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우리 반 꽃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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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우리 반 꽃게들!
  • 김명남
  • 승인 2012.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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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김명남 / 시인


태풍이 지나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이 말라 죽고, 저수지나 강이 바닥을 드러낸 뉴스가 나오더니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됨과 더불어 태풍까지 온다니 온 나라가 이젠 물난리 걱정이었다.

이럴 즈음 우리 반 아이가 쓴 시를 보고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잘 반영된 시였다. 아! 교육현실! 오, 가엾은 아이들!

            홍수

             정원희(인천부곡초 3학년)


비가 많이 오네

홍수가 나면 어쩌지?

홍수가 나면 학원을 안 가서 좋잖아

한 아이가 말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비가 무섭게 쏟아지니 당연히 홍수가 날까,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인데 아이들은 차라리 비가 더 쏟아져서 자연재해라도 나면 학원을 가지 않아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장학습을 갔다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아이들은 도로가 정체되어 버스가 늦게 도착하기를 바란다. 이유는 하나. 학원 안 가니까. 그것도 부모들이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명분으로.

학교에서 아이들과 삶을 꾸려가면서 매년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또 짓게 한다. 그렇게 1년간 아이들이 쓴 시를 모아 학급어린이시집으로 펴내고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과 삶(어른들의 생활이나 아이들의 생활이나 하루하루가 모두 의미 있는 삶이다)을 엿볼 수 있는 게 일기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운다.

『시사IN』이라는 주간지를 보다가 무릎을 딱 치는 기사가 있었다. 선행학습은 '아동 학대'라고, 게다가 이제는 ‘인권침해 수준’에까지 왔다고.

당국의 교육정책이 선행학습을 유발하고, 시장이 여기에 반응하면서 정책과 사교육이 서로 영향을 주게 되었다고. 사교육 업계로서는 선행학습은 '효자 상품'이며 새로 교재 개발을 할 필요성이 적어지고 당장 학교 성적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며 또 앞서가는 학원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을 배우니 항상 어려워해 결국 학원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선행학습의 이유를 대부분 학부모들은 '미리 배워두면 학교 수업을 받는 데 유리할 것 같아서', '학교 수업과 시험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워서'라고 대답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선행학습과 관련한 연구 논문 수십 편 가운데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 결론을 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오히려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고,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성적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심하며 고등학교 때가 되면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개념이나 부정확한 지식을 갖는 경우가 많은 등 선행학습의 부작용이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언젠가 아이들 말에 충격을 받은 적 있다. 엄마 아빠는 밤8시, 9시에 퇴근하는데, 우리들은 학원 갔다 오면 밤10시, 11시라고. 우리들이 어른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땐 뭔가 머리를 한 대 치고 가는 느낌이었다. 

        어린이

                이정석 


바다로 나가려고

몸살하는

바구니에 담아 놓은 꽃게들.

꽃게들이 팔딱거리는 생명력이 느껴지십니까? 꽃게들이 꿈을 펼쳐보이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꿈틀, 생기지는 않습니까? 바다에 대한 열망에 찬 꽃게들의 본능이 들리십니까? 어린이의 마음을 꽃게들의 몸부림으로 나타낸 시인의 애틋함이 느껴지십니까?

어쩌면 어른들 스스로가 바구니가 되어 몸살을 앓는 아이들을 가둬두고 있지는 않은지!

‘동심’을 잃어버리고 ‘똥심’만 가득한 어른들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누구든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전쟁터라는 생각에 수많은 바구니를 미리 준비해놓고 아이들에게 하나씩 던져주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른들부터 행복해야 한다. 즉, 어른들부터 ‘똥심’을 버리고 자연 같은 아이들 맘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래도 현실의 바구니를 부수고 꽃게처럼 몸살하는 아이들을 묵묵히 바다로 이끌고자 애쓰는 시인이 있기에 그나마 세상은 희망으로 남을 수 있는 건 아닌지.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읊은 워즈워드나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운다는 도종환 시인이나 모두 꽃게들이 바구니에 담겨 있는 것보다 자유롭게 꿈을 펼치며 바다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오! 우리 반 꽃게들! 대한민국 꽃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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