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다문화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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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다문화가족 이야기
  • 김자영
  • 승인 2011.12.1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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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김자영 / 인천시 여성문화회관 관장


지난 13일 저녁 한국지엠 인천본사에서 다문화가족 아이들을 초청해
'미리 크리스마스' 행사를 여는 모습. (자료사진)  

지난달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라는 연극이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 무대에서 열렸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2011지역다문화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다문화가정 엄마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발표무대였다. 장소가 달누리극장이라고 하여 "관객이 얼마나 있을까", "객석이 많이 비어서 참여하는 가족들이 섭섭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들어선 극장 안 객석은 정말 텅 비어 있었다. 그 순간 정말 깜짝 놀랐지만, 그 다음 더 놀라운 장면에 가슴은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해졌고 얼굴엔 저절로 웃음이 번졌다. 달누리극장 무대 위에는 객석과 무대를 함께 만들어 아담한 소극장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고, 주인공인 배우로 참여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떨리는 무대이기도 했지만, 이웃가족이 모여 축제의 자리를 마련한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공연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당초 아이들의 무대공연을 돕기 위해 함께했던 엄마들이 힘을 내 자신들도 아이들과 함께 주인공으로 공연을 올리게 된 것이다. 주로 출신국가별로 모이던 엄마들이 중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러시아, 한국 엄마까지 함께 모여 아이들의 무대도 준비하고 자신들의 공연도 준비하며 언니와 동생으로 문화 활동 안에서 이웃이 된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결혼이라는 약속으로 낮선 땅에서 고국 문화와 상이한 가정문화, 사회문화를 익히고 적응하며 애썼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 속에 녹아 있어 큰 소리 내지 않고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한국으로 이주하고 정착한 기간에 따라 겪는 문제가 다른 여성들이 서로 보듬고 이해하며 격려하는 자연스러운 자리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수준 높은 작품의 공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참여한 다문화가정 엄마와 아이들이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며 서로 소통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었다. 또 준비하는 동안 엄마와 아이가, 국적이 다른 이웃 엄마들이 정서적 교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더 큰 성과라 하겠다. 관객은 가족과 관계기관 직원들뿐이었지만 공연 내내 참여한 모든 사람이 즐거움과 기쁨을 따뜻하게 나누는 행복한 자리였다. 

또 지난달 말엔 부평지역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KT&G 복지재단에서 4월부터11월까지 진행한 가족통합교육인 Happy Family School 수료식이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있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지속적으로 운영된 교육프로그램으로 다문화가족 부부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치료와 자녀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영어뮤지컬이 있었다. 어린이 영어뮤지컬은 작은 발표회를 열었고, 엄마와 아빠들은 "우리도 준비할 걸" 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발표무대를 갖지는 못했지만 극을 통한 치유 경험을 하게 된 부부들은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부부들이 순한 웃음으로 가족과 함께, 또 이웃 가족과 함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결혼이민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엄마의 불편한 소외와 갈등, 다문화가정 자녀이기 때문에 겪는 따돌림과 학습 지체 등 어려움은 많다. 하지만 문화 활동을 통한 표현의 기회는 자신감 회복과 함께 이웃과 함께 해 지역사회 일원으로 정주의식을 높이고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가 가능한 시간이 되었다.

결혼이민여성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차이로 인한 가족관계와 생활의 어려움과 함께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안고 우리나라 주부로,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2000년대 초 결혼이민여성의 유입이 많았기 때문에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초등학교 진학이 늘어나고 있어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가정과 자녀의 문제는 개인이나 한 가정 문제라기보다 향후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사회 문제의 단초이므로, 이런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방법으로 내국인과 함께 참여하여 이웃을 만들고 지역 구성원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방법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색은 10년, 20년 후에 발생할 사회통합을 위한 지원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방법이며, 선주민과 다르지 않은 지역주민인 다문화가정의 행복에 관한 문제이다.

급속히 진행되어온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과 인식개선사업 등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사업들이 효과를 얻으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먼저 열려야 한다.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마음을 열어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이럴 때 문화예술활동은 유용한 도구가 되고 다시 목적이 된다. 강압적이고 직설적인 방법은 지속적인 효과를 얻기 어렵지만, 문화예술활동은 마음과 몸을 통한 익숙함으로 지속성과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문제는 그 가정단위 문제로도 무겁지만 사회적 차원의 지지가 없다면 우리는 문제를 알면서도 보지 않겠다고 눈을 감고 있는 것과 같다. 눈을 감고 있어 안 보인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개선과 아울러 우리의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힘이고, 다양성이 수용되는 사회통합은 진정한 선진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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