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통령 선거를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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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통령 선거를 예측한다
  • 이준한
  • 승인 2012.07.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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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이준한 교수 /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직업병이다. 한국에서 선거에 대한 예측을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누구보다 나는 잘 안다. 게다가 나같이 전공이 선거인 정치학자보다 선거에 대한 전문가가 더 많은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또 무모하게도 5개월 뒤로 성큼 다가온 대선에 대한 결과를 가늠해본다. 4월 총선에 대한 예측과 관련하여 승률이 있어 탄력을 받아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난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한 신문사 기자가 9일 자로 선거전문가의 총선결과 예측 기사를 내보내기 위하여 6일 밤 8시에 전화를 했다. 신문사에서 월요일 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하여 금요일 밤까지 이메일 설문을 돌렸는데 미처 나는 이에 답을 못했던 것이다. 기자의 다급한 전화에 이메일 대신 전화로 하자면서 내 첫 대답은 이랬다.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보다 한 10석 정도 더 많이 이길 것 같다."

기자의 반응은 "교수님!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시나요?" 순간 내가 잘못 내뱉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엄습하면서도 김용민 막말 파문과 한명숙의 리더십 부재로 민주통합당이 이기기 어려운 거 아닌가라는 답을 내놓았다. 전화를 끊고 적잖이 불안했지만 월요일 기사에서 약 30명의 전문가 가운데 새누리당 승리를 예견한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겨우 두 명에 그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선거 결과는 이미 다 아는 사실. 다행히 선거결과를 맞게 예측해서 나는 으쓱했지만 패배할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만신창이가 다 되었다.

대통령의 임기 말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하는 경향은 선거학 교과서에 이미 다 나와 있다. 그러나 인기 없는 대통령의 임기 말에, 그리고 경제 위기가 많은 유권자의 희망을 빼앗아간 순간에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에서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패배했다. 그리고도 현재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또는 안철수 교수를 포함한 야권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선거학 교과서 시각에서 보았을 때 4월의 국회의원선거와 마찬가지로 12월의 대통령선거는 인기 없는 대통령이 경제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인데도 말이다.

이번 12월 대통령선거는 철저히 경제선거가 될 것이다. 경제위기가 세계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가계경제는 물론 국가 재정위기까지 예측되는 순간인데, 다른 무슨 이슈가 유권자의 관심을 사겠는가. 그런데 이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이나 대안이 민주통합당 수준은 물론 이른바 민주통합당의 대표주자 수준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가 도래하는데 민주통합당이 주장하는 보편적인 복지를 어떻게 구현할지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1년 만에 무상보육을 거두어들이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거나 아니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곧 국민적 반대와 대선패배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20-40세대가 함께 결속해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통합당을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지난 해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출현했던 20-40세대가 바로 6개월 뒤 총선에서도 약간의 균열이 보였고, 20-40세대가 차지하는 유권자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리고 일자리, 가계부채, 집값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아무래도 20-40세대 지지를 얻기 어렵다. 대통령실에서 국정을 이끌어본 사람이나 이장부터 입지전을 이룬 인물이라도 경제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선택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들을 선점당한 상태에 대한 심각한 경각심이라도 가져야 하는데, 아직 민주통합당이 그런 모습을 갖췄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미 4월 총선에서 회고적인 정권심판론이 맥도 못 썼는데, 대선에서도 전망적인 경제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민주통합당은 고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변화와 쇄신, 미래라는 담론도 새누리당에게 빼앗긴 상황이다.

그래도 안철수 교수와 함께라면 민주통합당의 승리가 있지 않겠냐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는 결국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선이 그리고 대통령직이 무슨 밤샘공부 벼락치기 시험준비 같이 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안철수 교수는 지난 해 9월부터 무려 10개월 동안 그저 결심을 못했고 그 우유부단함이 대중의 환상만 더 유지시켰다. 안철수 교수가 나서서 4월 총선에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춤을 추겠다고 하고 정당보고 사람을 선택하라고 권했건만, 투표율은 54.3%에 그쳤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90% 이상의 의석을 장악했다. 오히려 양대정당이 역사상 최대치 의석점유율을 차지했던 것이다. 맥주를 따서 너무 오래 놓은지라 김이 빠졌고 말도 안 먹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줄이자. 민주통합당이 12월 대선에 너무 무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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