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가 왜 이리도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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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가 왜 이리도 많은가?
  • 윤현위
  • 승인 2012.05.02 14:0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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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인천 사람들에게 ‘제물포’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제고를 나온 동문들은 학교를 떠올릴 것이고 대부분은 과거 선인재단에서 학창생활을 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수도권전철역을 떠올릴 것이다.

제물포는 한자로 ‘濟物浦’라고 쓴다. ‘浦’자가 들어간 지명들은 대부분 포구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제물포도 포구이름이다. 물론 인천에서 제물포는 단순히 예전에 있었던 지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물포는 강화도조약과 제물포조약으로 인해 개항됐던 항구를 가리킨다. 따라서 근대 도시의 출발로서 제물포는 현재 인천의 시작을 나타내는 지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개항이 서구열강의 침탈의 전진기지인가 근대화의 출발점인가는 여전히 논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논외로 한다고 해도 근·현대적인 의미의 인천이라는 출발점을 상징하고 그 역사를 담고 있는 지명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인천에는 제물포라는 이름이 많다. 물론 비슷한 위치에 제물포라는 지명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거기가 제물포라는 확실한 표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천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도를 보시기 바란다.

제물포란 지명을 사용하는 시설들

제물포라는 이름이 사용되는 지점은 다섯군데나 된다. 물론 제물포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개인적인 상점들의 상호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겠지만 본 글에서는 공공성을 띤 시설물만을 고려하였다. 제물포역과 제물포가 들어가는 학교들, 인천대와 제물포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떨어져있다. 어디가 진짜 제물포일까?

어디가 가장 먼저 제물포란 이름을 사용하였을까? 순서대로 보자. 중구 전동에 있는 제물포고등학교는 1954년에 개교하였다. 제물포역은 1957년부터 영업을 시작하였다. 남구 주안8동에 있는 제물포여중은 1981년에 서구 가좌4동에 있는 제물포중학교는 1981년도에 개교하였다. 인천의 지명을 해설해 놓은 책들 중에 제물포역이 원래 숭의역이었는데 제물포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다는 책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사실 이는 잘 못 알려진 사실이다. 동아일보 1957년 7월 3일자 4면에 있는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제물포역 개통을 알리는 동아일보 1957년 7월 3일자 기사원문

제물포역은 처음부터 제물포역이었다. 문제는 시작부터 이름이 잘못 붙여져서 발생한 것이다. 덕분에 도화동에 있는 인천대 캠퍼스에는 제물포캠퍼스라는 잘못된 지명이 확대재생산 되기도 했다. 제물포중·여중 역시 제물포와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원래 제물포는 어디였을까? 2009년에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에서 발간한 인천역사6호: 인천지명의 재발견에 따르면 위에 지도상(그림1)에 인천광역시 종합건설본부자리에서 파라다이스호텔 근처에 있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 일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정확한 고증을 통해서 확인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서 제물포는 단순히 포구, 점으로서의 공간적 범위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더 넓은 공간적 범위, 그러니까 면으로서 포구와 개항장일대를 의미하는 지명이다. 따라서 자유공원과 옛 조계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을 나타내는 지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에서 구도심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근대개항장문화지구조성사업, 그 개항장의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간 제물포역이란 역명을 50년 이상 사용해왔기 때문에 이 지역과 제물포라는 지명이 머릿속에서 공간적으로 분리된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인천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문화재해설사 임유상선생께 메일로 이 문제를 문의 드린 적이 있다. 임유상선생에 따르면 인천역 개통 당시 설계도면을 보면 仁川(Jemulpo)라고 나와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4년에 발간된 ‘철도 100년사’에 부록으로 실련 경인선부설에 관한 영문계약서에도 Jemulpo로 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제물포역이란 역명을 변경하고 인천역(제물포)라고 역명을 수정하는 것은 어떨까? 제물포역이란 역명을 50년 이상 사용해왔기 때문에 혼란을 줄 수 있다라는 반론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은 큰 재앙이 없는 한 50년 이상 한국의 상위권 도시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 위치에 지명을 가져다 놓아야 더 큰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천역에 제물포란 부역명을 달아준다면 근대개장항문화지구에 간판을 달아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물포라는 지명과 실제 공간적 위치를 일치시켜준다면 개항장의 유지와 보존 측면에서 원래 취지인 지역의 역사성 보존은 물론 홍보효과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1903년 인천항 시설현황 및 내항정박지 진입수로
출처: 이희환, 2011,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 p74.

사실 이 문제는 필자가 처음으로 제기한 것도 아니고 그간 많은 언론과 지역사를 공부하시는 분들에 의해서 제기되어 왔다. 지명의 유래가 모두 지역의 역사와 관련했을 때만이 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용어와 공간적 위치가 일치했을 때, 후대에는 그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라는 점을 정책의 집행자들은 잊어선 안된다. 수도곡산에 있는 달동네박물관이 송현동 말고 다른데 있었다면 그 의미가 상당부분 감소했을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역명을 바꾸는 일은 사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또한 남구에서 강하게 반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큰 그림을 봐야한다. 인천시, 코레일, 남구, 중구 그리고 인천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학자들이 모여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때이다.

그리고 제물포라는 말이 나와서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제물포고등학교 이전에 절대! 반대!한다. 제물포고등학교의 주변지역이 쇠퇴하여 학생수가 감소한다고 연수구나 송도신도시로 이전한다면 그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개체가 사라져 더욱 더 지역쇠퇴를 가중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연수구나 송도신도시에도 또 제물포가 생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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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권 2012-05-03 11:31:25
이 말도안되는 기사를 쓴 것이 말미에 몇줄 적어놓은 "제물포고등학교의 이전에 반대한다."는 결어를 위한 억지논리로 보여진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한 학급에 6~70명씩 몰아넣고도 한 학년에 12반씩 되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제 학생수가 줄어들어 교실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굳이 여러개의 학교가 이지역에 남아 빈교실을 계속 관리하고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학령인구가 증가하여 새로운 교실이 필요한 신도심으로 이전하여 그 수요를 충당하는 것이 새로운학교를 개교하는 것보다 경제적일 것이다.

지나가다 2012-05-02 16:51:32
제물포고등학교 이전은 반대하지만
이름이 그래서 거기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반대한다.
경기고등학교는 경기도로 가야하나
제물포라는 것이 인천의 한 지역명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인천 전체의 이름이라면
너무 협소하게 적용하는 것도 문제.
기차역으로서 인천(제물포)역이 처음부터 현 인천역 자리가 아니라 제물포역쪽에 더 가까워서 제물포역의 이름이 생긴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기차역으로서의 제물포역은 제대로된 역명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12-05-02 14:50:04
그렇다면, 제물포고등학교의 이름과 위치는 제대로 된 것이었군. 공간적 분리에 의해 제물포고등학교는 제물포(역)에 없고, 동인천고등학교는 동인천에 없다는 농담은 안통하겠네..
덧붙여서, 제목만 보곤 서울에 있는 제물포도 포함한 글인 줄 알았는데, 교통사항에 자주 나오는 제물포로는 같은 한자를 쓰는 제물포인가? 혹, 차후에 겹치는 지명에 대한 글을 쓸 때, 제물포도 포함하여, 송도는 왜 그리 많은지. 인천 송도가 진퉁인지? 부산 송도가 진퉁인지? 아님 북한에 있는 송도가 진퉁인지. 물론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같지만, 너무 곳곳에 있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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