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자라는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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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자라는 극장
  • 조경환
  • 승인 2012.07.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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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경환 / 부평아트센터 관장

지난해 열린 다문화연극교실 발표공연 '엄마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학부모.

필자가 재직하는 아트센터에는 공연창작아카데미라는 예술교육 과정이 있다. 공연장 특성에 맞게 특화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그 가운데 어린이예술교육인 호박어린이연극학교는 모집공고가 나가자마자 30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 기초반,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중급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6개월마다 소극장인 달누리극장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창작한 연극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 때마다 300여석 객석을 꽉 채우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고 감동을 하시곤 한다. 발표회는 세련되지도,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함도 없지만, 언제나 기대를 벗어나는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그것은 무대 위 아이들의 열정과 순수함이 공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 6월말 상반기 연극학교 수료 40명의 학생들이 '워셔블의 여행'이란 작품을 발표했다. 아트센터 봄 학기 40명의 학생들이 12주 동안 지하 2층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만든 창작 연극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대중예술을 통해 일반인의 스타되기' 열풍에 스타라는 화려함을 맹목적으로 동경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기초예술을 통해 문화 예술의 가치를 전하는 일들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세태가 아닌가 싶다.

아트센터 어린이연극학교의 교육연극은 어린이들이 1일 배우로 되어 보는 결과로서 교육이 아닌 공연경험을 통해 무대에서도, 그리고 사회생활에서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스스로 행복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으로 창의적인 예술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육 연극은 '발표'라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같이 음식도 만들어보고, 친구에게 마음을 담은 조그마한 선물도 준비하고, 같이 춤과 노래도 해본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리더들이 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워크 숍 과정이다. 어린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같이 도시락을 먹으면서, 어린이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 그래서 즐거운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것, 다음 사용할 사람들을 위해 청소를 하는 것 등 교육 연극은 한편의 연극을 제작하는 것과 다른 창의적 인성 교육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번 '워셔블의 여행' 발표 후, 참가한 어린이들은 소감을 통해 "연극은 자신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잘 해야 멋진 연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했다. 그리고 참가 학생들은 연극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표현력, 협동심, 상대에 대한 배려심을 배웠다.

바로 이것이 예술교육으로서 연극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교육연극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예술교육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게 하는 시선'을 만드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어린이들에게 연극제작 과정을 통해 그 힘을 알려주자는 것도 이 과정을 만든 취지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리허설과 공연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고, 학부모들이 놀라고 있다. 평상시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전혀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역에서 예술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계신다. 발표 공연 당일 300여석 객석을 가득 채우고 보조석마저 동이 났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연기을 보면서 공연장은 열기에 가득 찼다. 연극학교를 보내신 학부모께서 대견해 하셨을 것이다. 이번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성취감과 만족감 등을 얻었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어린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표가 끝난 후 공연장을 찾으신 관객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아트센터에서는 현재 2년여간 세밀한 검토를 거쳐, 인천시와 자매도시인 기타큐슈시 기타큐슈예술극장과 아트센터와의 어린이 연극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챌린지, 연극!', 연극을 통한 표현교육을 실현하고자 공립극장 첫 한-일 어린이 연극 국제교류, '한계예술'을 벗어나서, 이러한 교육연극을 통해 누구라도 친해질 수 있는 예술, 생활 속 예술, 알기 쉬운 예술, 다양한 각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예술을 해본다는 것이 이번 첫 어린이 연극을 통한 국제교류 취지이다. 한-일 양국 어린이 총 30 명이 이번 캠프를 통해 상상력, 창조력, 집중력, 감각과 감성, 체력, 언어의 올바른 사용법, 상대에 대한 배려 등 '와이드 예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첫 국제교류인 만큼 일이 세밀하고, 진행이 까다롭고 힘들다. 아트센터 스텝들이 꿋꿋이 묵묵하게 일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럽고 감사하다. '한 발만 앞서 간다'는 게 힘든 일이기는 하나, 시간이 지나면 지역에 기여하는 일이 만큼 '파이팅'을 외쳐 본다.

진정으로 필자가 소망하는 것은 어린이연극학교 출신 어린이들이 10년 후 바로 이 곳 아트센터 후배 어린이연극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서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멋진 관객으로 다시 만나게 되길 바라는 점이다. 늘 미래의 희망은 어린이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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