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귀를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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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귀를 기울여라
  • 신부용
  • 승인 2012.02.17 14: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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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신부용 / 평화의료생협 평화한의원 원장

하루에 아무런 ‘외부 자극’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나 보내고 계신가요? 주변을 보면 단 1분도 그렇지 못한 이들이 참 많습니다. 생활이 바쁘기도 하지만, 요즘 세상은 우리를 한순간도 혼자 놔두지 않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고 퇴근 후에도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흔히 저녁식사를 하고 편한 자세로 누워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은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누워 있는 그 시간에도 우리의 눈, 머리는 텔레비전 자극에 의해 쉼 없이 노동하고 피로해집니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초조하고 불안해져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자극이 없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무엇인가를 곁에 두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비어있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그것을 채워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지금 우리 삶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오감은 외부로만 열려 있고, 우리는 감각을 따라 바쁘게 살아갑니다.
 
문제는 이렇게 사는 동안 몸과 감정은 뒤쳐지기 마련입니다. 질병은 감정과 생각, 몸의 조화가 깨질 때 찾아옵니다.
 
흔히 ‘삐끗’했다고 표현하는 발목 염좌도 몸과 머리의 부조화에서 생깁니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한 계단을 잘못 헛디뎌 발목을 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눈은 계단을 보고 있지만 머리는 계단을 보지 못했다고 느끼고, 발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곳을 디디는 상황에서 염좌가 발생합니다. ‘삐끗’했다는 말은 결국 몸과 머리가 엇나가서 ‘삐끗’한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 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흔한 증상인 소화불량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와 싸우고 나서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될까요? 마음은 꽁한 상태고, 머리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잘잘못을 가리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 머리가 따로 엇나가는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면서 식사하는 습관도 좋지 않습니다. 사실 올바른 식사습관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식사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위가 하는 일에 몸과 마음, 머리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요즘 늘어나는 우울증, 화병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흔히 ‘참아서 병’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맞는 말입니다. “그럼 참지 않으면 병이 나지 않느냐?” 물을 수 있는데, ‘화가 나면 화나는 대로 화를 내는 것’이 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참아서 병’이라는 말은 ‘내 마음대로(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한 것을 억지로 참아서 병이 된 것’이라는 뜻입니다. 도식적이지만 머리, 마음, 몸으로 나눠서 화가 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심하게 화가 날 때는 먼저 몸이 여러 가지 증상을 나타냅니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뒷목이 뻐근하고, 숨쉬기가 불편해지고, 심하면 가슴이 뻐근하고, 손이 떨리기도 합니다. 머리는 어떨까요? 누가 잘못했고,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다시는 술 마시고 늦지 않겠다고 약속한 남편이 만취해서 새벽 2시에 귀가했습니다. 아내는 ‘몸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남편이 날 무시하는 건가?’, ‘꼭 그래야만 했을까?’ 등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떤가요? 화가 나고, 속상하고, 남편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합니다. ‘남편이 더 다정하게 사랑해줬으면 좋겠는데’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슬픕니다.
 
처음에 화병은 ‘원하는 대로 되지 못해서 속상한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원했던 것은 ‘좀 더 사랑받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증상의 원인은 ‘화난 것’이 아니라 ‘더욱 사랑받고 싶었는데, 못 받아서 속상한 것을 참아서’ 생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화를 참지 않는다’는 것은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됩니다. 하지만 머리는 불합리한 것만 이야기하고, 몸은 씩씩대며 화를 분출하고, 마음은 슬프고 서운한 감정뿐입니다. 이럴 때 화만 내고, 진심을 참으면 화병이 됩니다. 우울해집니다. ‘머리’와 ‘몸’이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아주고, 협동할 때 ‘마음’이 살아나고 건강해집니다.
 
외부 자극에 휩쓸리기 쉬운 세상에서 몸과 마음, 머리가 함께 협동해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부로 열린 감각을 내부로 돌리면 됩니다. 감각을 외부에 사용할 때는 감각이 즐겁지만, 내부로 사용하면 몸과 마음, 머리가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오늘부터라도 하루에 30분 정도 가만히 누워 오늘의 일과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의 기운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즉 몸과 마음, 머리를 조율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고요한 상태에서 오롯이 혼자가 되었을 때 몸과 마음, 머리가 하나가 됩니다.
 
특히 요즘 세상에는 감정 정리가 중요합니다. 억울하고 서운한 일이 있었다면,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나 자신이 스스로를 가장 잘 위로해 줄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소리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어느 때보다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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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012-06-26 23:55:32
좋은 내용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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