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이라는 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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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이라는 순리
  • 김정희
  • 승인 2012.06.03 14: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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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김정희 / 시인


오래 전에 형성된 주택가에 살다 보니 길고양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탐욕에 눈먼 인간 종(種)이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깨뜨리는 바람에 쓰레기통을 뒤져서 목숨을 이어가는 존재로 전락한 고양이들. 

그들이 도도한 자태를 포기한 채 삭막한 도시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먹이 구하는 모습은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전 지면이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어 비오는 때가 아니고서는 마실 물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기까지 한다. 해서 지난 가을부터 집 앞에다 지인이 보내주는 사료와 물을 주기 시작했는데, 고양이는 물론 비둘기들까지 와서 목 축이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길고양이들은 매일 사투를 치르며 생존한다. 매우 열악한 환경임에도 엄격한 위계서열 속에서 끊임없이 먹이 경쟁에 시달리며 천적이 돼버린 인간에게 쫓겨야 하고, 달리는 자동차를 경계하는 일도 결코 게을리 할 수 없다. 또 편히 쉬거나 추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은데다 상한 음식만 먹어야 하니 평균 수명이 15년임에도 겨우 2-3년의 삶을 사는 형편이다. 

그들이 이런 악조건에 놓였다는 것은 상식인데, 얼마 전에 한 공중파 언론이 물의(?)를 일으켰다. '우리나라 국민 25%가 고양이 기생충 보균자이며, 임신부가 감염되면 유산까지 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뉴스를 내보낸 것이다.

길고양이들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그 소식이 얼마큼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는가를 확인해보기 전에 나는 걱정에 휩싸였다. 본의 아니게 도시의 무법자, 도둑고양이로 취급당하는 길고양이들의 수난이 가중될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동물자유연대, 애묘족(愛猫族) 동호회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육류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었을 때 걸리는 질병을 마치 고양이들이 퍼뜨리는 것처럼 편향되게 보도했다는 이유였다. 그 외에도 다음 아고라에서는 뉴스를 담당한 기자의 자질 부족론까지 들먹이며 정정 보도하라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졌고, 내가 걱정한대로 뉴스를 접한 아이들이 길고양이들에게 돌을 던지며 학대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해당 방송국은 서둘러 후속 보도를 냈다. 
     
'톡소포자충을 비롯한 기생충은 반려동물을 만지는 것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길고양이 같은 야생동물도 마찬가지다. 기생충 감염의 가장 주된 경로는 육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는 경우다. …….'

때는 이미 늦었다. 죄 없는 길고양이들이 철없는 아이나 무지한 어른들로 인해 생의 위협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기자와 방송 관계자들은 그 생명체들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무엇을 대상으로 하건 간에 방송(신문도 마찬가지) 보도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뉴스에 관계했던 사람들이 길고양이들의 험난한 생애에 관해 손바닥만큼이라도 인지하고 숙고했더라면 그런 무책임한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길고양이들에게 새로운 위협이 추가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야생 동물들의 수난시대다. 밀렵이나 서식지 파괴로 북극곰, 호랑이, 퓨마, 장수바다거북, 알바트로스, 피리물떼새, 오랑우탄, 고릴라 등의 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독일에서는 <60초마다 동물이 멸종한다>는 경고 메시지가 담긴 광고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 전환과 각성을 도모했다. 각 동물 종(種)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거나 종들이 절멸해 간다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원성을 샀던 해당 방송국을 포함해 전 언론매체는 이를 깊이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지구 공동체 구성원인 동물들의 삶을 조명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특히 다수의 눈을 집중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방송이 '모든 생명 가치의 동일성과 동물과 인간의 공존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준다면, 눈엣가시가 돼버린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그들도 인간처럼 행복한 삶을 누리다 갈 권리가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동물 복지의 5대 자유 원칙'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 상처 및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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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반대 2012-06-04 11:12:59
고양이든 개든 애완동물은 태생이 인간의 탐욕에 의해 증식되고 사육된 생태계의 자연스런 일원이 아니다.
산업화 되어 자본의 논리와 이윤창출 논리에 의해 사육되는 애완동물 산업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

눈에 보이는 길고양이가 애처롭다는 것도 소중하지만
그 보다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죽어가는
인간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는 애완세를 걷어서
애완동물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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