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천의 매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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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천의 매력인가?
  • 도지성
  • 승인 2012.02.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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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도지성 / 화가


문학산에서 바라본 인천 시가지

지난주 오랜만에 문학산에 올랐다. 동서남북 인천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높은 빌딩들이 낯설어 보인다. 멀리 구석까지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서 시내에 남은 산들은 이제 섬처럼 떨어져서 외로워 보였다. 얼마 전에 평지였던 곳에도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을 위해 공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천은 계속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 중 하나이다. 항구와 공항, 그리고 공단들이 많아서 유동인구가 많고 고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수많은 아파트가 지어져서 송도, 논현, 청라와 같은 신흥 주거지역이 새로 생겨났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 모든 것들을 평지로 깔아뭉개고 도로는 직선화되었다. 전임 인천시장 시절에 도시개발국장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인천의 모델은 두바이입니다." 그 말은 높고 멋진 건물을 비싼 돈을 들여 많이 짓겠다는 것인데, 그러나 두바이 경제신화는 무너졌고, 인천도 경제적 어려움을 격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층 이상 아파트도 높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30층이나 40~50층 아파트가 많아졌다. 전국 어디를 가도, 특히 신도시 신시가지일수록 '붕어빵' 같다. 우리는 모두 각자 꿈꾸는 생활 터전이 있다. 고층 건물은 비인간적이다. 적어도 구도심의 낮은 건물들이 사람이 살 만한 인간적인 높이를 가지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땅의 생리를 파악하여 그 맥락을 다치지 않게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었다. 그래서 마을의 길은 직선이 아니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고 산언저리를 멀리 돌아 나갔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하나가 되었다. 

최근에 소래 생태공원엔 그 허리를 뚝 잘라서 도로가 가로지르고 한 쪽에는 고층 아파트가 지어져서 이제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그 공원 갯벌 한 쪽 끝은 아파트라는 장벽이 서 있다. 적어도 갯벌에 오는 새들에게는 초현실적인 풍경이다. 얼마 남지 않은 갯벌마저 뭉개버리고 건물을 올리는 것은 폭력이다. 지구의 역사와 함께 이루어진 수십억 년의 역사가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지고 있다.  인천에서 갯벌과 맞닿은 곳 치고 석벽을 쌓지 않은 곳이 없다. 흙으로 둔덕을 쌓아서 자연스럽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인데, 인공으로 만든 구조물들 중에는 정말 없는 것만도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림을 그리는 나는 『장소, 이전 그 이후』라는 제목의 풍경시리즈 작업을 10년간 진행한 적이 있다. 산이나 갯벌을 매립하여 신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었는데, 그 당시 여백으로 남아 있던 자리에는 지금 아파트나 공장이 가득 차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평지로 밀어버리고 위로 쌓아올리는 건축이 판박이 도시를 만들고 있다. 도시재개발도 그렇고, 하천도 청계천식으로 서울을 닮아가려 한다. 도시에 '개성'은 진정 있을 수 없다는 것인가?

사람들이 오랜 세월 살면서 이루어 놓는 거주 공간에는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있다. 그것이 그 도시의 정체성과 아우라를 만드는 것이다. 아우라가 부재한 도시는 명품이 아닌 짝퉁에 불과하다. 한국을 찾는 해외관광객이 지난해 1천만 명에 육박하였는데, 지난해에 인천을 찾은 관광객이 고작 12만명, 올해는 14만명이 목표라고 한다. 인천이 정말 특색 없고 별 볼일 없는 도시여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본다. 기존 관청이나 창고로 쓰이던 낡은 건물을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에게 맡겨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도심의 경우 중구 내 아트플랫폼이나 배다리의 스페이스빔처럼 기존 공간 재배치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한다. 걸으면서 벽과 석축이 보이는 게 아니라  꽃이 있는 거리, 동네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모아 벽을 장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담긴 도시를 보고 싶다. 뉴욕의 소호, 북경의 798예술거리가 그렇듯이 버려진 창고들을 가난한 예술가들이 입주하여 다양한 문화가 펼쳐지고 볼거리 놀거리가 많아지면서 그 지역이 관광명소로 되는 경우가 있다. 구도심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필요하다. 재개발이 능사가 아니다. 창조적인 재배치를 통해서 사람이 모여들고 독특한 문화가 꽃을 피는 인천만의 아우라가 있는 도시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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