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 마을만들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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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마을만들기의 시작
  • 유진수
  • 승인 2011.11.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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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유진수 / '희망을만드는마을사람들' 풀뿌리위원장

 

주민의 자발적 참여 - 마을음악회

지난 10월 말 가을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초저녁, 연수구 동춘1동 작은 공원에서 마을음악회가 열렸다. 무대세트도 없고, 화려한 조명도 없는 그런 음악회였다. 출연자들은 모두 동춘1동에 사는 주민이었고, 관객들도 운동을 나온 주민이거나 편안한 옷차림의 인근 아파트 주민이었다. 동춘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최한 <아름다운 마을음악회>는 악기를 배우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사업으로 연결하여 별다른 예산도 들이지 않고 주민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어 내었다. 이것이 마을만들기의 시작이다.

주민 스스로 문제 해결방안 마련 - 주민 아이디어 축제

지난 11월 4일 주안7동 신기남부시장 앞 마당에서는 살맛나는 동네로 바꾸어가고자 하는 주민들의 아이디어 발표 축제가 열렸다. 주민들은 거주지를 중심으로 팀을 나누어 이틀이라는 빠듯한 시간동안 마을만들기 학습과 '동네 한바퀴'를 돌며 자신들이 사는 동네의 문제를 발굴하고, 그 해결방안을 직접 사업으로 제시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말 그대로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마을만들기의 시작이다.

왜, 마을만들기인가

마을이라는 것은 우리가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라기보다 오히려 언젠가부터 잃어버리기 시작한 것을 되찾아야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을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며, 그 과정은 주민참여 속에서 형성된다.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바로 주민참여이다. 주민참여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이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참여' 속에서 다양한 관계가 형성되고,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전환되며,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도 고민하면서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를 배우게 되는 과정이다. 마을만들기 활동들로 인한 긍정적인 성과들은 행정의 변화도 이끌어내고 있다.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마을만들기'를 주요 정책으로 설정하고 있기도 하다.

마을만들기는 "지역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활동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 "일정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하며 편리하고 보다 인간답게 생활해 나가기 위해 공동의 장(場)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민선자치시대 출범은 행정주도의 사업방식을 주민참여를 통한 상향식 사업방식으로 전환시켰다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러한 사업방식은 지역공동체 활동을 통한 지역이미지와 정체성 확립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였으며,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등장시켰다. 또한 과거에는 주택과 도시기반 시설의 신속한 확충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도시성장이 둔화되는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도시계획의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시민자치의식 발달과 도시 간 경쟁이 본격화하며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것이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정치, 문화, 예술, 건축, 농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어 마을 디자인, 마을 가꾸기, 마을 만들기, 마을진흥사업, 생태마을운동, 공동체 운동, 주민자치운동, 마을의제 운동 등 갖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마을만들기(운동, 정책, 사업)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첫째, 한국사회가 분권화를 추진하면서 중앙과 지방, 그리고 마을의 관계를 올바르게 설정하고 제 위상과 역할을 찾으려는 노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행정주도 정책에서 벗어나 주민의 참여와 자치 의식이 확대되고, 주민이 주체로 되는 풀뿌리주민운동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증대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여전히 한계를 갖고 있지만, 주택과 도시기반시설의 개발중심 도시정책에서 생태, 문화, 복지 중심의 도시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지역 특성을 반영한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가 새로운 거버넌스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다섯째,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마을만들기운동 사례들이 급격히 확산되어 벤치마킹이 되고 창의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의 특성에 맞는 마을만들기 운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재 인천지역 마을만들기운동은 진화중이다. 돌봄, 배움터, 동네축제, 청소년도서관, 문화의거리, 품앗이, 이주주민, 문화예술, 산·하천살리기, 생활환경개선 등 다양한 영역으로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과 함께 활동을 만들어 간다. 또한 주민의 자발적인 마을공동체도 설립되고 확대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기존의 전국적으로 획일화한 지역개발이 아닌, 자신들이 살며 생활하고 있는 자리를 재인식하여 지역에 맞게 살기 좋고 생기 넘치는 매력적 방식을 추구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인천의 마을만들기 또한 인천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함께 마을의 개성이 발휘될 수 있는 운동으로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천시민의 낮은 정주의식을 보완할 수 있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 어느 조사에서 47.4%에 이르는 시민이 교육과 환경을 이유로 타 지역으로 이주의사를 밝히고 있으니, 이를 대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마을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구도심 정체성을 쓸어버리고 신도시로 바꾼다는 발상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야 하며, 주민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행정이 먼저 나서게 되면 여전히 주민은 대상으로 전락하고, 마을은 공동체성보다는 개발이익으로 휘둘리게 될 게 뻔하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오기 위해서는 안에서는 병아리가, 밖에서는 어미 닭이 동시에 알 껍질을 쪼아야만 한다는 말이 있다. 주민의 힘만으로, 행정의 정책만으로 마을만들기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살맛나는 인천, 살맛나는 동네, 마을을 위해 바로,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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