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도심 개발지역 석면처리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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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도심 개발지역 석면처리 심각"
  • 이희환
  • 승인 2011.1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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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최미경 전국석면환경연합회 인천본부 대표

지난 17일 오후 도화오거리에서 제물포 북부역으로 올라가는 오른편 가로 건물들에는 철거가 임박했는지 그물망이 쳐져 있었다. 이곳에는 인천도시개발공사에서 주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곧 철거를 진행하기 위해 안전그물망을 쳐놓았다. 그러나 인천의 대표적 도시재생사업 선도지구로 지정되었던 도화지구는 아직도 전체 개발계획 밑그림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다만 진행된 게 있다면, 이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왔던 주민과 상인들에게 보상을 주어 내보냈다는 점이다. 

도화지구에는 아직도 보상을 거부하고 인천시와 도시개발공사에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주민들이 남아 있다. 이들을 위해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3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최미경 위원장이 이날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한다고 초대해 개소식에 참석했다. 사단법인 전국석면환경연합회 인천지역본부. 수년간 도화주민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도시개발 문제 '반전문가'가 된 그이지만, 전문적인 환경문제를 다루는 석면환경연합회를 연다는 것이다. 그이와 함께 도시개발문제를 공공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민단체를 함께하고 있어 사실 걱정이 없지 않았다. 개소식에 다녀온 이후 최미경 대표와 이런저런 궁금증과 우려를 담은 질문을 던졌다. 


이희환 : 11월 17일 전국석면환경연합회 인천지역본부를 열었습니다. 손님들은 많이 오셨나요? '석면인천지역본부'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문을 연 건가요?

최미경 : 개소식 시간을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알렸더니 여러 분이 차례로 다녀가셨습니다. 그간 도화주민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석면처리 문제점과 석면에 대한 관계자들의 교육이 절실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지역에 석면안전관리에 대한 인식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는 마음에서 '석면 활동'을 진행하면서, 단체를 만드는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와 시공사 관계자, 인천시민들에게 석면에 대한 충분한 홍보가 이루어져 석면이 안전하게 처리되고 석면으로부터 생활환경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희환 : 최미경 대표는 도화지구 주민대책위원장으로 그간 도화지역 주민들의 이주대책과 보상대책을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도화지구 개발이 있기 전에는 이곳에서 치킨집을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위원장까지 맡게 되었는지 과정을 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최미경 : 사실 저는 도화개발 이전까지 개발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누구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장사하던 분들이 너무 노령이어서 당신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하고 젊은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는 개발공문을 들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특히 보상이 2년여 지연되고 인천대학교가 송도로 이전한 후 생계에 타격을 받게 된 상인들과 모여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대표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상인들의 단결로 인해 시의회에 도화특위가 구성되었고 보상이 시작되면서 주민전체에 대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도화주민대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대책위원회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무허가거주자에 대한 토지변상금 문제를 알게 되었어요. 변상금 통지서를 들고 사무실로 찾아와 해결을 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때문에 또 열심히 도시개발공사와 인천대학교 등으로 뛰어다니며 사정도 하고 관련 법을 찾아 해결을 요구했으나 모두 안 된다는 말뿐이더군요. 그런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에 단체민원을 올렸고, 그로 인해 힘든 주민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강제수용재결에 의한 감정평가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상인들 문제만 해결하면 되려니 하고 시작했던 일이 벌써 3년을 훌쩍 넘었네요.

이희환 : 그런데 도화주민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서 많은 오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도 여러 구설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그런 겁니까?

