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용역업체의 '집단폭력'을 없애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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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용역업체의 '집단폭력'을 없애려면…
  • 전재환
  • 승인 2012.08.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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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전재환 / 민주노총 인천본부장


지난달 27일 SJM과 만도지부에 용역이 투입되어 파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경비용역업체가 폭력을 마구 휘두른 이후 최근 언론매체에서 '경비용역업체 집단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경비용역업체의 '집단폭력'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폭행을 당하는 대상도 파업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용산 철거민처럼 노점상인 등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오래된 대한민국의 수치스런 자화상이다.

SJM에서 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용역깡패'들이 방패를 들고 공장에 쌓아놓은 자동차부품을 집어 던지며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면서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폭력에 35명의 노동자가 피를 흘렸다. 구미 KEC에서는 여성 기숙사에 '용역깡패'들이 몰려 들어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던 여성노동자들을 기숙사에서 내쫓아 낸 적도 있다.

파업 노동자들에게 저질러지는 폭력 만행 과정과 상황을 보면 기가 찰 정도이다.

첫째, 공장 밖에는 경찰병력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피를 흘리며 112에 7번씩이나 전화를 했지만 현장엔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들이 공장 밖에서 망을 봐 주고 '용역깡패'들은 공장 안에서 노동자들에게 자유롭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경비용역 업체의 '집단폭력'이 경찰과 긴밀한 공조로 이루어졌음을 부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인가?

둘째, 컨택터스(CONTACTUS) 방패와 복장 등 '완전군장'한 모습은 전경과 다름없는 이 나라 사병(私兵)업체 이름이다. 지휘차량·진압차량·물대포차량·방패·헬멧·곤봉·가스총·삼단봉·전자충격기·무전기 등. 이 나라 진압경찰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장비를 갖췄다. 파업 노동자를 짓밟고 의뢰 업체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두둑한 댓가를 받는다. 경비용역 업체의 폭력장비들과 그들의 행동양식을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바야흐로 공권력에 버금가는 사권력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노동조합이 요구의 관철을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파업이라는 행위가 이렇게 무장한 사권력 경비용역업체의 '집단폭력'에 내몰릴 만큼 '사회악'이란 말인가?

노동자들은 스스로 권리를 지키거나 높이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33조에 명문화되어 있고 법률이 보장하고 있다. 어쩌면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양보의 기본 질서'일 수 있다. 자본과 노동의 계급적 갈등을 순화시키기 위한 방편의 법제도이다.

그런데 이처럼 파업노동자에게 야만적 폭력을 가하는 것이 묵인·방조되는 사회, 다시 말하면 노동자의 권리나 인권이 무참하게 폭력에 짓밟히는 사회를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는 정황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1조의 선언은 일체의 사적 무력, 사병을 철폐함으로써 이 세상에 왔다. 왕과 귀족·독재자의 사병을 부정하고 세워졌다. 국가의 무력과 별개로 존재하는 사적 무력의 행사자는 언제나 민주공화국의 파괴자였다. 때로는 국가의 무력을 사적 무력으로 행사하기도 했고 그때마다 공화국은 부정됐다. 그래서 민주공화국은 수많은 장군의 무력행사로 부정돼 온 역사를 우리도 지니고 있다. 박정희·전두환 등의 역사가 한국현대사에 민주공화국을 부정하고 새겨졌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누구라도 국가와 별개로 무력을 갖고 있는 자는 결국 국가의 권력을 나눠 갖고 국가권력은 사유화되고 만다.

노동자의 기본권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제도적으로 보장은 되어 있으나, 경비용역 업체를 동원하여 폭력과 무력으로 노동자의 파업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킨다는 것은 말 그대로 노동자의 기본권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투쟁이 발생하면 이런 사례가 이제 공식화되어 있는 듯 나타난다. 심지어는 이런 폭력을 동원하여 아예 노동조합 자체를 무력화시키거나 해체해 버린다. 경비용역업체의 '깡패' 같은 집단폭력이 이번 SJM, 만도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콜트악기,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KEC,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재능교육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용역 깡패의 폭력으로부터 노동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화염병과 쇠파이프 따위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음도 상기해야 한다.

회사 직원들을 가족 같이 대한다고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던 사장이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순간, 용역업체 폭력배들을 불러들여 두들겨 패라고 사주한다. 이윤 추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런 패륜적인 기업 행위에 대해 용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민주주의를 올곧게 만들어 가는 길이다.

경비용역업체의 '집단폭력'을 해결하려면 사업주가 노동자를 동반자라는 인식과 함께 전근대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에서는 경비용역업체법을 근본적으로 개·폐하여 경비용역이 제자리로 가도록 해야 한다. 즉, 제도적인 개선이 지금의 악순환을 해결하는 방안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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