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필름에 인천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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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필름에 인천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요"
  • 김도연
  • 승인 2010.03.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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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김보섭 사진작가

사진작가 김보섭은 사라져 가는 인천의 모습을 필름에 담는다.

취재 : 김도연 기자
 
지난 18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미추홀 전시실에서는 '특별한' 사진전이 막을 내렸다. 동구 만석동의 공장지대를 찍어놓은 김보섭(55) 씨의 사진전 '시간의 흔적-동구의 공장들' 이 1주일이라는 짧은 전시기간을 끝낸 것이다.
 
사진작가 김보섭에게는 '인천을 기록하는'이란 수식어가 늘 붙는다. 그의 사진에는 인천의 어제와 오늘 모습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녹아나기 때문이다.
 
김보섭은 "7년여 전부터 만석동 일대를 찾기 시작했는데, 가끔씩 고깃배가 드나드는 북성부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정말 인천답다는 느낌이 들어 카메라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인천의 모습은 고층빌딩이 운집한 '명품도시'가 아니다. 30년 넘게 굴을 손질하는 아주머니들이 있는, 목재를 가득 실은 배가 작은 부두로 드나드는, 그런 모습이다. 작가 김보섭은 '발전'하는 인천이 아닌,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인천을 담고 있다.
 
한 때는 동네 주민들이 '정체가 뭐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안개가 끼거나 이슬비가 내리는 날이면 여지없이 카메라를 메고 나섰던 김보섭. 그가 만석동 지역에서 찾으려 했던 것은 예전 인천 모습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지금은 어른으로 성장했을 아이들이 목재 위에서 뛰어놀았을 거를 상상했지요. 그러면서 아, 이게 인천의 모습이구나. 인천의 역사가 바로 이곳에 숨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예전 인천 모습에 애착을 갖고 있는 그로서는 그래서 '발전과 변화'라는 단어가 영 어색하기만 하다.
 
"지난 2004년 판유리 공장을 허무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는 좋은 피사체를 잡았다는 생각에 작가로서 쾌감을 느끼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렇게 또 다른 인천이 없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지역이 담고 있는 소박한 정서는 없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이런 그에 대해 조우성(61) 인천향토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김보섭의 사진을 보면 매우 독창적인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예술을 지향하기보다 인천의 지역과 사람, 시간을 담는 그의 사진 속에는 지역에 대한 사랑이 감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의 흔적' 전은 오는 4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포토하우스(02-734-7555)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인천 전시를 마감하며 서울 전시를 준비하는 그는 "인천의 모습을 서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며 "휘황찬란한 인천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천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사람 향기 가득한 인천을 계속 담아갈 김보섭. 그는 "돌이나 나무 등 대부분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에서 지금은 사라진 인천의 옛 모습을 담고 싶다"며 "그러한 것을 통해 30년 전 사람들이 보았을 피사체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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