최미경 : 구설수는 상인회 대표를 맡는 그날부터 들었던 일입니다. "어떤 남자와 내연의 관계라더라" 하는 소문을 시작으로 "암투병 중인 아버지를 찾아가 당신 딸이 어떻게 하고 다니더라" 하는 말까지 전해지고, 면허도 없는 저를 보고 "소형차에서 중형차로 바꿨다더라", "어떤 업체에서 돈을 받았다더라" 등 별별 소문과 구설수에 오르내렸죠. 이권이 오고가는 개발현장에서는 항상 이런 터무니없는 말들이 넘쳐나는 것 같아요. 한때는 함바를 통해 이권에 개입을 했다고 해서 남부경찰서 강력계에서 내사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결국 남부서에서 내사를 진행하다 자체종결을 했다고 하더군요. 가장 최근에 들은 말은 업체에서 차를 사준다고 했다더군요. 제가 많은 민원을 넣다 보니 철거업체나 석면업체에서 제게 돈을 줬다느니, 얼마 전 인천시 석면회의에서 제가 일부러 도화동에 석면을 뿌리고 석면으로 돈을 벌려고 했다는 발언도 나왔다고 하더군요. 저를 모르는 분들은 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명을 늘어놓을 수 없으니 묵묵히 일만 할 뿐입니다. 할 일이 많아서 그럴 시간도 없구요. 또 시간이 지나다 보니, 과거 그런 소문들로 오해를 했다고 미안해 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희환 : 현재 도화지구 현황은 어떻습니까? 주민대책위 활동이 어느 정도 끝나서 석면활동가로 나선 것인가요? 지난 10일에는 도화오거리에서 주민집회를 열기도 했는데, 남아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 도화지구에 남은 문제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미경 : 현재 도화지구 상황은 사업을 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또다시 인천시가 사업성 검토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단지 진행되는 것은 철거업체를 선정해 대책 없이 철거를 강행하려 해서 주민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주민이 다니는 길을 막는 펜스 작업이 있었는데, 철거업체와 도시개발공사가 현장에 있던 모든 주민들을 고소를 했습니다. 저 역시 며칠 전 조사를 받았구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남아 있는 한, 도화주민이 도화구역에서 모두 나가서 삶의 터전을 찾기 전까지는 주민대책위원회 일은 계속될 것이구요. 또 다음 달 도화주민재정착위원회가 발족될 예정입니다. 현실적인 이주대책과 생활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나갈 예정입니다. 도화지구 문제도 심각하지만, 가정동을 비롯해 지금 인천 여러 지역에서 곡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현장에 갈 때마다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 형제와 자매가, 내 친구가 터전을 잃고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고, 먹고살기 바빠 아무런 관심도 갖지 못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칼을 들고 길로 나와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 투쟁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천시가 이런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시민들이 일어나 절규하며 분노하는 소리가 확산되지 않고 멈춰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시민이 투표해서 시의회로 보낸 시민의 대표들이 인천시에게 요구해 주었으면 합니다. 자신들 지역구 주민들의 절규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 대표들이 투쟁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이희환 : 참으로 답답한 현실입니다. 화제를 바꿔서 다시 석면문제로 돌아가보죠. 세간에는 주민대책위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석면문제에 접근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환경전문가도 아니면서 이렇게 나선 이유는 무엇인지 주민들에게도 알릴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최미경 : 네, 물론 저는 환경전문가는 아닙니다. 환경이라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헤아릴 수도 없구요. 하지만 현장에서 석면을 처리하는 과정과 그와 관련된 업체, 공무원들, 시 행정에 많은 문제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석면업체들의 열악한 작업환경도 심각합니다만, 재하청으로 인한 저가 공사비로 인해 석면문제가 가중되고 있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이를 관리·감독할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사업시행사 현실에 맞지 않는 해체·제거비용, 특히 입찰과정에서 철거업체에게 석면까지 한꺼번에 입찰에 참여하게 해서 결국 헐값 하청을 조장하고, 재하청까지 눈감아 주고 있는 상황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서 석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희환 : 인천 도시 곳곳이 재개발지역이어서 건물 철거가 다반사로 벌어지는데, 석면처리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군요. 그런데 앞으로 '석면인천지역본부'를 이끌려면 석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해야겠네요. 석면공부는 많이 하셨습니까? 어떻게 공부했는지요?

