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비빔밥 양껏 먹고, 돈은 맘대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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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비빔밥 양껏 먹고, 돈은 맘대로 낸다?
  • 윤빛나·김지우
  • 승인 2010.04.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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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뭘 하는 곳?] '문턱 없는 밥집'

취재:윤빛나·김지우 시민기자

한 끼 식사를 위해 식당에 가면 우리는 항상 메뉴판을 보고 메뉴를 고르고, 가격을 확인한다. 하지만 ‘문턱 없는 밥집’에서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점심 메뉴가 비빔밥 하나 밖에 없고, 돈은 천 원 이상 마음대로 내면 되기 때문이다. 단 밥알 하나, 고춧가루 하나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 이처럼 특별한 식당은 지난해 7월 2호점을 낸 계양구 계산동 ‘문턱 없는 밥집’이다. 1호점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다.

이들 식당은 <동의본초도감>편찬으로 유명한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에서 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민족의학연구원은 충북대 교수로 재직하다 18년 전에 변산으로 농사를 지으러 간 윤구병 선생님이 설립한 단체로, ‘나눔과 비움, 착한 소비’를 주된 목표로 한다.

‘문턱 없는 밥집’ 2호점 실내는 카페를 연상케 하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여기서 낮 12시부터 1시 반까지는 유기농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셀프서비스로 밥에 다양한 채소들과 계란 프라이(유정란)를 넣고 이곳 특유의 강된장으로 비벼 먹는다.

비빔밥 재료들은 모두 윤구병 선생님이 학교처럼 운영 중인 변산공동체에서 가져오거나 생협에서 구입한다. 물론 유기농 재료다. 농협이나 마트에서 파는 유기농 마크를 받은 재료도 쓰지 않는다. 원래 변산공동체나 생협 재료를 소비하기 위해서 이 밥집이 생겼다. 쌀 20kg들이가 7만원씩이나 하는 등 대부분 고가지만, 품질은 확실히 보증한다. 이곳은 2009년 10월 친환경 농산물 우수 식당 10호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는 농약으로 키운 것을 너무 많이 먹거든요. 그건 진짜 몸을 살리는 게 아니에요. 우리의 비빔밥 한 그릇은 소박하지만 가장 건강한 밥상이에요." 2호점 매니저 이희례가 자신 있게 말한다. 음식 조리시 조미료는 아예 쓰지 않고, 기름도 거의 안쓴다. 음식물 쓰레기를 적게 하기 위해 저녁에는 남은 채소 꼬다리를 모아 전을 만들기도 한다. 테이블에서는 우유팩 재생용지로 만든 휴지를 쓰고, 손을 씻고 물기를 닦을 때는 천으로 된 냅킨을 사용한다.

비빔밥은 여러 번 먹어도 되지만,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 곧 ‘나눔과 비움’ 운동이다. 자연히 설거지 거리가 줄어들어 물, 세제를 적게 쓰게 된다. 심지어 이 세제도 생협에서 구입한 고형비누와 물비누다.

문턱 없는 밥집 2곳은 환경과 건강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된다. 가난한 사람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함이다.  “실제로 일반식당에서는 이윤을 위해, 원가를 줄이기 위해 싼 재료를 가져다가 쓴다. 유기농 음식점들이 있긴 하지만 재료 원가가 워낙에 비싸다 보니 음식의 가격대도 높다. 있는 사람만 좋은 음식을 찾아 먹게 된다. 서민들도 없으면 없는대로 1,000원 내고 먹을 수 있게 하자.” 매니저 이씨의 말이다.

점심 사업은 사회공헌이라는 뚜렷한 의도가 있는 목적 사업이다. 아무래도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으니, 저녁에는 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수익사업을 한다.

이곳에서는 ‘기분 좋은 가게’도 함께 운영한다. 기증받거나 직접 산, 안 쓰는 옷이나 생활용품, 책 등을 판매한다. 변산공동체에서 생산한 유기농산물과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물품(초콜릿, 밀랍초 등)도 있다. 환경, 삶과 관련된 책이나 인간의 정신건강을 높여주는 책들도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식,음료도 제공한다. 솔잎을 발효시켜 만든 솔잎 효소차를 비롯해 국화차, 목련차 등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한 다양한 메뉴들이 가득하다. 100% 친환경 쌀로 만든 ‘참살이 막걸리’도 이색 메뉴다.

가게의 수익은 농민, 지역빈민,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된다.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는 식당이 가득한 상가에 당당히 자리한 ‘문턱 없는 밥집’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건강에 해롭고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우리의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잊고 살았던 환경 문제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항상 똑같은 식당에 신물이 날 때, 또 ‘비움과 나눔’의 의미를 실현하고 싶을 때 한 번쯤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단,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주소: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1081-10 명동프라자 3층 (계양구청 공영주차장 건너편)
전화: 032)543-6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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