 마을관련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는 수순에 불과하다.
이런 인천시 행정의 움직임에 대하여 인천의 10개 군구에 소속된 마을공동체와 마을 활동가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급히 구성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천마을센터 폐지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 안에서 인천시 행정은 몇 가지 대응 논리를 펴면서 시의회에 미리 협조를 구하는 한편 마을에서의 질의에 응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8월 19일(월요일) 비상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인천시 행정은 마을센터 운영의 효율성을 빌미로 언론을 상대했다. 하여 관련된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천마을센터의 직영
직영이라고 하려면 센터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센터 안에 여러 팀들이 존재하며 마을사업 전반을 운영할만한 전문가들로 구성, 운영되어야 한다. 청양군의 경우와 같이 지역활성화 재단을 만들어 마을공동체센터를 운영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청양센터는 7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조사연구와 공동체와 할동가들의 역량강화, 협력과 연대 등의 사업을 통해 청양군의 마을 활동을 망라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 행정에서 구상하는 것은 임기제 공무원 2-3인을 모집하여 행정 안에서 활동하려는 것이다. 이는 직영이 아니라 단순한 공모사업의 유지를 뜻하며, 10개 군구의 마을과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민관협력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이끌어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천시 행정은 직영으로 전환하려는 것이 아니라 행정 안에 소속된 임기제 공무원을 충원하여 최소한의 공모사업 유지 정도로 가닥을 잡은 것이 분명하다.
마을 공동체의 효율성
이 효율성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시 행정의 역할과 일반 시민들이 활동하는 영역의 목표와 성과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더구나 그에 대한 기준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시 행정은 마을지원센터가 인력에 비해 사업비가 너무 작아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행정이 하는 사업과 시민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하는 사업은 그 내용 자체가 다르고 그 평가 또한 달라야 한다. 따라서 효율성에 대한 문제는 기준이 명확해야 논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시 행정에서는 인건비와 사업비를 단순비교하며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시민들이 주로 하는 일은 대부분 행정의 범위를 벗어나 사회적 연대와 공공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다양한 인도주의적 기능을 수행한다. 행정은 사회의 질서를 지키고 공공시설을 만들고 관리하며 복지에 힘써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교과서 같은 정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을지원센터는 그 둘 사이의 간격을 보충하고 다양한 시민들을 연결하며 때로는 행정이 다 하지 못하는 매우 소소하지만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일들을 진행한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효율성’의 기준은 행정이 말하는 비용대비 산출결과로 나올 수 없다.
예산 편성권, 예산 심의권
그렇다면 지금의 이런 비효율적 구조는 누가 가져왔는가? 먼저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인건비와 사업비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인천마을센터는 예산과 관련해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가? 비효율성을 개선할 주체는 누구인가? 예산을 계획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천시 행정이 하는 일이다. 소위 예산 편성권은 오직 인천시 행정의 고유 권한이다. 그리고 그 예산에 대한 심의는 시의회가 하도록 되어 있다.
민간위탁에 의해 운영되는 마을지원센터는 예산과 관련한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작금의 사업비와 인건비의 비효율적 구조는 센터가 만들어낸 구조가 아니라 시행정이 계속 방임한 결과이다.
그간 마을센터는 매년 사업비 증액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다. 하지만 마을과 관련한 예산은 늘 동결되거나 심지어 축소되어 왔다. 센터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운영되어 오며 그 사업의 필요와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인력이 충원되기도 하고 사업이 증가하기도 하였다. 주민자치 관련 사업의 경우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원을 확충해 진행하다가 독단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기도 한다. 그런 결과로 사업예산은 사라지고 센터에서는 자구책으로 비예산 사업으로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센터는 예산을 아껴 쓰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비예산 사업을 진행해 왔다. 가령 시 행정의 사업을 전적으로 마을센터가 컨설팅하거나 마을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의 비예산 지원을 해 왔다. 10개 군구나 되는 인천광역시는 민간위탁 센터가 중구 한 곳 밖에 없기에 군구 센터의 역할도 자임해야 했다. 군구 행정과 협력하며 그 역할을 나누어지고 있고, 광역시 센터의 사무에 얽매이지 않고 군구의 다양한 활동가들과 마을 공동체들을 직접 만나며 사업을 견인해 왔다.
그럼에도 그와 관련한 비용은 사업비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고, 센터의 효율성을 증명할 자료로도 사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민간위탁을 받아 운용되는 시민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천광역시의 마을센터는 행정의 요구대로 “효율성”을 증명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자신 있게 요청한다. 사업비를 늘려주고 광역 센터의 위상에 걸맞게 마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마을 단위에서 펼칠 수 있는 새로운 마을관련 정책을 생산해 내어 인천광역시의 마을공동체들과 활동가들을 견인할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확장해 달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민간위탁 제도
인천마을지원센터는 “인천광역시 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시행 2024. 6. 10.] [인천광역시조례 제7280호, 2024. 6. 10., 일부개정])에 의해 위탁 운영되고 있다. 그 목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지방자치법」 제117조제3항에 따라 인천광역시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 중 일부를 법인ㆍ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위탁함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민간의 행정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사무의 간소화로 인한 행정능률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개정 2021.12.30.>
민간위탁을 하는 목적은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의미는 민간의 행정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것이 사무 간소화와 행정능률의 향상 도모이다. 그런데 인천시 행정에서는 행정능률에 관한 용어만 사용한다. 민간(시민)의 시정 참여는 뒷전이다. 이것은 시민의 권리를 지극히 제한하는 태도이며, 민간위탁과 관련한 조례 자체를 깨뜨리는 행위이다.
인천마을센터는 인천광역시(유정복 시장)와 300만 인천시민을 대표한 시민들의 공동체가 1:1로 협약을 맺은 결과로 탄생한 기관이다. 인천시에서 300만 인천시민 앞에 공고를 내어 그 공고 내용에 부합한 시민들의 모임에서 이 사업을 위수탁하고 협약을 맺은 것이다. 그리고 그 협약의 목적은 위에 열거한 민간위탁에 대한 조례에 근거한 것이다. 가령 시행정에서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고 마을 관련 사업들의 진행에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고 다른 방식으로라도 시민들의 행정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그것은 읍소가 아니라 시민들의 명확한 권한이기에 당연한 수순이다.
과거에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시대에는 행정의 독주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조례로 제정되어 있는 민간위탁의 사무가 어느 한 순간 일방적으로 폐지가 고지되어 센터 폐쇄의 수순을 밟는다면 이는 300만 인천시민의 건강한 행정 참여를 독단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심지어 ‘공모사업으로 운영되니 축소는 아니다’라는 말로 시민의 당연한 권한을 가로막는 것은 심각한 시민 권리에 대한 침해로 볼 수밖에 없다.
마을의 요구
마을지원센터 폐지에 반대하는 비대위에서는 지난 8월 19일(월) 오전 10시 시청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아래와 같이 천명하고 요구하였다.
하나, 일방적으로 마을지원센터 민간위탁을 폐지한 것에 반대한다.
하나, 인천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지원센터 폐지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
하나, 인천시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치행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인천시와 시의회는 행정, 의회, 전문가, 마을공동체 간 공론장을 만들어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라.
인천의 마을공동체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며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비빌 언덕이 될 만한 시민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위탁센터를 유지하는 것이 그리 과분한 요구인가?
행정의 서비스나 공모사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함께 엮어갈 미래를 꿈꾸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새삼 “시민이 행복한 세계 초일류도시 인천”이라는 슬로건이 공허하게만 보이는 이유는 시민이 원하는 행복에는 관심이 없고 행정에서 원하는 행복을 느끼도록 강요당하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