최미경 : 석면교육은 (사)전국석면환경연합회 서울본부를 통해서 받았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석면법이 최근에야 비로소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석면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분이 인천지역에 몇 분 안 되는 것 같아요. 공부는 하고자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날그날 현장 상황을 통한 현장공부와 더불어 현장상황에 관련된 법을 매일 공부하고 있습니다. 석면은 알면 알수록 재미 있는 분야 같습니다. 차후 학교 공부도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희환 : 학교 공부도 다시 시작하신다구요? 그런 용기와 추진력이 최미경 대표 장점인 것 같군요. 현재 인천에는 도화지구를 비롯해 가정오거리 지역에도 석면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사람과터전', YMCA, 가정오거리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도 열었는데, 인천 구도심개발지역 석면처리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죠?

최미경 : 인천시에 석면을 전문적으로 알고 대처를 하고 있는 부서가 거의 없어요. 시 환경정책과에 석면을 담당하는 분이 한 분 정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화동이나 가정동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석면으로 인해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인천지역에서 저희가 석면 관련 전문단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인천지역의 석면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석면 관련 민원은 대부분 노동청에서 받게 되거나 폐기물과에서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법한 처리를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최근 저희가 겪고 있는 상황처럼, 민원인 신상이 업체에 노출되어 조정과 중재를 요구하거나 금품을 제공하여 입을 막으려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그게 효과가 없으면 민원인을 오히려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민원인을 피의자로 만들려고 계략을 꾸미기도 하죠. 인천지역에서 석면은 민원인이 정확한 법을 알고 진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저처럼 많은 오해를 사게 되고 행동이나 명예에도 제약이나 타격을 받기 쉬운 상황입니다. 

이희환 : 지역마다 '석면주민감시단'이 있지 않습니까?

최미경 : 현재 주민감시단이 구성된 곳은 세 군데입니다. 한 곳은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두 곳은 도화동과 가정동입니다. 가정동은 주민감시단교육과 매주 회의를 통해 안전한 석면처리에 대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화동 같은 경우 인천시에서 주관하던 회의가 도시개발공사로 넘어가며 1차, 2차, 3차 주민감시단을 모집하는 과정 중 이상하게 퇴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희환 :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함께하는 석면관련 연대단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이들 단체와 인천시 사이에 석면협의체도 있지 않은가요? 함께 하지 않고 이렇게 앞장서 나선 이유는?

최미경 : 일단 인천시 합동협의회에 대해 말씀을 드릴 게요. 2010년 2월부터 도화오거리에서 15,000장에 달하는 홍보지로 인천대본관 폭파작업의 심각한 석면문제에 대해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도화동 석면문제가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인천시에서 긴급하게 석면관련 공기관 부서들과 전문가 집단, 주민대표가 모여 도화동 석면에 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였으나 2010년 10월 5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인천시석면합동협의회가 해산되었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공식통보가 아닌 제가 유선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석면담당자가 있으니 그분과 상의를 하라는 것으로 마지막이었습니다. 2011년 11월 10일 가정동에 석면문제가 발생되자 또 다시 인천시 주관 석면회의가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인천시의 석면대처가 얼마나 안일한 상황인지를 깨닫게 하는 회의였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명분뿐인 협의체가 아닌 인천지역의 안전한 석면관리를 위한 명확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석면관련 연대단체가 처음엔 48개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혼자서 앞장을 서게 된 것은 저희 단체와 대립되었던 분들의 노력의 성과가 아닌가 싶네요.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오해 아닌 오해가 연대를 방해한 것 같습니다. 시궁창에 발을 담그면 혹시 진흙이 묻지 않을까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현재 제 입장으로서는 참여를 꺼려하는 분들께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언젠가 현장에서 의혹과 어려움을 이기고 꿋꿋하게 서는 날 인정을 해 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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