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인천의 어른' 등장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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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인천의 어른' 등장을 기대하며
  • 최재성
  • 승인 2011.11.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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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최재성 /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얼마 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1청년문화축제-청년, 우리들의 꿈 이야기'에서
청년들이 빨간 손수건을 흔들며 꿈을 노래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이다. 1997년 필자는 부천YMCA 청소년사업부 지도자였다. 요즘 시민단체 직급으로 보면 간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20대 후반 나이로 나름 청소년운동을 한다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지만, 도저히 정서상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당시 유행했던 여학생들의 '깻잎머리'와 일명 '똥싼바지(힙합바지)'였다. 중3쯤 되는 조그만 여학생이 단발머리를 소가 핥은 듯 착 붙여 검은 실핀을 촘촘히 꽂은 머리를 하고, 강호동이 입을 만한 펑퍼짐한 바지로 온 동네 먼지를 쓸고 다니는 모습은 쳐다보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물어봤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대답은 이랬다. "이러면 어른들이 싫어하잖아요. 싫어 죽겠는데 대놓고 말도 못하는 어른들 얼굴을 보는 게 정말 통쾌해요."

한없이 자신을 옥죄는 현실에 대해 그저 어른들이 싫어하는 방식으로 반항했던 아이들이 이제 표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자신들의 삶에 무관심한 정권과 정당을 날려버리고 있다.

서울의 20·30대는 야당을 선택한 것도, 시민단체를 선택한 것도, 박원순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자율학습에, 학원에 과외에, 밑도 끝도 없이 돈을 퍼부어가며 경쟁했지만 뒤로 밀리기만 하는 현실. 취직도 안 되고, 돈이 없어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함부로 낳을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다가 마지막 선택으로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이 희망마저 이들을 외면한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므로 서울시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촛불 이후로 20·30대가 정치적 각성을 했다느니, 진보 대열에 합류했다느니 하는 평가는 일리는 있으나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들의 삶과 생활을 찾아주느냐 문제이다. 안철수, 박경철, 김난도에 청년들이 환호하는 것은 그들이 잘나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청년들의 삶과 생활에 관심을 기울이고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는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천의 20·30대를 생각해본다. 온갖 게임에서 '루저'인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10학년도에 이어 2011학년도에도 수능 꼴찌. 인구 1,000명당 서울대 진학률은 울산과 함께 10여년 째 최하위권. 인천 교육의 현 주소이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2011년 3월 현재 인천의 실업률은 6.3%로 전국 최고(전국 평균 4.3%)이고, 2011년 1/4분기 청년 실업률 11.0%로 전북(11.6%)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전국 평균 8.8%). 정부 공식자료보다 실제 실업율이 4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니, 인천의 청년 절반 가까이가 실업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그다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청년들을 방치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경제자유구역 성공이니, 경제수도 건설이니 하는 '한 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때까지 청년들이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인천시와 기업, 대학,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청년들에게 삶의 희망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때이다. 청년들의 분노와 애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돕고자 나서는 진정한 '인천의 어른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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