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 강화', 제대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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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교육 강화', 제대로 못한다
  • 김도연
  • 승인 2010.03.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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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만 쏟아부었지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
취재 : 김도연 기자

'영어 공교육이 실종됐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한답시고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나, 그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특히 '영어 바람'이 불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앞다퉈 영어마을을 조성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적자 운영에 시달리는 등 주먹구구식 체계가 드러나고 있다.

시민들은 실질적인 학습성취도를 위한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천시는 올 들어 영어 공교육 강화에 16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탁상행정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영어마을과 국제어학관 등 '미시적인' 투자보다는 영어 교사 연수나 학습 도서 지원 등 '거시적'으로 영어 학습 능력 향상에 필요한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영어 공교육 강화, 소비적 투자 여전


인천시교육청 원어민 보조 교사들. <사진출처=인천시교육청>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영어 공교육을 위해 168억5천5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영어교육 강화를 위해 모두 389개교에 원어민 보조교사 402명을 배치하고, 초·중등 영어전문교사 50명의 해외 연수를 위해 모두 91억8천900만 원을 지원한다.
 
2006년부터 5개년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원어민 보조교사 지원에는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5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래서 209명과 243명의 원어민 교사를 일선 학교에 배치했고, 2008년에는 67억 원을 지원해 294명, 2009년에는 82억 원을 지원해 337명의 원어민 교사를 학교에 배치했다.
 
올해에는 모두 402명의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기 위해 이미 확보된 82억 원의 예산에 더해 추가 예산을 확보해 모두 100억 원 규모로 지원할 예정이다.
 
2007년부터 진행한 영어교사 해외 연수에는 2008년까지 매년 6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해 왔고 지난해부터는 10억3천만 원으로 늘려 지원을 하고 있다.
 
2008년까지는 한 번에 30명의 교사가 6개월 동안 영어권 국가에서 연수를 마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40명의 교사가 1년 동안 연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올해는 모두 5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1년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에는 해당 교사들이 직접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에이전시를 통해 학교를 선택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교사들이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영어마을의 내실 운영을 위해 참여 학생들의 5박6일 동안 체험 활동비로 모두 50억 원을 지원한다. 참여 학생 1인당 5박6일 체험 경비 46만9천970원 가운데 자부담 12만 원을 제외한 34만9천970원을 지원한다.
 
영어마을 체험 학습 참여 인원은 운영을 시작한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1회 평균 250명이었고, 지난해에는 300명이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늘었다. 인천시는 올해 모두 1만4천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영어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해 군·구 외국어 교육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계양구에 건립하고 있는 국제어학관 건립에 15억4천여만 원의 시비를 지원한다.
 
아울러 2007년부터 매년 9월에 열고 있는 영어축제에 2억5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영어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 등에 모두 26억6천600만원을 지원한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2007년 영어도시 선포 이후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영어 공교육 강화에 '한계'


인천 영어마을 내외부 전경. <사진출처=인천 영어마을>
 
그러나 이런 인천시의 지원은 영어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교육계에선 일선 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직접적 지원이 영어 공교육 강화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인천시의 영어 공교육 강화 지원책은 이를 일정 부분 놓치고 있다는 게 교육계의 얘기.
 
올해 원어민 교사 지원 수는 402명이다. 그러나 인천지역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461개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더욱이 도서지역 등의 분교 12곳과 특수학교 등 10곳을 감안하면 원어민 교사가 필요한 학교는 여전히 많다.
 
인천시가 당초 계획했던 원어민 교사 지원 사업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아직까지 내년부터 추가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서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나마 시 담당부서에서는 원어민 교사 배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당분간 지원을 계속할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영어 교사들에 대한 해외 연수 지원 사업 역시 부족한 수준이다.
 
사업을 시작한 2007년도와 이듬해인 2008년도에는 한 번에 30명이 6개월 코스로 연수를 진행했다. 그러나 연수 기간이 짧아 학습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지난해부터는 1년 코스로 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 해에 연수를 지원하는 교사 수는 최대 50명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원어민 교사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학교별로 최소 1명 이상의 전문교사가 필요함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학생들을 위한 지원책은 더욱 열악하다.
 
인천시가 직접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사업은 영어마을 체험이 유일하다. 그러나 영어마을 체험 학습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5박6일 동안 영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영어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학습하려면 학교별 영어교실 구축과 학습에 필요한 도서나 DVD 등 교육 기자재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런 차원의 배려는 미비하기만 하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어 교과와 관련한 인천시의 지원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라면서도 "교육 기자재 및 전용 교실 등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교사 연수 및 학생 교육 강화에 지원해야


초등학생 대상 영어 체험학습. 

영어 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원어민 교사 지원과 교사 연수 사업에 대한 지원 규모 확대와 영어 전용 교실 구축과 영어 학습교구 지원 등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체험 환경 조성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원어민 교사 지원 사업을 연장해 최소한 전체 학교에 1명 이상의 원어민 교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원어민 교사의 일선 학교 배치율은 전체 학교에 75%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내국인 교사들이 대체할 수 있도록 교사 연수 지원의 확대를 통해 교사들의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선 학교에 영어 교육 환경을 구축하려는 사업과 학생들의 영어 학습을 위한 교육자료 지원 사업이 마련돼야 한다고 교사들은 주장한다.
 
인천지역 중고등학교의 영어체험교실 보급률이 60%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영어를 생활화하기 위한 시설이나 교재가 부족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가르치고 배우는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지원 사업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50억 원이나 소요되는 영어마을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해당 예산을 축소하고 학생들을 위한 직접적인 예산 지원 사업에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영어교사는 "교수 연수 등도 좋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학습에 필요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돈 먹는 영어마을' 개선책 서둘러야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최근 지방자치단체 영어마을 조성 및 운영실태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는 인천 서구 영어마을의 경우 2008년 2억 원의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3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생 모집이 저조한 게 주 원인이었다.

의사소통 중심의 생활 영어와 다양한 영어권 문화 직접 체험이라는 기본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영어마을에 대해 예산을 낭비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시민 이모(53, 남동구 간석동)씨는 "영어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떠들게 아니라,좀더 내실 있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은 자기 돈이 아니라고 마구 퍼주지 말고 면밀하게 살펴 정말 학생들이 영어를 잘 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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