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시려 찬물은 못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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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려 찬물은 못 마셔요"
  • 최세은
  • 승인 2012.08.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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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최세은 / 평화의료생협 평화치과 원장


이제 가을이 다가오는지 무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이번 여름은 참 더웠습니다. 한낮의 뙤약볕 아래 있다 보면 간절해지는 게 있지요. 시원한 얼음이 가득한 냉수 한 컵, 혹은 살얼음에 달콤한 팥과 우유를 얹은 빙수 한 접시, 그리고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수박 한 조각. 그런데 이조차 마음껏 먹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가 시린 경우입니다.

이가 시린 것처럼 불편한 것도 없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칫솔질을 할 때마다 수시로 고통이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대체 이렇게 되는 원인과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가 시리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간단하게 말해서 신경이 자극을 받는 것입니다. 치아는 여러 층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가장 안쪽에는 신경조직이 들어 있습니다. 그 주위를 상아질이 둘러싸고 있고 가장 바깥쪽으로 머리 부분은 법랑질, 뿌리 부분에 백악질이라는 껍질과 같은 구조물이 있어 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손상되는 경우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죠.

치아의 구조가 손상되는 경우는 다양한데, 첫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충치입니다.

법랑질처럼 얕은 부위에 생기는 충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너무 많이 진행되어 신경조직에 가까워지면 찬물에 이가 시리거나, 단 음식에도 욱신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진행된 충치는 치과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즉시 치료를 받으면 되겠지요.

두 번째는 잇몸질환입니다. 치아 주변에는 뿌리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있습니다. 치조골, 치주인대, 치아주위의 연조직 등을 치주라고 합니다.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치주질환이라고 하는데, 많이 진행되면 뼈와 잇몸이 녹아내리면서 뿌리가 드러나게 되고, 치아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져서 결국 흔들리게 됩니다. 특히 드러난 뿌리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없으므로 찬 음식을 먹을 때나 칫솔질을 할 때도 시릴 수 있습니다.

잇몸질환의 주원인은 칫솔질이 잘 안되어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고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입니다. 질환이 치조골까지 진행되어 뼈가 녹아내리게 되면 원래 상태로 회복되기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지요. 이런 경우 질환의 진행을 막고 그 상태에서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를 잇몸치료라고 합니다.

세 번째는 치아가 마모된 경우입니다. 마모로 인해 이가 시린 것은 상당히 많은 분에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특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우리나라 음식문화와 식습관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오징어나 오돌뼈처럼 너무 질기거나 단단한 음식물을 저작하여 치아가 옆으로 휘는 힘을 받으면 목 부분이 패이거나 깎이게 되는데, 이런 경우 전형적인 쐐기모양으로 패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는 나이가 들면서 생리적으로 잇몸이 퇴축되거나, 풍치나 부정교합 등의 원인으로 치아 뿌리나 상아질이 노출된 치아에 칫솔질을 좌우로 강하게 하는 경우 마모가 나타나기도 하지요.

충치나 풍치처럼 분명한 원인이 존재하면 치료방법이 간단하지만, 마모로 인한 경우 치료방법이 아주 다양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치아 표면을 깨끗하게 청소한 후 잘 유지해주고, 마모제가 적게 함유되어 있는 치약과 얇고 부드러운 칫솔모를 사용해 세지 않게 칫솔질을 해주면 금세 좋아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과민증에 효과가 있는 질산칼륨이 함유되어 있는 치약을 사용하거나, 치아 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막아주는 약제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주기적으로 불소를 발라주는 것도 효과적이고, 레이저로 노출된 상아질의 세관을 폐쇄시켜 시린 증상을 감소시킬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노출되어 있는 부위를 상아질 접착제를 이용해 얇게 코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한 마모가 심하게 진행되어 치아 표면이 패인 경우에는 레진이나 약제를 이용해 메꿔 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며, 일반적인 치료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시린 치아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예방이랍니다.

너무 단단하거나 질긴 음식을 즐겨먹는 습관을 고치고, 올바른 칫솔질로 치아에 과도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꼭 지켜보세요.

*시린 이 예방습관 6가지
1. 올바른 칫솔질!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칫솔질만으로도 구강 내 질환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2. 이쑤시개 사용은 금물! 
   잇몸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도 치아를 마모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세요.
3. 치아가 시릴 때는 미백 치약과 마모제가 많이 함유된 치약은 사용하지 마세요.
   특히 치약 대신 소금을 이용해서 칫솔질을 하면 입자가 크기 때문에 마모가 쉽게 된답니다.
4. 산도가 높은 음료수나 탄산음료는 되도록 줄이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습니다.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도 최대한 드시지 않는 게 좋아요.
5. 이를 갈거나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다면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6. 이가 시린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세요.
   정기적인 검진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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