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싱가포르 앞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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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 싱가포르 앞서려면
  • 이왕준
  • 승인 2012.08.22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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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이왕준 / 인천사랑병원 이사장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의 '외국인 전용 센터'

면적은 인천시의 약 2/3, 인구 460만 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 한국,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4룡으로 불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국민소득 4만3천불의 선진국으로 도약하였다. 싱가포르가 세계 15위의 국민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교통 물류와 금융 산업 분야 '허브 역할'이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여기에 더해 국제화한 의료와 교육 분야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북부에 있는 쿠텍푸아트 병원.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100만 명을 지원하는 공공병원이다. 공공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친환경적으로 건축되었다. 550병상으로 이루어진 병원 중앙에 대형 폭포와 숲이 만들어져 있다. 숲에는 새소리가 들리고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아든다. 환자들은 그 속에서 아픈 몸과 함께 마음도 치유할 수 있다. 과거 알렉산드리아 병원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전체 건축비의 1/4 정도를 기부한 싱가포르 거부(巨富)의 이름을 따서 병원 명칭을 붙인 것도 이색적이다. 하지만 본인이 병실 차액을 전액 부담하는 사설 병동과 에어컨 시설도 없는 다인실 병실로만 이루어진 공공병동을 아예 다른 빌딩에 배치하였다.

싱가포르 도심지에 있는 래플즈 병원. 한국인 샴쌍둥이 사랑, 지혜양의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해서 유명해진 병원이다. 싱가포르에서 파크웨이병원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민간 영리병원이다. 병상은 350병상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싱가포르 전역에 1차 의료를 담당하는 72개의 래플즈클리닉과 연계하여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연간 130만명의 환자 중 외국인환자(거주 외국인포함)가 40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의 주변국가뿐만 아니라 러시아, 아랍 등 주요 10여개 국가에서 방문하는 환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2차, 3차 의료기관 수는 공공병원 80% 민간병원 20%를 차지한다. 국민들이 공공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나이와 입원병실 규모에 따라 50~70% 정부보조가 나오고, 나머지는 본인들이 월급에서 의무적으로 저축한 저축구좌와 의료보험에서 부담하게 된다. 예약 대기시간 없이 바로 진료를 하고자 하는 국민이 민간병원을 선택해서 가면 병원비의 100%를 환자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보통 민간병원의 의료비는 공공병원에 비해 40~50% 비싸다고 한다. 그 수준을 한국과 비교해 보면 1배~1.2배인데, 국민소득 기준으로 보면 민간병원의 의료비가 아주 고가라고 할 수는 없다.

싱가포르의 경우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양립하면서 국민들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텍푸아트 병원처럼 공공병원이라고 해서 서비스의 질이 낮은 것이 아니고, 영리병원으로 운영되는 민간병원이 있다고 해서 공공병원의 의료비가 폭등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공공병원도 지역별로 경쟁체계를 만들어 서비스 향상 경쟁을 하고 있고, 민간병원은 공공병원에 비해 비싼 의료비를 받는 만큼 더 질 높은 서비스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환자들을 만족시키면서 국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려면 싱가포르처럼 동아시아의 물류와 교통 허브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자본과 외국인들이 투자하고 싶고, 거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와 교육은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수일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보듯이 그 자체로서 국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국제병원 설립문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송도국제병원 설립문제가 일개 병원 설립문제가 아닌 이념대결처럼 되어버렸다. 반대 측에서는 송도국제병원이 설립되면 이를 도화선으로 전국적으로 민간영리병원 확산되고, 그 결과 의료비가 폭등하고 궁극적으로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에서는 송도국제병원이 설립되면 의료산업 경쟁력이 대폭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찬성과 반대 모두 송도국제병원의 문제를 그 자체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의료체계와 산업 전반의 문제로까지 확대해서 논전을 벌이고 있다. 송도국제병원이 설립된다고 해서 현행 의료체계와 의료산업 구조에 질적인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지나친 억측과 단정이 건전한 논의를 방해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찾는 길을 막고 있다. 

송도국제병원의 건설적 해법을 찾기 위해선 다시 최초의 문제의식과 설립취지로 돌아가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2,000명 남짓한 현실에서 외국인거주 환자들을 위한 대규모 병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설립추진 최초의 계획처럼 소규모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지어도 거주외국인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최근 의료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환자가 증가하는 만큼 송도국제병원이 외국인 환자 유치의 대표적 병원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반대 측에서 우려하는 건강보험체계 붕괴나 의료양극화와 상관 없이 송도국제병원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고, 국부를 창출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는 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 활성화는 점점 멀어진다. 이념적 잣대로 미래를 단정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리고 창조적인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 의료산업 역시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송도국제병원이 싱가포르 레플즈 병원처럼 외국인과 외국인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되어, 인천경제를 활성화하고 인천의 국제 인지도를 높이는 아시아의 대표적 의료기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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