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민주주의의 주인은 국민
상태바
참여민주주의의 주인은 국민
  • 윤세민
  • 승인 2012.02.20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윤세민 교수 / 경인여대 교양학부(언론학박사, 문화평론가)


4.11 총선은 국민참여경선제 정착의 기회

4.11 총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저기 예비후보들의 플랭카드가 난무하는 가운데 예비후보들, 그리고 각 정당들의 발걸음도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참여 경선을 도입한다니, 유권자인 국민들도 어찌됐든 바빠지게 되었다.

국민경선제는 정치실험이며 선거혁명

일반 국민이 특정 정당의 내부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경선제 도입은 분명 하나의 정치 실험이며 선거 혁명임에 틀림없다. 정당의 실세에 의한 하향식 공천이나 정당 대의원만의 선거에 익숙했던 우리 정치풍토에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인단에 일반 국민을 포함시킨다는 것은 여간 생소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각 정당이 국민참여 방식을 도입한 것은 무엇보다 먼저 상향식 공천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자는 것이다. 그 동안 각 정당들이 각종 게이트나 의혹 등으로 땅에 떨어진 지지도를 회복해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현재 진보나 보수, 그리고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참여 경선제를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그 속셈이야 어떠하든 국민참여 경선제는 단순히 한 정당의 선택이기 이전에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국민경선제는 참여민주주의 확산과 정당민주화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반세기 이상 지속돼온 우리 선거문화를 뿌리째 바꿔놓을 ‘선거혁명’이 될 전망이다.

현대 정치는 정당정치라고 한다. 정치 이념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당을 만들고, 그 구성원들이 정당의 대표를 뽑아 국민의 동의 아래 집권하는 게 정상적인 정치절차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의 정당은 거꾸로 서 있었다. 권력자가 위로부터 정당을 만들었다. 건국 이후 자유당으로부터 시작해 전두환, 노태우의 민정당에 이어 노무현의 열린우리당까지 집권당은 모두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급조된 정당이 많았다. 권력과 맞서온 야당도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의 권력창출 과정에 일반국민이 참여하는 길을 텄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국민경선제의 참여 방식도 예전의 현장 투표에서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모바일 투표가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가히 ‘디지털 시대의 선거혁명’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와 올해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나타났듯, 각 후보들이 자신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트위터에 올리며 불특정 다수의 트위터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모바일 선거 유세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에서 유권자들을 일일이 접촉하며 ‘각개전투’를 하기보다 미디어와 SNS를 통한 ‘공중전’이 모바일 전쟁터에서는 더욱 효과적인 유세 전략이 된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조직 선거로 대표되는 기존 선거 문화에 비해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면서 이변이 일어나는 등 선거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투표율 역시 현장투표와 비교해 볼 때 크게 높아질 전망 아래 모바일 선거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다.

준비 부족 탓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참여 경선제와 모바일 선거 등이 새롭게 대세를 이루어 가고 있지만, 4·11 총선을 앞두고 정작 유권자인 국민들은 그 실효를 누린다기보다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각 정당들의 준비 부족 탓이다. 더 정확히는 국민들을 참여민주주의의 주인으로 모신다기보다는 단지 이용하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리라.

4·11 총선의 선관위 후보 등록일(3월 22~23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아직 단 한 명의 총선 후보 공천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여야는 금주부터 본격적인 공천에 들어간다고 한다. 역대 총선 공천 일정과 비교해도 최소 2~3주는 늦게 출발한 셈이다. 더욱이 여야는 역대 선거 사상 가장 복잡한 방식으로 후보를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한 상황에서 복잡한 방식의 공천 일정이 진행됨에 따라 “과연 공천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금주부터 지역구 공천 심사를 시작, 이달 말부터 공천자를 발표하기 시작해 다음 달 10일 이전에는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역시 금주에 단수 공천 신청 지역에 대한 공천자를 확정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구별 사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경선 일정을 진행해 3월 16일쯤에는 모든 공천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대부분 지역에서 경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이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의 경우 경선에 앞서 현역 의원 탈락자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2배수 또는 3배수 경선 지역이 결정된다. 지역구별로 1500명의 선거인단 모집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민주당은 더 복잡하다. 모든 지역을 여론조사 등을 통해 2배수로 1차 압축한 뒤, 두 사람을 놓고 모바일을 포함한 국민 경선을 전 지역에서 실시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논의가 동시에 진행된다. 만약 진보당 측에 양보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당연히 경선도 중단되는 사태도 나타날 것이다. 이 과정에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불복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고, 경선 과정에서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1500명 선거인단 확정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투표를 도입한 민주당의 경우는 기술적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볼 때 국민들의 변화 요구에 맞추기 위해 혁명적이라 할 만한 공천 방식을 도입했지만, 과연 한 달 남짓 남은 짧은 기간 동안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 과정에 정치권뿐 아니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유권자인 국민들까지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국민참여경선제 정착의 기회

더 늦기 전에 속히 각 정당들은 경선과 공천에 대한 확실한 준비를 기하고, 그 과정과 절차에 대한 국민 홍보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된다. 그리고 모든 과정과 절차 하나하나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참여민주주의의 주인인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지 않고 제대로 모시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우리의 민주주의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킬 국민참여 경선제를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하자. 그 동안 대의원 등 제한된 인원을 상대로 한 ‘세몰이 정치’ ‘돈 선거’ 등에 익숙한 정치권이나 국민이 국민참여 경선제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소화해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제 위주인 현행 정당법과 선거법도 재정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정당은 참여민주주의의 주인인 국민을 제대로 섬기겠다는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고, 국민 스스로도 참여민주주의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