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의 축제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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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의 축제에서 배운다
  • 김종서
  • 승인 2012.03.0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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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김종서 / 인천프랑스문화원 원장·인천대 불문과 겸임교수


거리 퍼레이드

아비뇽의 또 다른 축제: 국제 이동무대극 축제(빌레브 엉 센느 축제, Villeuve en Scene)

문화예술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날로 증대되고 있다. 21세기의 사회적 환경은 공연예술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연예술은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 환경에 따라 편향되고 집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고, 공연예술의 균등한 지역문화발전의 숙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프랑스에서는 문화예술의 민주화와 탈 중앙화 해결도구로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새로운 공연형식인 이동무대극에 주목하고 있다.

매년 7월 아비뇽은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의 축제장소이다. 700편 이상의 공연이 이루어져 거리는 하나의 대공연장으로 변한다. 아비뇽 시내가 발 디딜 틈도 없이 숨가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아비뇽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준비를 잘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공연 추억보다는 남불 지방의 작렬하는 태양과 푹푹 찌는 공연장만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론강의 아비뇽다리 건너편 빌레브 레 자비뇽(Villeuve lez Avignon)에는 아비뇽 축제이면서도 그들만의 또 다른 축제가 있다. 빌레브 엉 센느(Villeuve en scene)라 불리는 이 축제는 세계 이동무대극단들이 모여 만드는 '국제이동무대극'(CITI, Centre international theatre itinerant)이다.

2002년 4월에 창립된 국제이동무대극협회는 전세계 70여 개 극단들이 가입하고 있다. 국제이동무대극 협회 임무는 문화의 비민주주의를 개선하고, 소외지역의 균등한 문화발전과 지역 간 긴밀한 우호관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리적 세대 간 다양성을 극복하여 문화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인식을 같이하는 전세계 이동무대극단들은 그들의 예술적 가치와 문화의 대중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매년 7월 빌레브 레 자비뇽으로 모인다.

도시는 이들에게 공연에 필요한 야외공간과 홍보를 담당하고, 축제에 초대된 극단들은 스스로 공연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을 직접 제작해서 가져온다. 축제에 필요한 모든 인력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한다. 또한 서로 공연시간을 겹치게 하지 않게 함으로써 모든 공연자들이 서로 공연을 볼 수 있다. 또한 3살 미만 아이들을 위한 연극부터 성인 극까지 전 세대를 위한 공연들이 준비된다.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누구나 함께 모여 간단한 음료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야외식당이 있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배우와 관객들은 함께 모여 공연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즐긴다. 또한 매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각국의 문화공연이 있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한다. 공연자 모두는 야외공연장에서 텐트나 카라반 혹은 침실로 개조된 콘테이너 트럭에서 함께 숙식한다. 공연장은 주로 천막이며 규모는 50석에서 500석까지 다양하다. 해외 팀들은 주로 주최측에서 준비한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2006년에는 한국의 '민들레 극단'이 은어송이라는 작품으로 참여한 바 있다.

현재 우리 도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문화도시를 표방하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예산상 문제점들로 인해 지원이 많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많은 예술극단의 창작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예술적 자율성 또한 점점 더 힘을 잃어 갈 것이다. 또한 향후 많은 문화공간의 낙후된 시설들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다.
 
2000년 초부터 프랑스에서는 여러 극단이 모여 지역사회의 균등한 문화발전과 제도권에서 창작활동 독립성을 위해 좀 더 간편하고 집약적인 문화축제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었다. 대도시의 편향된 축제에서 벗어나 각 지역에 거점을 두고 공연예술을 창작하면서 이동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대안으로 이동무대극이라는 새로운 예술축제가 탄생하게 된다.

이동무대극과 공연예술의 민주화

1980년대 초 프랑스에서는 문화예술과 도시문제는 통합적 방식으로 정책을 이루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연 민주화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이유는 행정적으로는 중앙 행정기구에서 독립된 문화민주화 움직임이 강조된다는 점과 사회적으로는 점점 더 각박한 사회환경 속에서 예술적 행위가 상업적 수단도구 장으로 출현했다는 점이다. 공연의 영역에서 민주화란 모든 사람에게 공연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말한다.
 
