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잔인한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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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잔인한 2월'
  • 황명숙
  • 승인 2012.02.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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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황명숙 / 인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이사


2월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잔인한 달'이다. 2월 말쯤 2012학년도의 긴 입시가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8월 입학사정관제 원서접수 시작으로 9월부터 시작된 수시 1차, 수시 2차와 수능시험 끝나고 접수되는 수시 3차에 12월 정시 접수까지 전쟁 아닌 전쟁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학생의 80%가 대학 진학을 하는 나라도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산다고 하는 유럽이나 미국 호주에서도 이러한 대학 진학률은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현상에 대한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학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달라서 이러한 진학률이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를  관찰해 보면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학력 사항을 보면  옥시덴탈 칼리지에서 컬럼비아대학 국제관계학 학사, 하바드 대학 법학 박사라 경력을 갖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전문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한 것이고,  아이비리그인 하바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문대에서 명문 4년제 대학에 편입을 하는 입반 편입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시티 칼리지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편입을 하는 경쟁률과 우리나라 경쟁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반편입은 한두 명 선발에 수십 명 혹은 백 명 넘게 지원을 하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편입에 성공하기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편입은 우리나라보다 유연하고 경쟁률도 그리 높지 않아서 열심히 학점관리를 하고 준비를 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패자 부활'이 가능한 나라이다.

열린 사회에서 건전한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며 구성원들이 자신의 꿈을 꾸며 그 꿈을 실천하는 행복한 사회이다. 즉,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없는 환경이었거나 기타 이유로 경쟁에서 낙오가 되면 그것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주홍글씨'로 되는 사회에서는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낙오된 불행한 구성원이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불행한 구성원이 많은 사회는 행복한 사회도 열린 사회도 될 수 없다. 성숙한 사회란 패자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고 다양한 길이 있는 사회이다.

현행 교육 제도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능력과 실력은 오로지 학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학교생활의 창의적 재량 활동이나 봉사 활동 리더십 등의 다양성을 고루 살펴본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현행 입시에서 학업 역량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비교과 영역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교과 영역을 뒤집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은 참으로 다양한 능력과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생의 능력이 누가 많이 암기하느냐,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어보았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다양성이 결여된 사회에서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사회이고 창의성의 사회인데, 그 사회 구성원을 길러내는 교육제도는 아직도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고, 변화의 속도에 교육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적정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고졸출신을 좋은 직장인 대한무역진흥공사와 한국전력공사에서 선발을 한다고 모집 공고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저숙련, 저소득의 '고졸 덫'이라는 내용도 메이저 신문에 같이 발표되었다. 대졸 중심의 기업문화와 승진에서 고졸은 대리까지 12년 걸리지만 대졸은 보통 4-5년 걸리는 승진 제도가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을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공정한 승진 제도와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평가를 받는다면 지금처럼 학력 인플레이션이 있을 필요가 없고,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의 재능과 관심에 따라서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면 지금처럼 입시 과열이 되지도 않고 대졸 취업이 '바늘구멍'이라는 현실도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큰 나무만으로 아름다운 숲을 만들 수 없다. 활엽수, 침엽수, 들풀, 꽃들이 모여서 각자 역할을 하고 아름다운 숲을 이루듯이 우리 사회도 고학력자만이 중심인 사회가 아니라 각자 역할에 충실한 구성원들이 모여서 빽빽하고 건강한 숲을 이루는 사회가 된다면 보기에도 아름다울 터이다. 이뿐만 아니라 큰 나무만 있는 산과 숲은 재해에 취약하지만, 다양한 나무와 가지가지 풀로 이루어진 건강한 숲은 재해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듯이 성숙되고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기성세대가 어른으로서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어야 하고, 또한 젊은이에게 주어진 기회가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귀한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꿈의 크기를 늘려라"라고 격려를 하고 '화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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