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과 '건강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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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과 '건강한 죽음'
  • 김명일
  • 승인 2012.02.10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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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명일 / 평화의료생협 평화의원 원장

"건강하게 살다가 건강하게 죽음을 맞는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행복한 삶의 조건이 아닐까. 세계 최고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이제 단지 얼마나 오래 장수하는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치매와 뇌졸중, 관절염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장애상태 속에서 보내는 노년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불행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9988234'라는 말이 회자되나 보다.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앓다가 죽는 것. 모든 사람들의 바람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건강한 삶과 죽음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건강한 죽음, 행복한 인생의 마무리 없이 건강한 삶을 살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삶을 보내지 않은 사람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둘은 분명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건강이란 단순히 허약하거나 질병이 없을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well-being) 상태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몸과 마음,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 모두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조건이고 어느 것 하나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특히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신체적 질병과 장애, 열악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도 꿋꿋한 의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것을 증명해 준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죽을 때 후회하는 5가지'라는 책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오스트리아에서 말기환자들을 돌봤던 브로니 웨어라는 간호사가,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회한을 남겼는지를 기록한 내용이다.

그 5가지는 바로 '내 뜻대로 살 걸', '일 좀 덜할 걸', '화나면 화낼 걸', '친구들 챙길 걸', '도전하며 살 걸'이라고 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가장 후회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 용기가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역할과 위치를 갖게 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아를 그러한 관계 속에서 실현해야 진정한 행복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일 좀 덜할 걸'이라는 후회는 주로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보였다. 일에 매달려 자녀의 어린 시절과 배우자와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이다. 30~40대가 가장 정력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시기라고 항변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가족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인생의 중요한 행복의 조건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화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타인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자신의 감정표현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내적인 분노와 스트레스로 전환되어 질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후회이다.

또 사람들은 임종 직전에야 오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땐 이미 친구들의 연락처조차 수소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환자들은 오랜 행동양식과 습관 속에서 친숙한 것이 주는 편안함에 머물러 살면서 만족했다고 여겨 왔지만 도전을 통해서 좀 더 크게 웃고 삶의 활력소를 찾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세상을 떠났다.

이 기사를 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것, 즉,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 것, 주변의 소중한 이들과 행복을 주고받으며 친밀하게 지내지 못한 것,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더 많은 아쉬움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죽으려고 살지는 않는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온 하나의 과정으로 죽음을 맞고자 원할 뿐이다.

베이비붐세대뿐 아니라 지금의 40대조차 노후를 위한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짧아진 정년, 취약한 연금제도, 사적 해결에 맡겨진 교육과 주거문제는 현세대에 미래를 준비할 여력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에겐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 사회관계 속에서 자신 의 자아를 실현하겠다는 희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한 태도를 갖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망이 모일 때만이 건강한 삶과 행복한 죽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 또한 건설될 수 있으리란 믿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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