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주는 효과는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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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주는 효과는 놀라워
  • 조화현
  • 승인 2012.02.0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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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화현 / i-신포니에타 단장


쉼표(休止符)는 구두점의 한 가지로 한 문장에서 단어 구 또는 절 등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문장부호로 휴지부라고도 한다. 이는 서양식의 콤마(comma)와 동양식의 모점이 있는데, 원칙적으로는 콤마를 사용하나 세로쓰기에서는 모점을 사용하고 있다. 쉼표는 여러가지 경우에 사용된다.

음악에서 쉼표(rest)는 음을 내지 않은 곳과 그 길이를 나타내는 표로 쓰인다.

쉼표에는 음높이가 없기 때문에 보통 일정한 자리에 적는다. 그리고 길이의 비율은 같은 이름의 음표의 길이와 동등한 종류의 쉼표가 있다. 즉, 온쉼표, 2분쉼표, 4분쉼표, 8분쉼표, 16분쉼표 등이 있다. 또 점음표에 상당하는 점쉼표, 겹점음표에 상당하는 겹점쉼표도 있으나, 겹점쉼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1마디 전체를 쉴 때는 박자의 박수에 관계없이 온쉼표를 쓴다. 또 합창이나 합주의 파트악보에서, 2마디 이상의 긴 쉼을 나타낼 때는 특별한 쉼표가 있으나, 현재는 쉬는 마디 수를 적어 넣은 큰 쉼표를 쓰는 게 보통이다. 관현악 등의 악기를 위한 곡에서는 전 악기가 일제히 쉬는 것을 게네랄파우제(Generalpause)라고 하며, G.P.라는 약자로 나타낸다.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많은 단체가 그렇듯이, i-신포니에타도 쉼표로 친다면 G.P.(Generalpause)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연주단체는 전문인답지 못하게 비수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1년 중 1월과 2월이 가장 큰 비수기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가을과 연말에는 여러 종류의 음악회를 많이 하고 있기에 성수기이기도 하다. 성수기를 지냈으니 쉼표를 찍는 게 당연한 일일 게다.

물론 휴가도 있어야 하고 쉬는 날도 있어야 하지만, 단체의 쉼표는 그 의미가 좀 다르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 마디, 두 마디를 쉬는 것이 아니라 일이 없어서 반 무급상태로 연주할 날을 기다려야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도 올 1월에는 연주를 잡지 않았다. 한 달의 쉼표를 단원들이 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무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1월초까지는 그동안 사업정산으로 쉼표를 찍지 못했고 새로운 사업구상에 지원신청을 해야 한다. 2월이 되면 지원신청의 결과 발표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일 경우도 있다. 바라던 결과가 발표되면 신나게 공연을 준비하며 기다리게 되지만, 꼭 되리라던 사업이 여지없이 무산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4월경까지는 여러 군데 공모사업에 지원하는 등 사업계획을 세우게 된다. 공모를 준비하는 일은 매우 긴장되는 한편 새로운 기획으로 관객들과 만날 날을 생각하면 흐뭇해지기도 한다. 물론 그 기획의 공모가 실패로 돌아가는 일도 적지 않지만, 새롭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게 여겨진다.

오케스트라는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등 많은 악기들이 모여서 멋진 소리와 화음을 만들어 낸다.

연주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바이올린주자들이 활을 움직일 때마다 100원, 200원, 300원~. 비올라는 100원, 200원~. 첼로는 500원, 1000원~. 콘트라베이스는 1000원, 2000원~. 그런가 하면 팀파니 주자는 100마디, 200마디 쉬다가 쾅~20만원, 파방~30만원.

무슨 소리냐고 할 것이다. 멜로디파트를 맡고 있는 바이올린주자들은 거의 쉴 사이 없이 움직여야 공연비를 지급받지만 타악기 주자들은 계속 쉬다가 한두 번 소리를 내고 공연비를 가져간다는 얘기다. 100마디를 쉬고 2마디를 연주해도 같은 연주비를 받게 되는 것이다. 타악기주자들이 놀고 있고 쉬고 있는 듯하지만 그들은 지휘자처럼 모든 곡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에 쉼이 결코 쉼이 아니다. 쉼 이후 중요한 마디의 쾅하는 울림이 곡 흐름의 전체를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목소리를 악기로 사용하는 성악가들을 보자. 그들이 쉼표 없이 계속하여 노래를 한다면 얼마나 숨이 찰것인가? 역시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야 하는 관악기 주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쉼표 없이 계속 악기를 불어댄다면 연주 도중 쓰러지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쉼표는 그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만큼 악보에서, 크게 보자면 음악에서 쉼표는 곡을 완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쉼표는 음표만큼이나 꼭 필요하다.

학교 수업에도 쉬는 시간은 꼭 있다. 짧지만 단 10분의 쉼이 주는 효과는 다양하고도 경이롭다. 그 짧은 10분 동안 화장실을 다녀오고, 잠을 자고, 청소를 하고, 숙제를 하기도 하며, 게임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식사를 해결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쉼을 통해 많은이들이 활력소를 찾고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쉼표, 쉰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중 하나다. 쉼을 통해 더 멋지고 발전되는 일들이 생산되기도 한다. 단, 누구나 안정적인 쉼을 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공연단체, 작은 연주단체들에도 여유 있고도 편하게 쉼표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다음 주 부터 쉼표를 지킨 단원들과 연습이 시작되고 분주하게 사무실이 돌아간다. 쉼표를 통해 만들어진 멋진 음악들로 관객들과 만날 날이 사뭇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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