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불평등 원인은 '사회·경제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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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불평등 원인은 '사회·경제 양극화'
  • 김명일
  • 승인 2012.04.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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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명일 / 평화의료생협 평화의원 원장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남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 우리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려고 하고 건강검진을 받기도 하고 몸에 어떤 증상이라도 생기면 병원을 찾아 나선다.

과연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우리는 장수할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개인이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야를 집단적으로 넓혀 보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더 중요한 요인이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어떤 나라 국민들이 더 오래 살까?"

이 표는 1993년 세계은행에서 '기대수명과 국민소득과의 관계'를 보여준 연구결과이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될 때까지는 기대수명과 국민소득이 비례관계를 나타낸다. 이 시기에 기대수명이 연장되는 것은 한 국가의 국민들이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면서 영양상태나 위생수준이 개선되고 의료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어가면서 기대수명 기울기는 급격히 줄어들어 극히 완만한 변화만을 보이게 된다. 기타 사회적 장벽이 제거되면서 인간이라는 종에 유전적으로 '코딩'된 생체시계가 마냥 길어질 수만은 없는 탓일 게다.

그렇다면 국민소득이 비슷한 나라의 국민들은 기대수명도 비슷하게 될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과연 어떠한 이유에서 국민소득이 유사한 나라 국민들 간에 기대수명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 세계은행 연구에서는 그 원인을 경제적 불평등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한 나라일수록 그렇지 않은 나라 국민들에 비해 기대수명이 낮다는 것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이것은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사회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중산층 비율이 적고 빈곤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층은 당연히 건강을 위협하는 일터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고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과 경제력, 자원이 부족한 상태이고 의료자원에 접근해 조기에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또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심한 나라일수록 범죄와 자살, 폭력 등 사회병리적 현상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게 되고 상호신뢰와 협동이라는 사회적 자본의 고갈로 이어져 사회구성원들을 불안과 우울에 처하도록 만든다.

소득의 차이에 따라 인구집단을 4분위로 나누었을 때 최하층 사망률이 최상층에 비해 2배 가량 높다는 최근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계층 간 건강불평등 원인이 사회·경제적 불평등, 즉 양극화의 심화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IMF 이후 두 번의 민주정부와 MB정부를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불평등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도 중요하고 질병의 조기발견과 적절한 치료도 필요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속한 집단과 계층의 건강수준과 무관하게 나 혼자만 건강하기는 쉽지 않다. 항시적인 고용과 생존의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대폭 감소해야 하고 자신의 건강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력, 사회적 자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경제적 차이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수준과 범위가 달라지는 의료제도여서는 안 된다.

상류층을 위한 진료에 집중하는 영리병원보다 질 좋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비영리병원들을 늘려야 한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공동의 생활을 하는 일은 자기 앞길을 알아서 잘 헤쳐나가는 1%를 위하자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못한 99%, 대다수의 구성원을 돌보고 보살피는 것이 사회의 존재이유가 아닌가!

중산층이 넓어지고 국민 대다수에게 보편적 복지의 안전망이 제공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때 나와 우리의 건강 불평등도 해소되고 함께 장수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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