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팜부 마이티 다문화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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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팜부 마이티 다문화 강사
  • 이병기
  • 승인 2009.12.2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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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문화 알려주고, 한국말 배워요"

팜부 마이티 다문화 강사"베트남 지도를 펼쳐 놓고 언어나 전통의상, 음식 등 베트남 문화를 아이들에게 알려줘요. 음식 재료를 가져가 아이들과 함께 월남쌈을 만들어 먹기도 해요. 아이들에게 문화를 알려 주고 아이들은 제게 한국말을 가르쳐 줘요."

한국어 선생님이 예문을 말하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따라한다. 15명 남짓한 학생들 모두 진지한 자세로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예문을 발표할 때는 손을 번쩍 들고 말하는 적극성도 눈에 띈다. 

인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인천여성회관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교실에서 팜부 마이티(28)씨를 만났다.

그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베트남 문화를 알려주는 다문화 강사다. 4년 전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두 아이를 둔 결혼이주여성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처음 만나면 한국사람인 줄 알아요. 유치원 원장 선생님도 그렇구요. 겉모습이 한국 사람과 비슷해서 베트남 출신이라고 하면 다들 놀라요."

이제 한국사람들과 웬만한 의사소통은 불편함이 없는 마이티씨. 4년 동안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인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강사 교육을 수료하고, 아이들에게 모국의 문화를 알려주는 선생님이 됐다. 

"한국어도 배우고 강의도 나가기 시작하면서 2살과 4살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힘들었어요. 다행히 친언니가 앞집에 살아 많이 도와줬어요. 공부를 갈 때면 아기를 봐줘요. 언니가 나갈 때는 내가 봐주기도 해요. 지금은 시어머니와 같이 살아요."

마이티씨의 친언니인 팜부 프엉 웬(37)씨는 그다 앞서 한국남자와 결혼했다. 프엉 웬씨는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모국에서 살다가 2년 전에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갓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시댁에서 지냈지만 얼마 전 동생이 사는 남구 주안 7동으로 이사를 왔다. 

"결혼은 언니가 먼저 했지만 한국은 내가 먼저 왔다"며 마이티씨가 자랑한다.

팜부 마이티(오른)씨와 언니 팜부 프엉 웬씨

일가 피붙이 하나 없던 한국에서 친언니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마이티씨에게 큰 힘을 준다. 애기를 봐 줄 때나, 함께 한국어 교육을 배우러 올 때나 의지할 수 있는 언니가 있어 마이티씨의 다문화 강사 일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베트남에 있었을 때 형부한테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웠어요. 제가 만드는 음식 중에서 남편이 제일 잘 먹는 음식이 김치예요. 맛있다고 해요."

마이티씨가 언니의 팔짱을 끼며 환하게 웃는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대부분 결혼이주여성들이 그렇듯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맞지 않아 힘들었다는 마이티씨. 지금은 매운탕을 제일 좋아한단다. 비록 외모가 한국사람과 비슷해 겉모습을 보고 무시당한 적은 없지만,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종종 이해를 못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버스를 이쪽에서 타야 하는지, 길을 건너 타야 하는지 잘 몰라서 기사 아저씨한테 물어봤어요. 그런데 막 화를 냈어요. 뒤에 타고 있던 아주머니가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왜 화를 내요'라고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그이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화를 내는 한국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마이티씨는 아직도 그들이 별일 아닌 일에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이주민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남편에게 전할 말이 있단다.

"사랑하는 남편,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고맙고. 우리 애기도 건강하게 잘 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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