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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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축제
  • 윤종만
  • 승인 2011.11.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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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윤종만 / 청학동마을공동체 마을과 이웃 대표


우리 마을 청학동에는 조선시대 성종 때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령 529년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우리 마을 어린이들이 '느티나무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연수구보호수이다.

10월이 저물어가는 토요일, 느티나무할아버지 앞마당에 시끌벅적 마을잔치가 벌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난 착한 이웃들은 며칠 전부터 붙어 있던 안내문에 따라 느티나무 골목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한 대도 빠짐없이 이동시켜 주었다. 

준비위원들이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쓸어내렸다.우산만다라, 페이스페인팅, 나무목걸이, 연 만들기 체험부스가 골목길에 펼쳐지고, '제3 회 느티나무와 함께하는 마을이야기 축제'의 백미인 전통혼례청이 들어섰다. 마을 잔치를 위해 하루영업을 포기하고 자원봉사에 나선 느티나무 앞 식당에선 국수국물이 설설 끓기 시작하고, 절편과 인절미, 편육을 정성껏 담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일찍부터 자리를 잡으신 어르신들은 느티나무에 예를 올리고 막걸리 잔을 나누신다.

마을공동체학교 풍물패 어린이들이 흥겨운 가락에 맞춰 동네 골목골목을 휘저으며 "국수 드시러 오세요"라고 소리를 친다. 어느새 골목길은 활짝 핀 이웃들로 인산인해다. 지난해보다 곱절은 더 많이 모인 듯하다. 어떻게 하면 마을주민들이 주인으로서 즐기고, 만들고, 나누는 축제를 이어갈 것 인가? 작년부터 시작한 마을과 이웃을 사랑하는 천사(1004)명단이 올해도 빛을 발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65세 이상 노인1000원, 어른 2000원씩 모은 1504명의 이름이 행사 리플렛에 빼곡히 채워졌다.

부족한 부분들은 마을공동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기관, 단체, 기업, 상점의 후원과 협찬으로 채워졌다. 마을사람들이 관객이 아니라 축제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참여한 것이다.

'느티나무와 함께하는 마을이야기'를 주제로 글짓기와 사생 대회도 열렸다. '느티나무상'이란 이름으로 10명의 어린이들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마을공동체학교 역대 교장선생님 세 분과 마을경로당 회장님 두 분이 시상자로 어린이들을 격려해 주셨다. 느티나무 아래서 가족과 여러 이웃들의 칭찬과 지지를 받은 우리 마을 어린이들의 행복한 추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OX 퀴즈 한 마당에 참여한 주민들은 백제우물터, 문학산성, 삼호현, 외국인묘지, 황부사송덕비, 중바위 등에 얽힌 문제를 풀면서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품게 되었으리라.

지난 13년간 마을공동체 활동을 이어온 우리 마을은 올해 들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생활문화공동체사업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느티나무 주변 전시공간은 주민들이 만든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유네스코인천광역시협회와 함께 진행한 퍼니퍼니생활공작소(한지공예), 시 창작교실, 사진교실, 활동가양성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 수줍은 새 색시처럼 선을 보인 것이다.
 
마을 앞 큰길에서부터 이어진 느티나무 골목 주변엔 1주일 전부터 전통혼례를 알리는 청사초롱이 매달렸다. 멀리 일산에서 마을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탈춤수업을 와주신 자원 활동가 선생님 혼인식이 마을사람들의 축복 속에 성대히 열렸다. 올 봄 벚꽃이 만개하던 날에 마을네트워크모임을 통해 청학동 느티나무 아래서 처음 만난 신랑 신부의 인연이 가을날 전통혼례로 이어진 것이다. 느티나무할아버지는 진짜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되었다. 마을 어린이들은 선생님께 배운 탈춤으로 축하공연을 준비했다. 이렇게 노소동락의 기쁨으로 느티나무 골목에서 펼쳐진 세 번째 마을 이야기는 빛깔 고운 단풍처럼 이웃들의 가슴을 물들이며 마을이 하나가 되어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 마을에서는 청학동마을공동체학교 학예발표회 준비가 한창이다. 그동안 마을에 있는 교회교육관을 빌려 열렸던 행사인데, 운영위원회와 마을학교 교사회의에서 올해 여섯 번째 발표회 장소를 연수구청대강당으로 결정했다. 우리 마을 어린이들에게 큰 무대에 서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기로 한 것이다. 발표회 말미엔 마을학교 어린이 전원에게 시상식을 할 계획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어린이들에게 지역 기관·단체장 40여분이 오셔서 지지와 격려의 뜻으로 상을 주기로 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과 마음들이 모아진 것이다.

문학산 기슭 오백년 느티나무마을엔 도심 속에서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이웃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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