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귀화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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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귀화식물
  • 정충화
  • 승인 2011.1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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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털별꽃아재비


식물체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흙과 물, 햇볕과 바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씨앗을 퍼뜨려 번식하기 위해서는 벌, 나비, 새, 바람, 조류 등 외부 도움이 있어야 한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노랫말 속 봉선화는 씨앗을 모체에서 가장 멀리 퍼뜨릴 수 있는 때를 기다려 껍질을 터뜨리고, 민들레 역시 바람이 가장 적당히 부는 순간에 갓털들을 날려 보낸다. 

길을 오가다 보면 생육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척박한 환경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을 만날 때가 많다. 철로변의 담벼락에서 자라는 풀들이나 흙이라곤 전혀 없는 아스팔트 위에서 꽃을 틔운 식물을 볼 때마다 경외심이 들곤 한다. 무심코 지나쳐서 그렇지 우리가 사는 도시의 주택가 골목에도 자세히 보면 수많은 식물이 살고 있다. 대부분의 식물이 겨울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11월 하순에도 작은 몸에다 수줍게 꽃을 얹은 식물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바로 ‘털별꽃아재비’이다. 

털별꽃아재비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 귀화식물로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전역 산야와 길가 공터, 들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로 개체수가 급속히 증가하는 식물이다. 줄기는 10∼50cm 정도까지 자라며 식물 전체에 털이 많이 나 있다. 마주나기로 달리는 잎은 길쭉한 달걀꼴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나 있다. 

꽃은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피는데 지름이 5mm에 불과하다. 꽃 외곽을 두르는 5~6장의 흰색 설상화는 끝이 세 갈래로 갈라져 있으며, 안쪽의 중심화는 노란색으로 다섯 갈래다. 가축의 사료 또는 퇴비로도 이용된다는 이 풀은 쓰레기 더미에서 잘 자란다 하여 ‘쓰레기꽃’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죽을 때까지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 채 살기 때문에 자칫 열등한 생명체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식물만큼 똑똑한 존재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식물들은 주변 여건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를 환경에 맞추면서 생명의 끈을 이어간다. 또한 자기 삶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제약을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헤쳐 나가며 자연계의 순환을 돕는다. 

실상 자연계의 질서를 가장 많이 어지럽히고 무너뜨리는 생명체는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다. 우리는 개발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그릇된 정책을 밀어붙인 통치자와 그 추종 세력에 의해 수천, 수만년 이어온 자연 생태계가 무참히 파괴되어 가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 순환의 섭리를 거스른 결과는 기후변화를 통해 우리 삶이 위협받는 형태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자연 환경을 바꾸는 행동들을 속히 멈추지 않는다면, 자연의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잠시 빌려 쓰다 가는 객이지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할 때다. 

글/사진 : 정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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