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분노, 자녀 사회적응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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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분노, 자녀 사회적응 떨어뜨린다
  • 안은주
  • 승인 2012.07.0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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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안은주 / 푸른마을아동복지종합센터 관장


현대사회에서 많은 부모는 맞벌이를 하고, 대부분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가정 이외 학원이나 돌봄교실, 기타 보육기관 등에서 생활하며, 가족들은 늦은 저녁이 되어야 지친 몸으로 모두 집에 돌아와 휴식과 편안함을 얻고자 한다. 가족구성원들은 종종 TV나 컴퓨터 게임, 신문이나 늦은 밤 술 한 잔으로 서로 고립된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은 공간에 있으나 정서적 교류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심신이 지친 부모들은 각종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여 본의 아니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며 심리적으로 방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까지 겪은 일 중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고 한다. 늦은 밤이나 긴 시간 동안 끝도 없이 보살펴 달라는 요구와 무한책임을 감당해내야 한다. 모든 부모는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와 갑작스럽게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끼는 것은 사실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며, 이런 감정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의 스트레스와 분노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가정 내에서 부모의 스트레스와 잦은 분노를 장기적으로 경험한 아이들은 부모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하고, 공격적이고 반항적이게 된다. 가족 간 표현되는 분노와 스트레스는 아이의 정서와 학업, 사회적 적응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아이의 사회적 적응능력을 떨어뜨린다.

얼마 전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픔과 더불어 자신의 양육문제로 늘 싸우는 부모를 바라보며 상처를 받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가 종국에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불을 저지른 인천 모 초등학교 5학년 아동의 사건이 있었다. 또 인천학술진흥재단에서 인천 시내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임상적 문제와 인격장애문제, 정신건강상태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상처를 받았으며 이들 중 일부는 정신건강에 이상징후나 화병,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는 내용을 통해서도 가정에서 부모의 양육행태가 아이의 성장과 행동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할 수 있다.

간혹 대중매체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준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하는 폭언과 폭력이 우리 아이들에게 반사회적인 분노의 씨앗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성인이 되어 타인과의 친밀감, 유대감을 갖기 어려워 친구관계도 지속되지 못하고 우울증과 소외감을 경험하며, 이러한 정서적 결과로 인해 인생에 있어서 성취도가 제한되어 성공가능성이 희박해질 수 있다.

요즈음 일상에서 정서적인 어려움과 부적응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아동심리치료사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복지부는 또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직장과 학교 현장에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상담체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면에서는 전문적인 지원방안이라 할 수 있겠고, 개인의 치료와 상담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문제가 가족관계 속에서 역기능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가족의 문제와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양육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부모와 가정을 먼저 지원하고 역량을 강화하도록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 상담, 사례관리 등 높은 수준의 가족복지서비스와 가족 관련 기관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ㆍ소외가족이나 맞벌이 가족 등 복지기관을 내방할 수 없는 이용자들에게는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와 그것이 문제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가족은 또 어떻게 발굴하고, 그들의 인식은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지에 실천적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사회복지실천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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