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아들을 둔 대한민국 어머니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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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아들을 둔 대한민국 어머니로서!
  • 양진채
  • 승인 2011.12.0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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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양진채 / 소설가


11월1일 입대한 아들은 지금 송내 중앙병원 맞은편에 있는 17사단에 와 있다. 아들이 군에 입대하고 훈련을 받는 동안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아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족이나 여자친구가 편지를 쓰면 부대 상병이 저녁 시간에 전달해주는 식이었다. 물론 아들의 답장은 우편으로나 받아볼 수 있지만 말이다. 

이 카페를 통해 오늘 아들이 무슨 훈련을 받는지, 어떤 반찬에 밥을 먹는지, 내가 쓴 편지가 언제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저러 궁금한 일을 카페에 올리면 금방 답글이 달린다. 게다가 대대장은 1주일에 한 번 이상 장문의 글을 통해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걱정하고 있을 가족이나 여자친구를 위해 군대 소식을 알려준다.  

목요일, 각개전투 훈련을 받고 야간에는 완전군장을 하고 30킬로미터를 행군한다는 '오늘의 일정'소개가 있었기에 저녁때부터 슬슬 아들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사는 부평에서 부대까지는 차로 10분 거리인데, 부대 앞에서 야간행군에 나서는 아들 모습을 보고 '올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발이 작은 아들은 불편한 군화 때문에 물집이 잡히고 힘든 모양이던데, 어떻게 잘 견뎌낼까 걱정도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카페에 들어가 보니 새벽에 올린 대대장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부모들이 야간 행군할 아들을 걱정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대대장의 배려였다. 대대장이 올리는 글을 읽을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대대장의 글은 훈련병들과 겪은 사소한 일화부터 자신의 철학, 부모 마음을 헤아리는 글까지 세세하게 적고 있어 감동했다는 글이 댓글로 줄줄이 달린다. 나도 읽고 가슴 뭉클한 적이 많았다.

어느 날 글에는 한 훈련병의 아버지가 많이 아파 걱정하고 있었는데, 수료식 전날 그 아버지가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사연부터, 훈련병 숙소에 들어가 연애편지를 읽어준 일, 훈련병들과 같이 아침을 먹고 있는데 한 훈련병이 면회를 신청했다는 얘기, 그 훈련병은 여자친구가 지금 임신을 해서 자신의 마음이 너무 답답해 탈영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고 대대장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훈련병이 하늘같은 대대장에게 상담이라니! 그것도 탈영하고 싶은 심정을 털어놓다니!
 
아들을 군대에 보낼 때는 가장 아름다울 청춘의 시기를 군대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아들로 태어난 죄(?)를 생각했는데, 인터넷 카페를 통해 대대장의 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군대라는 특성상 수직관계, 명령복종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군대 상부조직을 이끄는 이의 철학에 따라 군대가 많은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군대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과 사고도 줄 것은 자명하다. 결국 모든 문제는 '소통 부재'에서 일어나니까. 

대대장은 새벽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여러 직업군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를 보여주었습니다. 수학자는 덧셈이라고 하고, 목사는 십자가라고 합니다.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하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합니다.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하고, 군인들은 가늠자라고 합니다. 부모님들께서 군에 대해 느끼시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편견이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내 아들이 근무하던 번개부대를 떠올리며 부모님의 마음속에 '군대'는 '따뜻함'과 '배려'가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부대가 대대장의 생각처럼 바뀔 날을 소망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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