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세연정 - 국내 3대 아름다운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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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세연정 - 국내 3대 아름다운 정원
  • 이창희
  • 승인 2012.05.0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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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수풍물] 조선시대 최고 풍류가 윤선도를 만나는 듯

보길도 세연정은 창경궁 후원, 담양의 소쇄원과 함께 '국내 3대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는 곳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은 고산 윤선도가 보길도에서 지은 '어부사시사'를 통해 찬란하게 빛난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 가사를 탄생시킨 보길도와 그 중심으로 자리하는 세연정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안빈낙도의 이상세계를 구현하려 하였던 윤선도 사상의 정점을 구현하는 곳이다. 세연정은 '어부사시사'만큼이나 아름답다.

그가 보길도에서 지은 20여 곳 건축물 중 세연정은 유희의 공간이었다.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 윤선도는 독서를 하고 후학들을 가르치다가 오후가 되면 가마에 술과 음식을 담아 무희들과 함께 세연정으로 향했다. 악공들의 연주소리에 인공의 연못 사이로 작은 배를 띄워 무희들의 노래를 들으며 술과 음식을 즐겼다고 한다.

신선들의 놀이터 같았을 세연정 풍경은 현재 남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상상할 수 있다. 낚시를 즐기던 칠암바위, 인공폭포와 구름다리의 구실을 겸한 판석보, 악공들의 연주를 위해 석축으로 쌓은 단상인 동대, 서대 등이 자리 잡았다. 산 중턱의 옥소암으로 악공과 무희를 보내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모습이 연못에 비추는 모습도 즐겼다고 하니 생각만으로도 대단하다.

판석보를 건너 숲길을 따라 옥소암으로 올라보자. 세연정의 경관을 한 눈에 담으며 멀리 남해 바다가 어우러지는 경관은 정원 감상의 백미다.

이곳은 잘 알려진 것처럼 조선 최고 풍류가인 윤선도가 자신이 즐기려고 만든 정원이다. 이 정원은 원래 있던 자연 연못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인공 연못이나 인공적인 설치물을 만들고, 그 가운데에 세연정이라는 정자를 만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자연의 모습을 감상하고, 뒤로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즐겼다.

세연정 앞 연못 모습은 본래 자리에 있던 바위들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앞의 자연 연못을 보면 그 안의 모습이 자연 그대로 투박하기 짝이 없다. 왕실 정원에서 보이는 장방형의 인위적인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 물론 호안은 사람이 쌓았지만 아주 자연스럽다. 그러나 연못 안에 드문드문 있는 바위들은 자연에 있던 것을 그냥 사용했다. 그래서 아주 자유분방하게 보입니다. 일본이나 중국 정원에서는 이렇게 아무렇게나 놓인 것처럼 보이는 바위를 볼 수가 없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거칠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런 한국인들의 성정은 지금도 계속된다. 복원된 청계천에 가면 풀들을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그 모습에 아무런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일본인들이 방문하면 "왜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놓느냐"고 말한다고 한다. 우리 눈에는 자연스럽게 보이는데 일본인의 눈에는 너무 거칠게 보이는 듯하다.

보길도 세연정 모습을 서울 가까운데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뜰에 가면 '미르폭포'로 불리는 지역이다. 이곳은  추측으로 세연정 영역을 모델로 만든 것 같은데 아주 아름답다.


어부사시사 - 윤선도

앞 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 온다.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강 마을의 온갖 꽃들이 먼 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구나.

날이 따뜻해졌도다.
물 위로 고기 뛰논다.

(닻을 들어올려라, 닻을 들어올려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하는구나.
낚시대는 손에 쥐어져 있다.
막걸리 병은 실었느냐?

동풍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꾸나,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타난다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드나무 숲인가.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하는구나.
맑고 깊은 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이어라 : (노를) 저어라

이어라, 이어라 :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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