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권익은 소비자가 챙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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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권익은 소비자가 챙겨야 해
  • 최재성
  • 승인 2012.04.30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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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최재성 /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이사


"○○○ 고객님, 오는 XX일이 결제일입니다. 고객님의 결제금액은 △△△원이오니 꼭 결제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문의가 왔다. 사업을 하며 미수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3개월 정도 신용카드 결제일보다 4-5일씩 늦게 결제를 했는데, 결제일 며칠 전에 신용카드사에서 전화가 오더라는 것이다. 전화를 받았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끊고 나니 기분이 영 좋지 않더란다. 자신을 연체가 우려되는 고객으로 선정하여 결제를 독촉하는 것 같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응방법이 없느냐는 문의였다.

해당 카드사 고객상담센터에 전화를 해 확인해 보니, 이는 "카드사의 선제적 조치로서의 리스크 관리이며 현재 연체가 없는 고객이라도 내부적인 기준을 정해 사전 안내를 함으로써 신용상 불이익이 발생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이고, 고객이 원하지 않을 경우 고객센터로 연락하면 중단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몇 가지 항의를 하고 지인에 대한 전화안내 중단을 요구한 후 전화를 끊었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담당자 설명에 의하면 결제일과 결제금액에 대한 사전 전화안내 업무의 성격은 "은행의 내부적인 기준을 통한 선제적 조치로서의 리스크 관리"인데, 이를 "서비스"라는 말로 표현하였고 정정을 요구하였지만 끝까지 "서비스"라는 표현을 고수하였다. 고객은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선제적 조치를 당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서비스로 될 수 있을까? 대상 고객들이 결제일과 결제금액에 대해 사전 안내를 받으면 신용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가? 결국 이번 결제일에 제대로 결제하라는 독촉일 뿐인데, 이는 연체자가 아닌 고객을 연체자 취급하는 것이며 사전 추심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백보를 양보해서 이 업무가 "고객의 편의를 돕기 위한 사전 서비스"라고 해도 사전에 본인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 멋대로 사람을 불편하게 해놓고, 원치 않으면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중단을 요구하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관련 법과 제도를 확인하고 금융위원회에도 문의하였지만 이러한 카드사의 횡포를 제재하고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었다.

위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정보통신 요금, 개인정보 활용과 관리의 문제, 상품 및 서비스의 AS, 식품 안전의 문제 등 우리 일상에서 소비자가 알면서 또는 모르면서 당하는 거대 기업의 횡포는 무궁무진하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인해 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은 날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유가를 잡겠다며 정부가 주유소 체인사업에 뛰어들고, 대통령이 품목마다 담당공무원을 지정하여 물가를 잡겠다는 코미디를 해도 시장은 꿈쩍도 않는다. 대한민국 정부가 센지, 삼성이 센지 이제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세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익은 누가 지킬 것인가?  "소비자는 민주정치체제하에서 유권자(voters), 납세자(tax payers), 시민(citizens), 재화 및 서비스의 사용자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정치적, 정책적 정당성의 원천이며, 불공정한 기업행위의 효율적인 감시자이자 경쟁적 시장 확립을 위한 강력한 압력주체"라고 교과서에 나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거대한 기업에 대해 여전히 경제적, 사회적 약자로서의 모습이 더욱 강하다.

법도 제도도 행정도 소비자를 우선으로 하지 않으며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시장도 구청장도 시의원도 소비자 권익보다는 산업 발전과 기업을 우선하는 세상에서 소비자의 권익은 소비자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적 피해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나 이외 다른 사람들도 같은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개인적 피해의 해결을 넘어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분석하고 동일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해결을 주문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소비자운동도 개인적 피해 구제 또는 중재를 넘어 반복적인 소비자 피해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정치적 대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힘을 집중해야 건전한 시장경제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에 큰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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