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어떤 본보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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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어떤 본보기가 될까?
  • 윤현위
  • 승인 2012.08.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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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2014년 인천아시아게임이 2년 남았다. 인천은 주경기장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중앙정부에사 지원받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인천시재정위기비상대책협의회에서 중앙정부에 재정지원을 촉구하는 시민서명이 130만을 넘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200만명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급하긴 급한가 보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원래 아시안게임평의회에 유치신청서를 냈을 당시만 해도 초안에는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경기를 치르겠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 시장은 서구에 새로운 경기장을 짓겠다고 공언했고, 시의회는 2009년에 문학경기장 증축을 막는 시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불행의 서막이었다.

현 정부는 새로운 주경기장 건설에 반대했다. 역대 정부 중에 토건사업을 가장 좋아하는 정부에서조차 반대한 사업이었는데, 전 시장은 이를 민자사업으로 돌리면서까지 사업을 강행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람들이 떠안고 있다. 역설적이게 전 시장은 이 나라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자꾸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춘다. 불편하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전국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그나마 가지고 있는 인지도는 또 다른 동명이인 때문에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업무수행 능력에서도 별반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인천에 관한 질문이 들어오면 정치적 모략이라고 한다. 인천은 문제가 없는 지방자체단체라고 항변한다. 그때 알았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공중파에 나와서 저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런 것이었구나.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갔다.

다시 아시안게임 이야기로 돌아오자. 주경기장를 비롯한 아시안게임 개최에 필요한 예산과 지하철2호선 공기단축 등으로 인해 인천이 어렵다고들 한다. 주경기장 민자사업 사업주체인 포스코가 철수하고 민자사업이 재정사업으로 변경되면서 주경기장 재정지원에 대한 근거가 더욱 더 강력해졌다. 올해만 7000억원의 재정이 부족한 인천은 부산이나 평창 수준의 지원이 되지 않을 경우 게임을 반납하거나 중앙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라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절실함 혹은 각오보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생각난다. 이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사실 체육시설을 민자로 진행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 체육시설은 기본적으로 상업적인 이익을 내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비어 있는 시간이 더 많고 주기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장에 자체적으로 흑자를 내는 구장이 얼마나 있겠는가?

2004년경에 발표된 인천도시재생사업 공사 완료 시점은 대부분 2013년이나 2014년초였다. 아시안게임을 의식한 대대적인 도시개발계획이었다. 실제로 아시안게임을 이야기할 때 도시발전이나 도시 내 균형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도시를 빨리 만들어왔다. 신도시도 빨리빨리, 재개발도 빨리빨리 해치웠다. 그렇게 많은 재개발지구와 그것도 모자라 뉴타운, 신도시가 만들어졌는데 우리네 삶은 행복해졌는가? 집이 정말 모자라던 시절에서 이제는 가구보다 집이 더 많은 시대가 왔으니, 내집 마련은 이제 꿈이 아니고 현실이 되었는가?

아시안게임이 도시발전수단의 일부분으로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정부의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의 주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경기장이 들어서면 물리적 측면에서 도시기반시설이 개선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 혹은 그를 발판으로 지역이 발전한다고 보기 어렵고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도화동·숭의동으로 가보자. 숭의동엔 공설운동장이, 도화동엔 야구장이 있었다. 지금은 둘 다 철거하고 축구전용경기장을 짓고 있다. 명분은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축구장 신축이었다. 축구장 자리에는 새로운 축구장이 만들어지고, 야구장 자리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자리는 모두 시 소유 땅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 대가로 시행사는 새로 축구장을 건립하고 이를 시에 기부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기부채납이다. 이런 도시개발사업 명분은 축구장인가, 아시안게임인가? 아니다. 이것이 지역개발 신호탄으로 된다면 숭의동·도화동 주민들에게 개발효과가 돌아갈까? 숭의아레나에 입주할 대형마트 때문에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이 지속적으로 반발하는 것처럼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주경기장이 들어서는 서구는 어떨까? 주경기장이 들어서면 주변에 그간 그린벨트로 별다른 개발수요가 없던 주변 지역에도 개발분위기가 흐를 것이다. 더군다나 지하철까지 들어온다. 다른 인천지역과 연결도는 물론 서울과 접근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삶은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가정오거리 루윈시티 사업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개발이 진행되면 대부분 떠나야 하고 남아 있으려면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보상금을 받거나 입주한다고 해서 그것이 경제적인 이득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아시안게임 때문에 초래된 재정위기와 개발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는 아시안게임 원래 목적과는 무관하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초라한 것과 검소한 것은 다르다. 지금의 아시안게임은 3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의 모습을 다른 나라에 보여주기 위해서 몸부림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새로 지은 경기장이 번듯하다고 해서 그것이 인천의 모습은 아닐 게다. 오래된 경기장을 고쳐서 사용하면 그것이 인천의 역사를 보여주는 일이다. 현재 갖고 있는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에서 아시안게임을 시작했다면 그 이후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시안게임을 반납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무사히 일정에 차질 없이 치러야겠다. 요즘 들어 워낙 저출산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나 꼭 인구 수가 많아야 이런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은 아니니, 우리나라 다른 도시들도 계속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같은 대규모 대회들을 유치하고자 할 것이다. 추후 이런 계획들을 갖고 있는 도시들은 인천을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자연환경 중요성을 학습하는데, 우리는 이번 정권 동안 4대강에다 22조원이라는 학습료를 냈다. 도시개발과 발전에 우리는 지금 수업료를 내고 있다. 


숭의아레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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