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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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문화예술
  • 조화현
  • 승인 2011.12.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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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화현 / i-신포니에타 단장


수능이 끝나고 난 고교 3학년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기회 중 하나는 단연 '문화적 혜택'이다. 문화단체들이나 상업적인 마케팅의 1차 타깃 역시 시험이 끝난 수험생들이다. 백화점과 통신사, 하물며 성형외과나 피부과 병원들까지 수험생들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문화단체들은 고3 수험생들을 찾아가는 공연을 주로 하고 있다. 무용, 음악공연, 연극 등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공부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학생들은 이 한 번의 문화적 혜택에 의해 앞으로 다가올 문화생활의 토대를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만큼 공연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할 수 있다.

i-신포니에타는 몇 년 전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교육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눈높이 음악회'이다. 초· 중·고등학교 수준과 컨셉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우선 공연 제목부터 신경을 써서 기획한다. 초등학교에는 <교과서야 사랑해!> <애들아, 음악은 재미있는거래!> 중·고등학교 공연에는 <이해가 빠른 클래식이야기>와 같이 어려운 클래식 공연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조금이나마 다가오기 쉽게 공연주제를 정한다.

공연에 함께할 게스트 또한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초대하며, 레퍼토리 역시 첫 곡부터 끝 곡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음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기획한다. 클래식은 주로 교과서에 나오는 귀에 익은 곡을 위주로 편성한다. 정해진 공연 동안 서곡, 실내악, 협주곡, 교향곡, 변주곡, 춤곡은 물론 작곡가 설명과 에피소드, 공연에티켓 등을 재미 있는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공연 중간에는 무대에 함께 올라와 협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하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와 이벤트까지 다양하다.

처음 지루할 거라는 표정으로 앉아 딴 짓을 하려 마음 먹었던 아이들도 어김없이 한 두 곡이 지나면서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무대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내주곤 한다. 그 아이들은 그 후 우리 공연장을 스스로 찾아오기도 하고 다음해에는 자신의 후배들에게도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홈페이지 방명록에 남겨놓기도 한다. 아이들이 쓴 공연후기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글귀 중 하나는 "클래식 공연을 한다기에 시간이나 떼워야겠다. 그런데 정말 좋았다." "별 기대 없이 지루하겠구나! 하고 앉아 있었는데, 이렇게 재미 있을 줄 몰랐다." 등 "클래식은 지루하다", "졸립다", "진부하다", "짜증 난다", "특별한 사람만 듣는 것이다"였다.

그런데 필자가 기획한 공연을 만난 아이들, 그리고 미래의 우리 청소년들은 적어도 "클래식은 들을 만하다." "클래식을 보러 가도 되겠구나!", 하물며 "클래식은 재미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공연을 참 좋아한다. 아니 학생들과 만나는 공연은 이젠 오히려 공연자인 우리가 기대를 하게 된다. 학생들과 만나는 공연에 더욱더 심혈을 기울이게 되는 것도 그 점에서이다.

가끔 어떤 이들은 쉽게 말한다. 'i-신포니에타는 대중적인 공연만 한다고'.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클래식음악을 전공하고 이것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를 비롯한 i-신포니에타 단원들은 베토벤, 브람스, 하이든, 멘델스죤을 좋아한다. 그들의 실내악 전곡을 연주하고 싶고 무대에도 당연히 올리고 싶다. 그러나 다 때가 있다.

우리가 쉽게 다가간 공연으로 인해 공연문화에 익숙해지고 '클래식은 어렵고 진부하다'라고 치부해버렸던 관객들의 인식이 변화되는 순간 우리가 찾아가는 공연이 아니고 관객들이 우리를 찾아오는 공연에서 우리는 맘 놓고 우리의 음악을 연주하게 될 그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i-신포니에타의 학교공연과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공연은 해를 거듭할수록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학교공연은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 학교에서 앞다투어 공연요청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번 공연을 했던 학교는 여지없이 다음해에도 우리 공연을 다른 학년에게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더없이 보람된 일을 든다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공연을 보고 무척 좋아한다는 것과 나쁜 인식을 씻어줄 수 있는 점이다.

공연자 입장으로 가장 속상한 일은 주위에서 "오늘 우리학교에 ㅇㅇㅇ오케스트라가 공연하러 왔는데, 지루해 죽는 줄 알았어요" "우리 학교에는 클래식 공연 말고 신나는 공연 좀 왔으면 좋겠어요"하는 식의 말들이다. 얼마든지 기획자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들로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앞으로 남은 2011공연, 소통하고 나누는 음악회를 이어나갈 것이다.

오늘도 신현고등학교 수험생들과 이른 아침 <이해가 빠른 클래식 이야기>공연을 하고 돌아왔다. 공연 후 "감동이에요" "감사합니다" "공연장으로 찾아 갈게요" 하는 학생들의 희망찬 인사를 받으며 즐겁고 뿌듯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학생들이 공연 후기를 보내거나 홈페이지 방명록에 글을 올리는데, 다음은 화도진중학교 '자유인'이라는 닉네임의 학생이 i-신포니에타 홈페이지에 올린 공연 후기이다.

"i-신포니에타 분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화도진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오늘 강당에서 클래식을 듣는다 해서 처음에는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i-신포니에타 분들께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보니까 
짜증이 사라지고 음악의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신비로운 음악이랄까??
특히 저는 캐논을 연주하는 것을 보았을 때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캐논변주곡을 좋아하지만
실제로 연주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요.
그리고 해금과 바이올린의 조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i-신포니에타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i-신포니에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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