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政者正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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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政者正也)
  • 이우재
  • 승인 2012.03.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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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재의 공자왈 맹자왈]


아무리 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때가 되면 봄이 오듯이 시간이라는 화살은 조금의 어김도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며 명함을 돌리는 것을 보니 또 4년마다 오는 그때가 된 것이다. 이 선거라는 제도를 쟁취하기 위해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리에서 헤매고 교도소를 제 집 드나들듯 들락거렸지만 솔직히 선거철이 될 때마다 이런 식의 선거를 꼭 해야만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제 잘났다고 찍어달라는 면면을 살펴보면 누구도 찍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그 중의 누군가는 당선이 되니 말이다. 정치가 인간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임도 인정하고, 그리고 보통·직접·평등·비밀선거가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도 부정하지 않지만, 가장 나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덜 나쁜 놈을 뽑는 것으로 변질되고 만 작금의 선거를 보고 있자면,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내재된 본질적인 한계가 아닌가하고 생각되기도 한다.

공자는 정치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 계강자가 정치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여 말했다. “정치란 올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솔선하여 올바르게 행동한다면 누가 감히 올바르지 못한 짓을 하겠습니까?”(季康子問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논어』「안연」편) 공자는 정치의 정(政)과 올바르다는 뜻의 정(正)이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하여 정치는 올바르게 하는 것(正)이라고 풀이한다. 올바르게 하는 것의 대상은 우선은 자기 자신이다. 그런 이후에 남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즉 공자가 말하는 정치란 우선 나 자신이 올바른 인간이 되고 그런 이후에 남들도 올바르게 이끄는 것이다. 『대학』에서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같은 말이다. 정치를 하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올바른 사람이 되라는 공자의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속말로 말해 진짜 공자같은 고리타분한 말로 들릴 수도 있다.

자로가 군자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기를 수양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 “자기를 수양함으로써 남을 평안케 해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 “자기를 수양함으로써 백성을 평안케 해야 한다. 자기를 수양함으로써 백성을 평안케 하는 것은 요임금과 순임금도 어려워하셨다.”(子路問君子. 子曰 修己以敬.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人.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百姓. 修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논어』「헌문」편) 진리는 결코 멀고 어려운 데 있지 않다. 언제나 몸 가까이 비근한 데 있는 법이다. 요순과 같은 성왕의 정치도 바로 자기를 닦는 것, 즉 자기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맹자 말대로 자기 몸을 구부려 남을 바르게 하는 자는 없는 법이다(吾未聞枉己而正人者也-『맹자』「만장상」편). 유가의 이상은 안으로는 완전한 인간이 되고(內聖), 밖으로는 천하 만민을 평안케 하는 것이다(外王). 그러나 그 시작은 자기 자신부터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한동안 없어진 줄 알았던 금권선거가 또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라는 사람이 돈봉투로 표를 매수한 것이 발각되어 그 좋은 벼슬에서 중도하차한 것이다. 그 당이야 원래 차떼기다 뭐다 하여 그쪽 방면으로는 일가견이 있는 터라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애써 위안을 삼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빌미삼아 정치 공세에 한창이던 반대당에서도 그런 일이 터지고 말았다. 관련자가 투신자살까지 한 데다,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나는 깨끗하네 하며 목에 힘을 넣던 그 당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두 당은 결국 서로 똥 묻은 놈이 겨 묻은 놈 나무라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힘없는 민초들이다. 선거가 어떻게 되던 결국 다음 국회의원들 또한 대부분 이 두 당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계강자가 도둑을 걱정하여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여 말했다. “진정 당신이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설사 상을 준다고 하더라도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季康子患盜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不竊.-『논어』「안연」편) 위에서 백성을 가렴주구하지 않는데 어찌 도둑이 만연하겠는가? 그런데 만일 위에서 솔선하여 도둑질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옆으로 눕는 법이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必偃-『논어』「안연」편) 여기서의 군자와 소인은 위정자와 백성이다. 백성은 위정자가 하는 것을 본받기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득하다. 자기들은 군대에 가지도 않았으면서 입만 열면 안보를 들먹이고, 자기들은 법을 어기기를 밥 먹듯 하면서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가혹하게 법을 집행하는 현 집권당이야 원래 그러니까 그렇다고 넘어가자. 그런데 반대당이라는 데 또한 그 지경이라면 우리나라는 정녕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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