영화, 멀티미디어의 발달, 인터넷 보급 등으로 공연장을 찾는 것보다 저렴하고 일반화한 여가활동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공연은 시장경제 논리에만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이동무대극은 제도권 밖에서 주로 관객들과 밀착하여 호흡하고, 지역 안에서 다양한 각도로 관객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활동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중앙의 제도와는 별개로 자생적 존립 형태를 갖추어 활동할 수 있어 공연예술의 민주화에 공헌할 스스로의 영역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동무대극과 관객이 맺는 독특한 관계

이동무대극은 관객과의 접촉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관객이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무대극은 민주적, 서민적이고 공연의 준비와 진행이 잔치 분위기를 자아내어 관객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천막극장 또는 거리의 가설무대에서 관객들은 더 이상 예술의 소비자가 아닌 공연의 참여자가 된다.

문화정책면에서 본다면, 관객의 삶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이동무대극은 공연과 관객의 접촉을 확대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또한 도시와 지방 간 불평등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시도는 특권계층을 위한 문화창작이 아닌 다수를 위한 도시문화정책, 즉 문화민주화를 말한다. 이동무대극의 문화활동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 이동무대극 활동을 지역문화정책 영역 안에서 숙고해야 한다.
 
이동무대극을 통해 지역민을 끌어들이는데 예상되는 효과를 보자. 첫째, 이동무대극은 일정기간 지역에 머무르면서 동일한 관객에게 여러 편의 공연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이동무대극단의 이동성 강점은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이동무대극단 간 연합공연축제를 가능하게 한다. 개별극단 공연부터 대단위 연합공연 기회를 마련하여 지역공연예술 활동을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이동무대극단들의 연합행사는 설치된 동일한 시설물에서 여러 극단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극단에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지역마다 해결해야 하는 행정적 제반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동무대극은 대도시 축제보다는 경제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방 중•소도시 축제에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이동무대극의 지역적 연고와 기반

이동무대극단 장점은 특정지역 관객과의 지속적인 만남은 물론 자유로이 지역적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방된 형태의 이동무대극단들은 지역적 연고와 기반을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 예를 들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이동무대극단인 풋츠반 극단(Footsbarn Travelling Thetre)은 프랑스 중부 소도시 에리송(Herrison)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풋츠반 극단 공연에 필요한 무대제작소, 연습실, 교육시설, 의상제작실, 소품제작소, 사무실 등이 있어 작품의 기획과 제작을 직접 하고 지역사회와 긴밀한 공조관계 속에서 국제이동무대극 활동을 하고 있다. 이동무대극 순회공연을 통해 지역문화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새로운 공연예술의 창작과 교류를 통해 소외지역의 주민들에게 문화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인들간의 상호교류를 통해 공연예술의 민주화와 탈 중앙화에 기여할 수 있다.

새로운 공연공간 대체와 새로운 공연보급망 확보

이러한 시도는 대도시에 집중된 공연예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공연예술의 보급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이동무대극이 공연보급에 공헌할 수 있는 영역으로는 첫째, 이동무대극은 현 보급망체계에서 누락된 극단에 대해 지역사회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이동구조물은 매우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공연보급에 유리한 입장을 갖고 있다. 둘째, 이동무대극은 대부분의 중•소도시들이 갖고 있는 복합공간 설비미비로 인한 공연진행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공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고 다니고 공연장 형태도 처해진 상황에 따라 공간을 연출할 수가 있다. 셋째, 이동무대극은 예술의 지역분배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여러 중•소도시들이 연합, 이동무대극단을 유치하여 축제를 만들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공연극단들에게도 공연 보급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동무대극은 대도시에 비해 문화시설이 미비한 중•소도시와 작은 섬까지 문화보급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소외지역민들에게 문화접촉 기회를 늘리고 지역민 간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는 저예산으로 좋은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비뇽 거리

국제 이동무대극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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