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표정을 닮는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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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표정을 닮는 '어깨'
  • 신부용
  • 승인 2012.04.20 14: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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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신부용 / 평화의료생협 평화한의원 원장


우리 한의원에 오는 환자 중 3분의 1 정도는 어깨, 목, 팔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수많은 환자의 어깨를 보면서 그 분이 하는 일, 어깨와 팔을 쓰는 습관, 그리고 생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내원한 40대 여성 환자분 어깨는 너무나 딱딱해져서 다른 사람이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아픕니다. 육체적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분이었는데, 20대인 자녀를 업고 안고 보살피시느라, 그 분 어깨는 하루도 쉴 날이 없다고 합니다. 고왔을 것 같은 어깨 피부는 오래된 잦은 염증으로 단단하고 두꺼워져 있고, 양 견갑골 사이가 긴장되고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 지난 세월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잠시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해소되지 않은 슬픔들이 겹겹이 쌓여 그이 어깨에 누구도 건들이지 못할 벽을 만들어 놓은 듯했습니다.

단지 자녀를 돌보느라 어깨를 많이 썼기 때문에 근육이 경직되어 아픈 것일까요? 그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단순히 어깨 근육을 많이 사용해서 어깨가 아픈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런 분들은 가벼운 침 치료와 휴식만으로도 금세 호전됩니다.

무리한 사용이나 피로로 어깨가 결리기 시작할 때는 잠깐의 휴식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결림이 해소됩니다. 그런데 쉬지 못하고 무리하게 되면 통증이 심해지는데, 초기 상태에서는 따뜻하게 찜질을 하거나 가족들이 안마만 해주어도 어느 정도 통증이 호전됩니다. 이 경우는 많이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흔히 누군가 주물러주면 ‘시원하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어깨를 따뜻하게 찜질해 준다는 것은 어깨에 따로 시간을 투자해서 관심을 보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손으로 주물러주면, 아픈 사람은 자신의 피로와 노고에 대해 관심을 받고 이해를 받는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물러서 근육을 풀어주는 행위 때문에 어깨가 낫는 것 같지만, 이런 숨어 있는 의미들로 인해서 우리는 통증을 이겨내고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피로가 누적되면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게 됩니다. 저는 이런 상태일 때 환자들에게 “어깨가 삐쳤다. 어깨가 화가 나서 이제 풀어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관심을 받지 못한 어깨는 이제 손도 대지도 못하게 하고 완전히 삐쳤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옆에서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가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도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입니다.

딱딱한 어깨에는 생활을 위한 노동의 역사가 들어있기도 하지만, 통증을 홀로 견뎌내어야 했던 슬픈 마음, 답답한 현실에 대한 절망감, 가족에 대한 원망 같은 여러 감정의 시간이 쌓여 있습니다. 그 증거로 이런 상태일 때 우리 몸은 어깨 통증 말고도 또 다른 증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상체로 열감이 느껴지거나, 소화가 잘 안되고 더부룩한 느낌이 듭니다. 두통이 있고, 입이 마르고, 심하면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어깨통증이 있으면 쉽게 피로하고, 의욕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증상들이 중첩되면,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만으로는 증상이 쉽게 호전되지 않습니다. 어깨를 비롯한 상부로 집중된 탁한 기운을 풀어주고 내려주어야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더 빠른 호전을 위해서는 감정적 해소도 매우 중요합니다. 스스로 위로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아서 가족에게 속상한 마음이 있다면 직접 이야기 하고 보살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끔은 자신이 느끼는 통증보다 더 아픈 척도 하고, 아파서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간호를 받는 게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우리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투정을 부리다가,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가 나고, 화를 내도 해소가 안 되면 체념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화를 내도 변하지 않는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면 무관심해지는 방식으로 우리가 우리 마음을 보호하듯이, 우리 몸도 견디기 힘든 통증이 심해지면 무감각해집니다. 간혹 제 눈에는 아픈 어깨인데,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그 어깨가 예전 어깨로 돌아가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런 어깨를 만나게 되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지금 당장 자신의 어깨를 만져보세요. 만약 통증이 있다면, 꼭 어깨를 위한 시간을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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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어깨 2012-06-27 00:03:22
제어깨도 많이 삐쳐있는 것 같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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