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정말 '먹튀'를 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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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정말 '먹튀'를 하려는가?
  • 김도연
  • 승인 2010.03.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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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 GM대우 하청기지화, '먹튀' 논란

최근 시보레 브랜드 도입과 대우차판매와의 결별로 '하청기지화' 우려를 낳는 GM대우 부평공장 전경.

취재 : 김도연 기자
 
최근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이 시보레 브랜드의 도입과 대우자동차판매㈜와의 계약 관계 종료를 공식화하면서 '하청기지' '먹튀 자본' 등의 논란이 지역사회 쟁점으로 부상했다.
 
국내 판매의 증가를 위한 조치라지만 지역에서는 글로벌 기업 GM이 GM대우를 하청기지화하고 자본을 빼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보레 브랜드 도입은 과연 내수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GM대우가 교체하려는 시보레 브랜드.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조의 이해를 거쳐 오는 5월 안에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공표했다. 시보레 브랜드가 도입되면 '대우'라는 이름은 사라지게 된다.
 
마이크 아카몬 사장이 밝힌 시보레 브랜드 도입의 이유는 내수 판매 증진이다. GM대우의 내수 판매 실적은 현대기아차나 르노삼성차 등과 비교해 저조한 것이 사실.
 
GM대우 차량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6년 10.5%였으나, 2008년에는 9.6%로 하락하더니 지난해에는 7.9%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보레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이고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내수 판매 증진을 위해 브랜드 교체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브랜드 교체가 내수판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GM대우 측의 전망과는 달리 판매량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브랜드 교체로 일시적인 판매 증진 효과는 가져 올 수 있을지 모르나, 차량에 대한 선호도와 신뢰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브랜드 교체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내수 증가 효과를 거두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례로 한 자동차 정비업소 대표는 "대우차에 시보레 마크를 다는 차주들을 종종 보곤 하는데, 이유를 물으면 '멋있어서'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라며 "브랜드가 교체가 차량 자체에 대한 신뢰도와는 무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정비업소 대표는 "차를 수리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잘 만든 차다, 아니다라는 판단이 들 때가 있다"며 "브랜드 신뢰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는 차들은 제품성에 대한 신뢰도의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대우차판매와 사업관계 종료의 뜻은?
 
GM대우의 릭 라벨 판매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수시장 판매 극대화를 이유로 대우자동차판매㈜(이하 대우차판매)와의 사업관계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대우차판매 측에는 하루 전인 지난 9일 공식 통보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사유는 차량대금 지급기한을 지키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런 결과는 GM대우가 차량 판매를 지역총판제로 전환하면서 대우차판매 자금사정 악화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총판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반부터다.
 
대우자판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총판제 전환에 대한 말은 이미 지난해 6월부터 돌기 시작했다"며 "지금의 상황은 그때부터 예고됐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GM대우는 지난해 9월 영남권역과 수도권 북부권역, 수도권 동부권역, 경북권역 등 4개 권역 차량 판매에 대해 3개 지역총판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우차판매는 올 들어 인천을 비롯해 서울 강남, 경기 서부, 충청·전라·제주 등 4개 권역에서만 차량 판매를 담당했다.
 
지역총판제 전환은 잉여 인력의 발생과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고, 여기에 지난 금융위기 때부터 발생한 금융비용 등이 쌓여 자금사정이 나빠졌다.
 
결국 대우차판매는 2월 들어 GM대우의 차량대금 지급기한을 지연하게 됐고, 지난 9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대우차판매 관계자는 "계약을 해지하고 안 하고는 GM대우의 고유 권한이므로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 정도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우차판매 측에서는 사업관계 종료의 근본적인 이유를 임박한 시보레 브랜드 교체에 걸림돌이 되는 대우차판매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선 하청기지화 우려 팽배
 
이런 상황을 놓고 인천지역에서는 글로벌 기업 GM이 GM대우를 하청기지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GM대우 공장 등에 대한 GM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GM에서는 GM대우에 로열티를 지급해 왔었다. 그러나 브랜드가 시보레로 교체되면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GM대우가 GM 측에 브랜드 로열티를 지불할 처지다.
 
더욱이 GM대우는 그동안 생산해온 차량들에 대한 라이센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GM은 GM대우의 국내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제시한 '5년간 국내 생산물량 보장', '개발 차의 라이센스 보장' 등의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
 
결국 국내 개발 차량에 대해서도 GM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GM대우는 브랜드 교체를 현실화하면서부터는 글로벌 기업 GM의 한국 생산기지 정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더해 중국 상하이차 사례와 같은, 소위 먹튀(먹고 튀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중에 발을 뺐을 때 우리나라에서의 비판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사 브랜드로 교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하청기지화와 먹튀는 잘못된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형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GM대우는 GM에서 경차와 소형차 개발 본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인데, 하청기지화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우차판매와의 사업관계 종료에 대해 "그동안 대우차판매가 계약서상 판매 의무를 다하지 못해 이미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주의 통보를 했고 기회를 줬었다"라며 "갑작스러운 일방적 계약 해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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